알라딘 크레마 터치 -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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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칭 한국형 킨들이라 하는 크레마 터치의 사용기를 다시 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은 최초 사용기를 쓸 때, 며칠밖에 사용해 보지 않았고 가장 큰 제가 첫 단말기라서 딱히 비교할 대상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것은 우울 안 개구리가 우울 안으로 떨어진 물건을 살펴보고 판단하는 일이었죠. 그렇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나?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저도 알 수 없고요. 그래도 조금은 그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킨들도 써보고 EPUB 문서를 편집도 해보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깐요. 또 두 번째는 이 사용기는 단점 위주로 쓸 작정입니다앞서 작성한 사용기는 일종의 단말기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 사용기에는 단말기의 단점과 앞으로 이렇게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저의 건의 사항도 담았습니다.
끝으로 이 사용기의 범위는 크레마 단말기와 그 단말기에 기본으로 탑재된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런처를 설치하고 다른 앱을 설치해서 쓰시는 분이 많은데, 제가 크레마의 단점을 얘기하면 왜 너만 불만이냐? 이러시는 분들이 많아서 살펴보니 그분들은 기본 탑재된 뷰어보다는 다른 앱을 쓰시는 분이 상당수 계시더군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런처를 설치해서 뭘 사용하든 저는 관심이 없고요. 저는 오직 크레마 단말기와 전용앱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고 합니다. 이점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심각한 문제점을 떠 안고 있는 국산 단말기 크레마

불안정한 전체 시스템,
이 부분은 설명이 쉽지 않는데, 현재 크레마 최신 펌업이 1.2.42인데 예판후에 몇차례 펌업이 있었습니다. 몇번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3-4번은 한것 같습니다. 현재 일부기기, 그 일부기기라는게 어느정도인지도 파악을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상당수 기기에서 스크린 세이버 오류가 생깁니다. 스크린 세이버란 기기가 작동안할때 터치 오작동을 막기 위해서 혹은 배터리 소모를 방지하게 위해서 화면이 잠기는 기능이죠.
최초 펌업에서는 이 잠기는 기능이 자꾸 풀려서 문제였다가 다음 펌업에서 고쳐졌다가 다음 펌업에서는 잠겼다가 풀리지 않았다가 다음 펌업에서는 풀리긴 풀리는데... 일부 기기에선 뒤로가기 버튼을 한번 더 눌러야 한다던가 아님 기기를 통째로 재부팅을 해야 한다던가... 암튼 스크린세이버는 출시 두달이 되었는데 여전히 사용자를 괴롭힙니다. 그래서 과연 이 스크린 세이버 기술이란게 그렇게 어려운 기술인지? 과연 이게 다음 펌업에서 완벽히 고쳐질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또 책 로딩을 하다가 뻗어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자주 나타나진 않습니다. 본문을 읽다가 글자 크기를 바꾸거나 본문에 관련된 설정을 좀 만지면 기계가 뻗어버리는 경우는 좀 더 자주 나타납니다. 제 생각엔 이 크레마 앱 자체가 좀 문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문제가 있는지... 단말기마다 증상이 조금씩 다르고 잘되는 분도 있다하니.. 제가 그걸 보지 않는한, 그냥 잘 되나보다. 하는거지.. 암튼 이
크레마 단말기에서 크레마 전용앱을 쓰는것보다 다른 앱, 즉 다른 서점앱이나 도서관앱이 훨씬 더 잘돌아간다면... 진짜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요? 이런 추측밖에는 제가 할수 있는게 없네요.
애초에 이 문제는 출시이전에 충분히 테스트와 수정을 거쳐 나왔어야 하는데, 출시 두달이 된 상황에서 몇차레 펌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체 시스템은 무겁고 버그가 존재합니다. 간혹 시스템이 오류가 났다면서 재부팅을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기본적인 HTML태그도 제대로 구현 못하는 크레마 뷰어.
이 문제는 무척 심각한데... 사진으로 설명해드립니다.

<이북에디터 Sigil 0.6.0>
이것은 이북 에디터 Sigil에서 제가 직접 편집 작업을 하는 화면을 캡처한것입니다. 제가 시중의 판매하는 책으로 설명못하고 제가 편집을 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판매 책은 DRM이라는 락이 걸려있어서 편집기에서 열어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제가 편집 작업을 하는 문서를 통해 보여드립니다.

