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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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록작품 -
그리움을 위하여 (『현대문학』, 2001년 2월)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그 남자네 집 (『문학과사회』, 2002년 여름호)
마흔아홉 살 (『문학동네』, 2003년 봄호)
후남아, 밥 먹어라 (『창작과비평』, 2003년 여름호)
거저나 마찬가지 (『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촛불 밝힌 식탁 (『촛불 밝힌 식탁』, 동아일보사, 2005)
대범한 밥상 (『현대문학』, 2006년 1월호)
친절한 복희씨 (『창작과비평』 , 2006년 봄호) 문인 100인 선정 ‘2006 가장 좋은 소설’
그래도 해피 엔드 (『문학관』 통권32호, 한국현대문학관, 2006)

  수록된 첫 단편인 그리움을 위하여는 매우 발랄한 소설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와 박완서의 단편이 굉장히 유쾌하구나! 착각을 했다. 그 뒤에 연달아 나오는 단편, 유쾌한 단편들은 아녔다. 문장들은 유쾌한 편이지만,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지만, 글을 읽을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무겁고 기분이 허허한지 모르겠다. <그 남자네 집>을 필두로 <마흔아홉 살>, <후남아, 밥 먹어라> 줄줄이 계속 읽다 보니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워서 한 편 읽을 때마다 압박이 심해서 중간에 책을 덮은 적도 몇 번이고 있었다. 며칟날에 걸려 읽긴 했지만, 마음이 무거워서였기도 하고 문장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읽어서이기도 했지만, 중간에 맘에 무척 드는 단편들은 두 번을 읽기도 했다.

  일단 <그리움을 위해서>는 굉장히 유쾌했다. 중간 중간 킥킥 웃으면서 읽었다. 꼭 코니 월리스의 글을 읽는 것 같았는데. 뭐랄까 좀 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내가 전혀 관심이 없을 만한 소재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흡입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작가의 능력이라고 밖엔….
<그 남자네 집>은 정말 맘에 들었다. 나는 이걸 두 번이나 연속으로 읽었다. 나중에 보니 장편으로도 나온 것 같아 아주 반가웠다.
<후남아, 밥먹어라>는 후반부에 울컥 눈이 나오는 단편이었다. 흑흑..T.T <거저나 마찬가지>는 왠지 화가 나고 불편한 글이었고 <친절한 복희씨>2006년 가장 좋은 소설에 뽑힐만한 글이다. 단편집에 실린 중에 단연 돋보이는 글이었다. 다행히 마지막 <그래도 해피엔드>는 그동안 단편들을 읽으면서 무거웠던 마음을 덜 수 있는 따뜻한 단편이어서 좋았다.

  처음에 이 단편을 읽었을 때, 나는 소위 '문학이란 것을 이렇게 편하게 써도 되는 걸까?'하고 적잖게 놀랐다. 주로 장르 문학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문학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나 보다. 꼭 집어서 나는 문학이 꼴 보기 싫고 잘난 체하는 게 정말 싫다 까지는 아녔다. 하지만, 내가 장르소설을 읽고 있을 때 소위 문학을 읽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기 때문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리타분하다. 잔뜩 폼만 잡았다. 짐짓 고결한 척하며 유난히 잘난 척을 하며 거들먹거리고 있다. 그런 생각을 조금씩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연유로 나는 문학을 우습게 여겼다. 퇴물 취급을 한 것이다. 동시에 그러면서도 피해의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문학을 읽는 놈들이 적잖게 잘난 척을 하면서 내가 장르소설을 읽는 걸 못마땅해했기에…. 굳이 변명하자면 그렇다. 박완서의 글을 읽고 있자니 이 도도하고 재수 없는 문학이 이렇게 편하게 쓰이고 있어도 될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곤 했다. 물론 그 문장들 안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고 박완서의 문장이 편안하지만 단순하다는 말은 아니다.) 형식적인 면만 본다면 그건 우스운 것이겠다. 나무 하나만 보고 숲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 문학이든 장르소설이든 뭐든 인터넷 소설이든 읽는 사람에게 진실하게, 요즘 나오는 진정성 있게 다가오면 그건 좋은 소설이다. 형식이야 어떠랴. 편안한 문장, 구어체, 그림, 사진, 이모티콘(하지만 이모티콘은 좀 그렇긴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체이고 내용이다.
  박완서의 글들은 모조리 실제로 있었던 일 같다. 그래서 읽고 나서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 한구석이 아파졌던 건 아닐까? 이러다 박완서님의 팬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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