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오마카세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쓴 "가나다 살인사건"으로 2020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한 저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오마주한 추리소설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2023년 출간했으며 윌라 오디오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추리 살인 <살인 오마카세>를 보겠습니다.



무송 빌딩의 건물주인 최무송의 아내는 아들 최현성과 미국 유학을 결정했고 떠났습니다. 최무송은 반대했지만 기가 센 아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떠난 아내는 미국에서 알게 된 남자와 불륜에 빠졌고, 아들은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며 사고를 쳤습니다. 결국 최현성은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일할 의지조차 상실한 낙오자가 되어, 나이 마흔이 넘도록 아버지의 돈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가정을 이뤘지만 평생을 혼자 산 것이나 다름없었고, 이혼하고 아들에게 귀국하라고 말했으나 아들은 건물을 팔아서 증여해달라는 말만 합니다. 자신에게 남은 건 무송 빌딩뿐이며, 임차인들과의 친교를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임차인들의 사정을 감안해 낮은 임대료에 장기계약을 맺어 너그럽고 인자한 건물주라는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런데 1년여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최무송의 유일한 아들 최현성이 무송 빌딩을 상속받았습니다. 최현성은 아버지가 살림집으로 이용했던 무송 빌딩 10층 펜트하우스에 살며 임대차 계약서를 검토했습니다. 그는 돈이라면 가족도 나 몰라라 할 만큼 탐욕스러운 인간이었는데, 그중 몇몇 업소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임대료에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을 내쫓기 위해 수를 씁니다. 고급 일식집에서 매일 공짜 식사를 대접받고, 내과와 약국, 커피숍에서도 돈을 내지 않았고, 다른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행동들을 서슴없이 합니다. 이렇게 몰염치하게 임차인들의 업소를 돌아다니며 압박을 가했습니다. 헤어숍 원장 정선아는 42세 돌싱녀인데, 사춘기 딸은 엄마를 거부해서 낙이 없습니다. 그런 차에 최현성이 새 건물주가 되어 나타났고, 그를 애인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평소 헤어숍에 일이 많으면 손을 보태던 40세 염색방 사장 하민정은 3년 전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된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살았는데 장사가 잘되지 않아서인지 그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최현성은 정선아와 하민정, 두 여자 사이에서 밀회를 즐겼고, 염색방에서 삼자대면하게 된 이들은 막장 드라마 한편을 찍었습니다. 화간 난 정선아는 최현성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쳤고, 그 모습을 건물에 입점한 업소들의 손님과 직원들이 보았습니다.

42세의 건물주 최현성이 죽었습니다. 본인 소유의 건물 10층 펜트하우스에서 독을 먹은 상태로 가사도우미 양혜란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청수 경찰서 형사과 강력 1팀 지택근 형사와 파트너 황정현 형사는 무송 빌딩의 임차인들을 만나 조사를 시작했으나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습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범인은 누구이며 동기는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살인 오마카세>에서 확인하세요.




한때 평화로웠던 무송 빌딩은 전 건물주가 의문의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며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그의 아들 최현성이 새 건물주가 되었는데, 그는 아버지와 몇몇 업소들이 계약한 낮은 임대료와 장기계약에 불만을 품은 나머지 안하무인으로 행동합니다. 커피숍에서 공짜 커피를 마시고, 일식집에서 공짜 오마카세를 즐기고, 의원에서 공짜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공짜 약을 타갑니다.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행패를 견딜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어느 날, 무송 빌딩 10층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에게 죽은 피해자를 욕하는 소리만 들립니다. 임차인들에게 갑질을 하고, 성희롱과 영업 방해를 하며 그야말로 안하무인으로행동했던 피해자는 죽어도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문은 눈덩이처럼 자꾸 불어나고, 그렇게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살인 오마카세>를 읽으며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혼하고 딸 뒷바라지에 열심이던 헤어숍 원장은 집에서 죽었지만, 딸은 엄마가 밤새 방에서 나오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고 학교를 갑니다.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도 딸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립니다. 오히려 평소 친하게 지낸 지인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울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이 최현성을 죽였다고 자백을 한 가족도 있습니다. 진짜 범인의 죄를 감추기 위해 서로 나선 것인데요, 그들의 애정 또한 올바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기심이 인간을 집어삼키는 순간, 범죄는 발생한다'는 책 속의 말처럼 결국 각자의 이기심이 사건의 시작이며 과정이고 결과였습니다. 형사들이 사건 해결에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증거 하나로 범인을 잡는다는 점이 살짝 아쉽지만, 입체감 있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덕분에 저자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며,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