보시면 붉은 글씨체로 제가 각각의 문단에 적용한 글씨체와 글자크기, 글자모양(굵게), 들여쓰기를 한걸 아실수 있을겁니다. 그럼 이렇게 편집한 책이 어떻게 뷰어에서 보이는지 아래를 확인해보세요.
 

<크레마 for PC 3.1.0.3 뷰어의 화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편집한 거의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이 PC용 크레마 뷰어는 HTML 태그 표현력이 무척 좋습니다.

이제 같은 한국이퍼브에서 나온 크레마 단말기의 전용 뷰어로 볼까요?

 

<크레마 터치 전용 뷰어1.2.42, 독서스타일유지> 

어떤가요? 언뜻 보시기엔 큰 차이가 없는것 같죠. 일단 제가 지정한 글꼴 2가지. 명조와 고딕도 적용되었고 굵게 글자모양 처리한것도 적용이 됩니다.

근데 문제가.... 보시면 붉은색 사각형에 굵게 처리한 글자를 보세요.

<저희 포르셋 장의
사는 앞으로....(중략)....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낫소발 AP 통신:>

이렇게 두개를 유심히 봐주세요. 본문과 글자 크기가 차이가 있나요? 본문보다 모양은 굵게 처리되어 있지만 글자 크기는 같습니다. 편집화면과 PC용 크레마 뷰어와 비교해보세요.
글자크기가 적용이 안된겁니다. 분명히 편집에서 저는 1.2 크기를 줬습니다. font-size : 1.2em;의 갑을 줬습니다. 본문은 1.0을 줬습니다. 근데 이 크레마 터치 전용 뷰어는 모든 글자를 자기 멋대로 전부 1.0으로 처리합니다.(이것은 글자 크기를 1.5를 주던 2.0을 주던 심지어 100을 주던 상관없이 무조건 1.0으로 처리합니다.) 
글자 크게 조차 제대로 표현 못하는 뷰어가 이게 진짜.. 돈주고 사서 쓰는 단말기에 탑재했다는게 이해가 가시나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단락 전체를 들여쓰기 했지만 저는 앞부분만 여백 1을 줬습니다. 그래서 보시면 파란색 사각형입니다. 갑자기 여백이 생겼습니다. 주지도 않은 여백이 생긴거죠. 이건 제가 편집을 하면서 찾아낸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저것 뿐인지 아님 더 있는 지 저로써는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본도 안되는, 세상에 글자 크기도 제대로 표현 못하는 이런 뷰어를 돈주고 사는 단말기에 기본으로 내장 시킨겁니다. 더 이해가 안 되는건 위에 PC용 뷰어와 이 기본도 안되는 형편없는 뷰어가 똑같은 제조사에서 배포한겁니다. 둘다 크레마죠. 하나는 PC용 하나는 단말기 전용. PC용 무료프로그램, 단말기는 돈을 주고 산 프로그램.

EPUB문서를 지원도 안하고 한글 컨텐츠도 정식 지원안하는... 킨들에서 이걸 변환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아래 비교해보세요.

 

<킨글 페이퍼 화이트에서 EPUB 문서를 MOBI 문서로 변환한 후에 읽은 화면>

MOBI문서는 자체 글꼴을 지원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정한 글꼴은 표현 못하지만.. 보세요. 비교적 정확하게 HTML태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글자 크기 차이도 표현해주고 문단 전체 들여쓰기에서 이상한 오른쪽 여백도 없습니다. 어떻게 한글 컨텐츠도 제가 편집한 EPUB문서도 지원안하는 단말기에서 더 정확하게 구현이 될까요? 이러고도 크레마 터치가 한국형 킨들인가요?

이제 구입한 책이 어떻게 엉망으로 나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비명을 찾아서 -  복거일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책 하권의 처음 부분입니다.

<크레마 for PC 3.1.0.3 뷰어의 화면>
보시면 글꼴이 적용되었습니다. 전자책 컨텐츠 안에 폰트가 있고 그걸 편집에서 적용시면 본문에 적용이 됩니다. 저는 DRM때문에 내부를 속시원하게 들여다볼수는 없었지만 여차저차해서 이 컨텐츠 안에 분명히 UnBatang.ttf 파일이 있는걸 확인했습니다. 은바탕 글꼴입니다. 위에 크레마 PC뷰어에 표현된 글꼴입니다. 이제 크레마 전용 단말기가 이 페이지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봐주세요.

