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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입니다.
남미 쪽 소설은 접하기도 쉽지 않은 편인데다가
중남미 장르소설은 더더욱 읽기 힘듭니다.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새 지평을 열였다고 평가받는
저자의 공포 소설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를 읽으며
중남미 미스터리의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호숫가의 성모상'은 10대 소녀들과
그들과 어울리는 20대 초반의 남녀를 그렸습니다.
실비아는 혼자 살며 집에 마리화나를 키우고 있고
10대 소녀들보다 무엇이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녀들이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되었다면 실비아는
이미 사촌과 함께 멕시코의 프리다 집을 다녀왔고,
새로운 마약에 손을 대면, 그녀는 이미 그것에 중독되어 있었고,
그녀들이 새로운 밴드를 발견하면 실비아는
그 그룹의 열성적인 팬 활동을 이미 그만둔 상태입니다.
그녀는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아버지 돈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그녀를 싫어하면서 무너져 버리기를 바란 진짜 이유는
디에고 때문입니다.
디에고는 소녀들이 졸업 여행에서 알게 된 남자인데,
그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왔을 때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실비아가 그에게 말을 걸더니 결국 연인이 되었습니다.
소녀들은 그들의 사이를 훼방놓기 위해
성모상이 있는 채석장 호수에 간다는 말에 따라갑니다.
성모상이 있는 채석장 호수를 사람들이 가길 꺼려 하는 이유는
호수 주인의 개 때문이랍니다. 일반적인 개가 아니라
들개처럼 사납고 덩치가 커서 아무도 가질 않는다고 하지요.
하지만 소녀들과 실비아, 디에고는 매주 토요일마다 갔습니다.
소녀들 중에서 디에고에게 가장 집착한 건 나탈리아였는데,
채석장 호수에 간 어느 날 수영을 하지 못하는 소녀들을
실비아와 디에고는 놀렸습니다.
나탈리아는 성모상 쪽으로 가서 무언가를 빌고 왔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개들이 나타났는데,
그 개들은 소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실비아와 디에고만 보며 달려옵니다.
나탈리아는 소녀들에게 옷을 입으라고 재촉하고
같이 버스 정류장으로 뜁니다.
도로에 이르렀을 때 실비아와 디에고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버스가 도착하자 그녀들은 태연하게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낸다며 운전사에게 대답까지 하면서요.
난 심장 소리에 페티시가 있습니다.
그냥 심장 소리가 아니라 망가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때
쾌감을 느낍니다. 몇 년 동안 허탕을 친 끝에
나는 심장 박동 페티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웹사이트를 찾아냈고,
실시간으로 채팅도 하며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운드 아카이브를 받아
소리를 들었습니다.
HCM1이라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그 심장 소리의 주인을 만나고 싶다는 갈망에 시달렸고
채팅에 참여해 결국 만났습니다.
우리 둘은 녹음 장비와 청진기, 그의 심장 박동 리듬을 바꾸어 주는 약물을 챙겨
내 방에 틀어박혀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럴 때 나는 두렵지만 흥분한 채로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계속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심장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그에게 저마다 다른 효과를 주는 약을 주었고
그는 주는 대로 복용했습니다.
밀린 월세도 그가 내주었고 전화는 끊긴 지 오래입니다.
이젠 전기까지 끊길까 봐 걱정이지요.
그렇게 되면 녹음기를 켤 수도, 실험용으로 녹음한 소리들을 들을 수 없으니까요.
나는 늑골과 흉곽이 사라져 훤히 보이는 심장에 손을 얹고,
심장이 멈출 때까지 손에 쥐고 있으면서 밖으로 드러난 판막이
남을 힘을 다해 열리고 닫히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톱입니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12개의 단편이 묶인 소설집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단편을 끝까지 읽으면 마침표가 끝이 아닙니다.
그 뒤에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상상이 돼서 더 끔찍함에 사로잡힙니다.
작가가 처음 쓴 공포 소설이지만 그 분위기와 구조는 탁월한 공포를 낳습니다.
일반 공포 소설에 나오는 저주 받은 집과 유령,
잔인하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나와서 독자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습니다.
저주, 악마나 유령, 정신 질환, 전통적인 풍습에 기반하거나
가난이라는 두려움에서 발생된 공포거나
10대 소녀들의 위험한 욕망에서 비롯되거나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음험하고 도착적인 것에 이끌리는
퇴폐적인 성향과 관음증, 페티시즘, 팬덤 현상에서 공포를 줍니다.
그래서인지 미디어에서 접하거나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아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2021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선정된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에서
작가가 미리 파놓은 공포를 느껴보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