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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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2년에 가수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2007년 "와타쿠시리쓰 인 치아, 혹은 세계"로 등단해 2008년 "젖과 알"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습니다. 2009년 시집 "끝으로, 찌를 거야 찔릴 거야 자, 됐어"로 나카하라 주야 상, 2013년 시집 "물병"으로 다카미 준 상과 "사랑의 꿈이라든지"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2016년 "동경"으로 와타나베 준이치 상을 수상했습니다. 2010년 "헤븐"으로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올랐습니다. 그 밖의 다양한 작품과 여러 권의 시, 수필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노란 집>을 보겠습니다.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40살 이토 하나는 우연히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요시카와 기미코란 60세 여인이 20대 여성을 맨션에서 1년 넘게 실내에 감금, 폭행해 중상을 입혀 공판이 열렸다는 뉴스입니다. 기사가 게재된 것은 2020년 1월 10일이고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작년 2019년 5월입니다. 기사를 읽으며 20년 전 그녀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신발 상자에서 옛날 폴더 휴대폰과 충전기를 꺼내 전화번호부를 열어 기미코, 가토 란, 다마모리 모모코의 번호를 적었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뒤로 연락을 하지 않은 하나는 가토 란에게 전화를 걸었고,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걱정 가득한 하나에게 끝난 일이라며 걱정할 일이 없으니 경찰에 가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고 일어섭니다.

하나의 집은 변두리 동네 바깥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고 오래된 문화주택으로, 현장 일을 하던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근처 스낵바에서 일하는 엄마는 가게 동료나 친구를 집에 데려와 재우던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평범한 집 자녀가 아님을 더욱 깨닫게 된 하나는 친구도 없었고, 엄마가 한 번씩 넣어두는 돈으로 먹을거리를 사서 알아서 해먹었습니다. 처음 기미코를 만난 것은 15살 여름으로 옆에서 자고 있던 엄마 대신에 그녀가 자고 있었습니다. 기미코 씨는 엄마가 일하는 역 앞 스낵바의 마마와 옛날부터 아는 사이로 마마를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집은 뒷전인 엄마와 다르게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리도 함께하며 여름방학 한 달을 둘이 지냈습니다. 개학 첫날, 학교에서 돌아오자 기미코 씨는 없고, 늘 휑하게 비어 있던 냉장고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고, 하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없어졌고, 허무해진 하나는 의욕을 잃고 아르바이트도 그만두었습니다. 레스토랑에 유니폼을 갖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 남자친구 중개소에 일한다고 그만둔 엄마가 일했던 스낵바에서 기미코 씨가 나옵니다. 그녀를 만나 울고 있자니 같이 갈 건지 물어봅니다. 하나는 그 길로 기미코와 함께 삽니다. 이름과 간판만 바꾸고 그대로 물려받은 스낵바를 둘이서 운영하며 지내다, 캬바쿠라에서 일하던 가토 란과 허영심 많은 부모가 싫어 밖에서 떠도는 다마모리 모모코를 만납니다.

집을 나와 기미코와 살게 된 하나는 친구도 생기고, 가게 영업도 순조로워 이대로만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불행은 다가오고, 왜 기미코를 버리고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노란 집>에서 확인하세요.




우리나라 말 중에 '본데없다'란 말이 있습니다.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다는 뜻인데요, 예의범절·교양 등 내적인 소양에 주안점을 두는 말입니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것은 중요합니다. 부모가 가르친 것뿐만 아니라, 부모가 하는 행동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기준과 상황이 다르기에 보고 배운 것에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요, <노란 집>의 주인공 이토 하나는 엄마의 방치 속에 자라서 청소년 시절까지 보고 배운 것이 전무합니다. 가서는 안 되는 장소도, 귀가 시간이란 것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드나들어 반 친구들 부모가 어울리지 말라고 합니다. 어차피 잠만 자는데 어디든 상관없고,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저축의 필요성도, 집을 관리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불을 개고, 방을 닦고, 먹고 난 그릇을 바로 설거지 한, 평범한 행동을 한 요시카와 기미코의 행동에 하나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집을 나와 기미코와 사는 하나에게 엄마의 반응은 그러기로 했다면 된 거 아니냐는 가벼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엄마는 학교는 어쩔 셈인지, 어떻게 먹고 살 건지, 얼굴 보고 얘기하자 같은 말은 없고, 슬퍼하지도 화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기미코와 사는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는 더욱 기를 쓰고 매달렸던 것입니다. 부모와의 마찰로 가출한 상태인 가토 란, 다마모리 모모코와는 다른 처지입니다. 그들은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고, 뒷받침해 줄 부모가 있지만 하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노란 집>의 기미코, 영수도 하나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보기에 잘 살아가는 것 같아도 쉽게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책의 마지막 모습이 마음에 애잔하게 남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 찻집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

선술집에서 술 마시거나, 라면을 먹거나,

친구들과 놀러가서 추억을 만들거나,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평범하게 웃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하는,

요컨대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그들이 건실하게 일해 건실하게 돈을 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대체 어떻게 해서 그 건실한 세계에서 건실하게 살아갈 자격 같은 것을 손에 넣었냐다.

어떻게 그쪽 세계의 인간이 되었냐다.

나는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랐다.

p. 434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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