 

<크레마 터치 전용 뷰어1.2.42, 독서스타일 유지>  

같은 책이 맞을까요? 은글꼴은 없어지고 기본 Bold(굵게)처리된 글꼴로 몽땅 바뀝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치지 않습니다. 들여쓰기, 문단전체 들여쓰기는 전부 무시됩니다. 문단 양쪽정렬 조차 안됩니다.

제가 DRM 락 때문에 컨텐츠를 확인해보는건 한계가 있어서 이런 문제가 얼마나 더 많은지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우여곡절 끝에 제조사측에 전달 했는데, 그 분들이 답변도 명확하지 않고 무조건 개선해주겠다고 하니 답답하지만 할 수 없이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금은 제대로 HTML 태그도 표현도 못하는 뷰어로 도저히 제가 구입한 책을 읽고 싶지 않아서 전원꺼버리고 서랍에 넣어뒀습니다.

이 두가지 문제는 심각한것이고 반듯이 펌업을 통해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글이 길어지니 짧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해줬으면 합니다.

이건 뭐 해주면 좋고, 지금 근본적인 문제가 쌓여 있어서 크게 바라진 않습니다. 지금 크레마의 클라우드는 오직 서점의 책판매 편의를 위해 만든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클라우드가 있다는건 아닌데, 접근도 못하는 실체가 없는 클라우드라, 물론 킨들 수준의 클라우드를 바르는건 아닙니다. 킨들로 보내기.. 뭐 이런 걸 바라는게 아니라... 사용자가 접근은 할 수 있는, 최소한... 그런 클라우드가 되면 좋겠다는 거죠.

책장문제는 넘어가도록 합시다. 글이 또 길어집니다. 펌업에서 대대적인 개선을 해준다니.. 일단 기다려봅니다.

기본 글꼴, 즉 책(컨텐츠)안에 글꼴이 없으면 기본 글꼴이 로딩되는데.. 그 글꼴이 굵게(Bold)처리 된 글꼴입니다. 어휴... 제작사는 좀 생각 좀 하고 기본 글꼴을 잡아주세요. 기본 글꼴은 평범한?걸 써야죠.

출판사가 만든 고유의 책편집을 헤치고 다양한 설정을 할 수 있는거 좋습니다. 있어서 나쁠것 없지만... 기본은 일단 지키고, 즉 출판사가 만든 고유 책편집이라도 제대로 적용을 해주고 난 후에나 그런 설정을 적용해 주세요. 기본이 안된 사람이 초급은 안배우고 중급이상을 배우는 꼴입니다.

사람의 욕심이란게 처음과는 달라지고 간사해져서 더 좋은 기기를 쓰면 바라는게 많아집니다. 그래서 정말 킨들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들곤 했지만.. 지금은 그정도를 바라는게 아닙니다.
다만 기본적인건 좀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HTML 태그 구현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자료로 만들어서 제조사 측에 전달도 했습니다. 누구는 너무 민감하다.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말합니다.
는 개개인의 생각차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제가 왜 중요하지 않냐? 이렇게 이 글에서 주장하려는건 아닙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구요. 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돈주고 사는 단말기에는 어느정도 수준의 뷰어가 탑재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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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2012-11-11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통해서 사긴 했는데 구리긴 구림;; 스토어 눌렀을때 알라딘기본접속임 -_-)
각 서점 계정등록하는것처럼 스토어 기본계정도 따로 설정하게 해주지..

아니면 이북 서점 통합사이트 하나 만들어서 거기로 보내주던가...전자도서관 기능때문에
알라딘이나 이런곳 말고 예스24에서 사는게 가장 좋은거같아요.
안드로이드 기반이라 구려도 업데이트로 금방 고쳐주겠지 하고 지른건데
스크린세이버 오류랑... 기본 스토어 고정 설정불가랑 가끔 다운되는 문제
세가지.... 빨리 고쳐줬으면 좋겠네요 스크린 세이버랑 다운문제는 업뎃하겠ㅈ만..
기본스토어 고정 문제는 서점연합이라지만 자기네 뱃속챙기는문제라 그냥 써야할듯;;
이런거 알았으면 예스24통해서 구매하는건데 ㅜ.ㅜ

