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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2024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ㅣ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평점 :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로 저자는 소설 "고래 233마리",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곽재식의 세균박람회", "유령 잡는 화학자" 등을 썼습니다. EBS와 SBS 라디오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며, 공학박사이며,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슈퍼 스페이스 실록>을 보겠습니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에 보이는 행성들이 천상계의 신령 같은 것이고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신비로운 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뉴턴은, 행성이 그냥 떨어지는 돌멩이나 사과와 다를 바 없다고 치고 계산하면 훨씬 더 정확하게 행성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을 별자리나 마법이나 주술로 이해하지 말고, 과학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는 점을 멋지게 보여준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후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후기 무렵, 중국을 찾아간 유럽인들을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이 전해지자 조선 학자들 사이에도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이 퍼졌습니다. 특히 조선 숙종 시대에 활동한 정치인이자 학자 김석문은 지구가 둥글다는 학설을 연구한 결과 지구가 도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김석문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유럽에서도 지동설이 상식으로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김석문은 지구, 달, 태양 등은 모두 커다란 공 모양의 둥근 물체이며 우주에서 허공에 뜬 채로 이리저리 돌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조선 시대 작가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김석문의 학설을 소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숙종 시대의 조선은 세계 각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나라가 아니었기에 김석문의 학설은 널리 퍼지지 못했습니다. 만약 조선 학자들이 세계와 활발하게 교류했다면 세계의 과학을 빨리 발전시키고, 조선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도 더 빨리 바뀌지 않았을까요.
별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학자들은 하늘에 어떤 별자리들이 있고, 어떤 별이 보이는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지도처럼 정리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1만 원짜리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이 그림은 고려 시대에도 전해 내려오던 별자리 지도를 조선 초기에 정리하고 가다듬어 다시 보기 좋게 그려 돌에 새겨놓은 것입니다. 총 1467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데, 전 세계에서도 무척 오래된 편에 속합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을 유럽에서 시작되어 유럽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학 기술은 유럽에서 들어온 외국문화이고, 한국의 전통은 과학 기술과 반대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옛날이라고 사람이 어떻게 기술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발전의 속도가 다를 뿐, 한국인들도 오랜 역사에 걸쳐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과학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과학 기술은 한국 문화 속에서도 언제나 중요한 한 부분이었습니다. 저자는 십여 년 간 한국의 괴물 이야기를 정리하고 그에 관한 글을 쓰거나 책을 펴내면서 별에 관한 전설과 하늘 바깥세상과 우주에 대해 상상한 신화를 접했답니다. 한국에서 옛날에 굉장히 유명했던 이야기를 지금은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더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슈퍼 스페이스 실록>에서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한국의 전설, 신화, 옛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옛날 조상들의 천문학과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그에 따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연구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한국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학 기술이 우리의 문화이고, 원래부터 하던 일이며,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