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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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술 문헌에 1000번 이상 인용될 만큼 인상적이고 탁월한 연구를 발표해온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입니다. 노팅엄대학교에서 암탉 해리어의 다양한 생태학적 측면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마치고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해 라임병 및 기타 진드기 매개 감염 위험 변화를 예측했으며, 숙주-기생충의 진화 역학을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밀렵 방지를 위해 데이터 과학 기술을 적용하는 등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를 보겠습니다.



40억 년에서 45억 년 전 특이한 특성을 가진 분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자신을 복제해 자손을 만드는 것이 전부였는데 복제자라고 불립니다. 최초의 복제자가 완벽하게 자신을 복제하고, 그 사본이 다시 완벽한 사본을 만드는 일이 무한정 반복되었다면, 복제자는 한 유형만 존재했을 것입니다. 변화가 전혀 없으므로 당연히 더 정교해지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발생한 일은 오류, 그에 대한 다양성, 그에 따른 경쟁, 그에 따른 복잡성, 그에 따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고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입니다. 진화는 불완전성의 결과입니다.

치타는 가젤을 잡기 위해 빨라야 하고, 가젤은 치타를 피하기 위해 빨라야 합니다. 대칭적으로 꼭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적응도'는 한 개체가 남길 수 있는 자손의 수에 대한 척도로, 치타는 가젤을 잡지 못하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는데 그치지만, 가젤은 어떤 추격전이든 이기지 못하면 죽기에 적응도는 순식간에 0이 됩니다. 치타와 가젤 사이의 비대칭성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 선택은 세대 간 필터 역할을 하여 현재 환경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특성을 가진 계통에 우선적 진입을 허용합니다. 가젤의 필터는 치타와의 경주에서 진 가젤은 단 한 마리도 허용하지 않지만, 치타의 필터는 대부분의 치타를 허용하고 연달아 실패한 치타만 처벌합니다. 결론은 치타를 피하기 위한 가젤 유전자가 가젤을 잡기 위한 치타 유전자보다 훨씬 더 강한 선택 압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젤이 경주에 승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가젤의 몸은 승리를 위해 자연 선택에 의해 더 미세하게 조정되었습니다. 이들이 마주칠 때마다 포식자는 끼니를 놓칠 위험만 감수할 뿐이지만, 먹잇감은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고래의 머나먼 조상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육지에 사는 네발 달린 생물로부터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로 돌아갈 때 고래는 마지막으로 물을 떠났을 때보다 물에 적응이 덜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아가미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래는 왜 아가미를 다시 진화시키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바닷물에 포함된 산소는 바로 위에 있는 공기에 함유된 산소의 약 1/3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바다로 간 포유류는 물고기가 1리터의 공기를 마셨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산소를 얻으려면 3리터의 물을 마셔야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바닷물의 염분은 유독하게 작용했기에, 초기의 해양 포유류는 아가미를 발달시키는 대신, 수중 환경에서 공기 호흡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축척해 호흡을 더 잘 하는데 전념했습니다.

이외에도 탁란, 기생, 단장, 노화, 집단생활, 자식/배우자 살해, 잘못된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그것은 진화이지만, 위대한 성공작은 아니다.

p. 17


우리는 흔히 '진화'를 점점 더 좋고,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자연 선택은 계획이 없고, 앞을 내다보지 않으며, 최종 목적지가 막다른 골목일지라도 유기체의 유전자에 즉각적인 이득만 안겨준다면(즉, 유전자를 불어나게만 해준다면) 해당 형질에 보상합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예를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통해 진화를 살펴보면, 종, 개체, 유전자 등 어느 관점에서 봐도 진화가 늘 좋은 방향으로만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좋은 방향이 아니라,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되려 진화는 목적이 없고, 수동적이며, 비도덕적입니다. 진화가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에 대한 답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자연의 질서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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