그리고 스펙설명은 zip도 볼수 있다고 나왔는데 다 생구라임 zip 인식안됨

아르하 2012-11-11 08:3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전자책 도서관을 지원안하는건 아쉽죠.
과연 펌업으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수정이 가능할지... 요즘엔 괜히 크레마를 샀나? 아니 크레마를 산건 뭐 실수했다해도...
그 많은 컨텐츠를 산게 실수 였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더 문제는 앞으로 이런 기기를 믿고 컨텐츠를 계속 사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천생연분지현 2012-12-07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써보고 또추가합니다 폰트 한자지원안하는거잇음 아사히신문사이트 천성인어 보면 엑박표기 많이보임 심지어 cnn뉴스사이트까지 폰트지원안되는거잇음 12월예정인 txt지원 개인적으로 업뎃안됫으면좋겟네요 그래야 반품가능할 건수가ㅎㅎ
 
ePub(이펍) 제작 테크닉 - 전자책 전문가 이광희에게 배우는
이광희 지음 / 비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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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문서 제작용 실용서중에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특히 sigil로 편집한다면 이 책이 좋더군요. 어짜피 ibooks도 epub문서기 때문에... 전자책 편집에 관심있는 분에게 아주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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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외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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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번역으로 힘겹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민음사 번역을 우연히 서점에서 봤고 당장 그 책을 샀다. 번역도 좋았지만 군데 군데 세심하게 붙여놓은 주석도 무척 친절했다. 그래서 종종 책장에서 꺼내서 좋아하는 부분을 군데군데 찾아 읽었지만, 전체를 다시 읽진 않았다. 전자책 단말기를 사면 나는 먼저 이 민음사 번역본을 사서 읽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밤마다 그 일은 큰 즐거움이 되었다.


200년이나 지난 이 유별난 소설의 매력은 뭘까? 뭐가 그토록 이 소설을 사랑스럽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이 소설이 완벽한 드라마라서 그렇지 않을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완벽한 드라마 말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은 내가 보기엔 거의 완벽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현대에 와서 이것보다 더 나은 드라마를 만드는 건 좀처럼 쉬지 않아 보인다. 현대엔 현대에 맞은 사랑 얘기를 한다면 모를까 말이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언급했던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처럼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사랑 얘기를 쓰는 것이 오히려 현대에 더 어울린다. <오만과 편견>식의 드라마를 만들어봐야 기껏해서 흉내 낸 작품, 혹은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저 그렇고 그런 것밖에 안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일단 개성 있는 등장인물이 다수 나온다는 점이다. 베넷가는 정말 대단한 캐릭터들이다. 정말 못 말리는 주책바가지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 베넷은 입을 열 때마다 얼마나 웃긴지(때론 냉소적인) 책을 보는 내내 낄낄거리게 된다. 여기에 첫째딸 제인은 세상 모든 걸 다 좋게만 보는 완벽한 천사표에 매력 만점인 엘리자베스(이하 리지)에다가, 나머지 동생은 천방지축이고 여기에 제인과 딱 어울리는 빙리와 오만한 까도남 다아시까지, 게다가 악역도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고 정말 짜증 날 정도로 끔찍한 콜린스도 있으니 이보다 다양하고 이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한군데 모아 놓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그냥 대충 놓아둬도 서로서로 사건과 사건을 만들어내고 매력적인 이야기와 플롯을 갖추지 않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이 드라마의 매력적인 요소를 아낌없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지가 다아시에게 하는 대사 중 하나를 옮겨보면


건방지다고 해도 될 거예요. 거의 그랬으니까요. 실상은 말이에요, 당신은 예절이라든가, 경의라든가, 괜스러운 친절 같은 것이 지긋지긋했던 거예요. 언제나 당신의 인정만 받으려고 말을 건네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염증이 나 있었어요. 제가 그런 여자들하고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당신은 정신이 번쩍 나서 흥미가 생겼던 것이죠. 당신이 진정으로 상냥한 분이 아니었다면, 그 때문에 잘 미워했을 거예요.

 

그러니깐 왜 요즘 드라마에서 재벌 2세쯤 되는 남자가 가난하고 당찬 여자를 좋아하는지, 혹은 볼품없는 아줌마와 사랑에 빠지는지 리지가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 소설에서 그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좀 더 정교하다. 다아시가 리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다아시는 정말 오만해 보였고 언뜻언뜻 리지에 대해서 애정이 어린 눈길을 보내긴 했어도 그런 전개는 예상 못 했다기보다는 뻔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이 소설의 인물이 그저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인이 리지에게 언제부터 그를 사랑했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그의 대저택을 봤을 때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말을 꺼낸다. 리지의 캐릭터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드라마를 위해서 가공된 그렇고 그런 인물이 아니라 정말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또 이 소설이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장치)를 설득력 있게 설치하고 나서 그 결과 전개되는 사건들을 조목조목 잘 나열하기 때문이다.

