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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아주 작은 연결의 끈이라도 있다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자리했던 어떤 만남이, 평생을 걸쳐 사귀게 될 좋은 인연의 시작일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스쳐 지나갔던 어떤 작은 만남으로 인해, 몇십 년간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다.
미야베 미유키에 나오는 인간 관계는 그 평범한 끈을 따라 연결되어 있다. 모방범이 그러했듯이, 낙원 역시 소설의 전개는 그 가느다란 끈을, 제 3자인 시게코가 따라가면서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사건이라는 큰 덩어리를 파헤쳐 전모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얽히고 얽힌 인간 간의 끈을 따라, 사건을 파악해낸다. 그러나 그 시선은 모방범의 냉혹하고 현실적이며 섬뜩한 '피스'의 입장과 달리,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이 따스하고 타인을 동정할 줄 아는 히토시와, '코끼리를 닮은' 히토시의 어머니 도시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렇기에 모방범의 후속작이지만, 모방범과 달리 낙원은 따뜻하다. 히토시가 얽힌 그 사건은 너무나 섬뜩하고 충격적이지만, 그 사건을 따라가는 시게코의 모습, 그가 발견하는 히토시의 생전 기억들, 그리고 히토시의 어머니인 도시코...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슬프지만, '따스함'이 있다. 도시코의 온후하고 다정한 목소리처럼.
그래서 그들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의 제목이 낙원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