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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Watchmen 2 - 시공 그래픽 노블 ㅣ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미국의 코믹스 류를 잘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만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텍스트와 - 심지어 챕터와 챕터 사이에는 대놓고 글이 나오기도 함 - 밀도 높고 과장이 없는 그림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게 아까워지는 그런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내용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히어로가 필요 없어진 시대에, 과거의 히어로들이 살해되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를 찾아 로어셰크라 불리는, 과거의 히어로 중 하나가 행동을 개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히어로물이지만 히어로물답지 않은 만화. 너무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이고 보여주는 방식이 미국풍 코믹스라는 점 때문에 취향을 상당히 탈 것 같긴 합니다.
시대에 염증을 느끼는 히어로. 히어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 타락하는 히어로. 히어로의 우편향적인 사상에 대한 은근한 비꼼 등등. 한 마디로 만화가 정말 복잡합니다.
중간중간 정말 인상적인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간단히 두 덩어리만 소개하자면...
"예전에 에이드리언이 나한테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여행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 기억나는군."
"흠. 파라오들과 함께 퍼스트클래스로 갈 수만 있다면 좋은 생각이겠군요..."
"...하지만 우리들이 떠나는 방식으로 봤을 때, 거의 3등석일 것 같아."
'침대에 앉았다. 로르샤흐의 얼룩을 보았다. 가지가 뻗어나간 나무이고 그 아래 그림자가 진 거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전에 찾아냈던 죽은 고양이가 보였고, 살찌고 빛나던 구더기들은 장님처럼 몸부림치며 서로의 위로 뒤엉켜 급히 빛을 피해 굴을 파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 역시 진짜 공포를 피하는 것이다.
진짜 공포는 이것이다. 최후에 그것은 단지 아무 뜻도 없는 텅 빈 암흑일 뿐이다.
우리는 혼자다.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괴물들과 싸우지 말라. 싸우는 동안 당신 자신도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심연 속을 들여다보게 되면, 심연 역시 당신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이건 몬스터 덕분에 너무 유명해진...)
결론은 강추합니다.
마지막 순간의, 로어셰크의 눈물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