다아시는 정말로 오만했고 또 사교성이 떨어졌고, 비열한 위컴은 적절하게 참견을 했고 리지의 편견과 오해는 억지스러움이 없다. 그것이 해소되는 과정도 매우 설득력 있다.


예를 들어 다아시가 제인과 빙리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베넷 집안 사람들의 무분별한 태도와 사람됨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지가 로징스 대저택에서 무례하고 분별력 없이 구는 캐서린 영부인의 태도에 조카인 다아시는 분명히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그에게 자신의 오만을 돌이켜 보게 했을 것이다. 이런 감정과 사건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읽을 때 억지스럽거나 뻔한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완벽한 드라마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의 위대한 소설이나 영화는 이렇듯 완벽한 모범을 보인다. 그래서 후대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런 모범에서 잘해봐야 아류작 정도의 평가를 받게 할 뿐이다. 요즘 만들어지는 이런 부류의 드라마가 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앞서 말한 다양한 이유가 없거나 몇몇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충실히 재현해봤자 그건 이미 200년 전에 써먹은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오만과 편견>을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다.


<오만과 편견>의 결말에 대해서도 그렇다. 행복한 그저 그런 결말 같지만, 사실 그 안을 자세히 들려다 보면 18세기 영국 여성이 처한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부모로부터 적당한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자식, 그것도 여성은 결혼이 유일한 신분상승의 기회고 잘못된 결혼, 즉 리디아와 위컴의 예처럼, 적절한 결혼 제인과 빙리의 예를 모두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리지와 다아시의 결혼은 좀 특이한데, 그건 작가 나름의 최선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소설이 끝나갈 부분, 오빠에게 절대적으로 순종적인, 그것은 결혼 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말미암아 더더욱 순종적인 조지애나는 오빠를 대하는 리지의 태도에 경악했지만, 여자도 남편에게 막 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그것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비록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작가 제인 오스틴의 사랑스럽고 스스럼없는 결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덧붙여서, 같이 보면 좋은 책.

하나는 <영국인 발견 - 케이트 폭스 / 학고재>이다. 영국인 문화 인류학자가 쓴 책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영국인들은 콜린스처럼 온갖 것들에 칭찬을 늘어놓고 칭찬에 칭찬으로 응대하는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교 말고도 영국 문화와 관습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 해냄>으로 이건 그냥 가볍게 읽을 만하다. 오만과 편견을 살짝 비틀어서 개작한 건데, 사실 그렇게 신선하진 않았다. 다만, 위컴과 리디아, 콜린스와 샬럿 콤비는 무척 흥미로우니깐 읽을 만하다.


또 덧붙이지 않을 수 없는 게 영화와 드라마인데…. 사실 난 두 개 다 좋아해서 어느 것이 더 좋다 라고는 말 못하겠다. 영화는 좀 더 감각적이고 전개가 빨라서 매력적이고 특히 리지역을 맡은 여배우가 무척 매력적이다. BBC의 드라마는 원작 소설에 아주 충실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둘 다 각각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오만과 편견 팬이라면. 둘 다 챙겨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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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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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디오를 빌려보던 시절, 친구들과 비디오를 보려고 모였는데, 대여한 영화를 보고 있자니, 첫 장면부터 정말 싫어하는 액션 배우가 등장하는 거였다. 친구 대부분도 이 액션배우를 싫어하는데, 왜냐하면 이 배우가 찍은 거의 모든 영화가 액션에만 치중해서 지루하고 지겹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비디오를 빌려온 녀석에게 온갖 불만과 타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배우가 영화 초반에 갑자기 죽어버렸다. 세상에? 죽다니. 그래도 주연급 배우인데, 영화 <사이코>처럼 유명 배우는 초반에 어이없이 죽어버린 거다. 그리고 나서 영화는 정말 너무 재미있어졌다. 그 배우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폭풍의 언덕>에서도 히스클리프가 죽자 소설이 재미있어졌다. 아니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히스클리프는 그 액션배우처럼 극의 초반에 비명행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소설이 끝나갈 때쯤에나 죽는다. 그전에는 우리 모두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힌다.

예를 들어 <폭풍의 언덕>을 검색하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렬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난 책을 계속 읽으면서 그게 그다지 강렬하지 않았다. 오히려 캐서린이 죽은 후에 히스클리프의 악행이 구역질 나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이 들었다. 게다가 다른 등장인물조차도 그다지 매력적이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깐 이 소설은 굉장히 특이한 소설임이 틀림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오만과 편견>이 생각났다. 왜 그런가 하면 둘 다 영국 소설이며 비슷한 시기에 여성작가에 의해 쓰였고 둘 다 영국의 어느 시골이 배경이다. 도시에서 내려온 오만한 사내가 나오는 것까지도 똑같다. 물론 그 사내는 <오만과 편견>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폭풍의 언덕>에서는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지나치게 세부묘사에 뛰어난 입담꾼 넬리(가정부)의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 구실을 할 뿐이다.

, 이야기 자체나 등장인물도 서로 너무 다르다. 어쩜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싶다. 이게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라를 배경으로 쓰인 게 맞나 싶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으면 이게 영국이 배경인지 상상하기도 어려워진다. 마치 환상소설의 어느 한 구절을 읽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게 분위기는 생경하고 그로테스크 적이기까지 하다. 내가 아는 영국인은 다 어디로 갔지? 만나면 날씨 얘기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칭찬을 시작하면 그걸 받는 대신 자신을 깎아내리고 다시 상대를 칭찬하고 그 상대는 또 칭찬을 받으면서 자신을 비하하며 다시 칭찬으로 응수하고…. 이런 영국인 말이다. 엘리자베스여왕 시대에 쓰인 이 소설은 마치 중세의 어딘가쯤에 쓰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초반에 느낀 호감?도 잠시 막장 드라마의 인간관계처럼 꼬인 사건들을 지켜보다 보면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복수극은 대부분 흥미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수극을 좋아한다. 유명한 고전이나 인기있는 이야기 중에 복수극이 많은 건 그래서이다. 근데 이 복수는 뭔가 좀 이해 불가한 게 많다. <폭풍의 언덕>을 읽는 내내 드는 의문점은 어떻게 그렇게 두 주인공이 열열하게 사랑에 빠졌는가이다. 그래서 죽음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으며 또 평생을 증오와 복수에 빠지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그 짧은 어린 시절과 헤어지고 나서 유부녀가 된 캐서린과의 짧은 만남에서 그들이 어떻게 지독히 서로 사랑했는지, 그건 단지 운명적인지, 아니면 억지스러운 설정인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두 집안은 어쩌면 그렇게 서로 얽히고 얽히는지도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마지막 한순간에 번쩍하고 번개처럼 이해된다. 남은 아이들, 캐서린(캐서린과 린튼의 딸)과 헤어튼이 마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유년시절 학대받고 서로 의지했고 그 속에서 사랑을 싹 틔웠던 걸 연상케 한다. 히스클리프는 그 둘(캐서린과 헤어튼)을 학대하고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고 나서 그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짓이란 걸 깨닫게 된다.


이 유명한 고전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독히 비극적 이야기와 시적인 표현인 것 같다. 비극적 이야기는 정말 비극은 맞긴 하지만…. 비극에는 읽는 사람이 그 비극을 동정하고 측은하게 여겨야 하는데, 사실 나는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 사랑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가? 마지막에 가서 조금은 이해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오랜 세월동안 서로 증오하고 죽일 만큼 그렇게 대단했던가? 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시적인 표현은 사실이다. 이 소설의 180년이 넘었는데, 저자가 시인답게 곳곳에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하다. 물론 소설의 분위기가 어두워서 그 아름다움도 모두 어두운 편이다.


캐서린이 죽고 그녀의 무덤을 파는 히스클리프를 묘사한 문장을 보면 엽기적인 장면인데도 표현이 매우 아름답다.


나 혼자였고, 또 우리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은 2야드밖에 안 되는 퍼슬퍼슬한 흙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난 혼잣말을 했어. ‘다시 한 번 저 여자를 이 팔로 안아보자! 만약 그녀의 몸이 차면 이 북풍 때문에 내 몸이 차가워진 거로 생각하고,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잠들어서 그런 거로 생각하자.


개인적으론 이 소설을 읽는데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약간은 이 난폭하고 지독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의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면 이해한 것 같다. 그리고 갈등이 해소되고 그나마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썩 괜찮은 결말인듯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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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쥐~ 샀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첨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억지로 사긴 샀는데.. 계속 써보니 튼튼하고 모양도 뭐 흉하지 않고 폴더식이라 불편할까 생각했는데..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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