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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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경기도 남양주시 작은 서점에서 태어난 저자는 날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책을 선생님과 친구로 삼으며 자랐습니다.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본업으로는 뉴스를 다루고, 부업으로는 옛날 얘기인 '사색'과 동물의 성을 다룬 '생색'을 쓰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을 보겠습니다.



그리스 석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 다비드 상은 고대 그리스 미(美)의 기준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리스 석상을 보면 신체 하나하나 아름다움 그 자체지만, 남성성을 상징하는 성기가 유달리 작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대 대부분의 문명에서 성기는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통해 클수록 선(善)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만 성기를 유독 작게 표현했는데, 그 이유는 철학의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남성성은 신체 단련을 통한 근육질 몸매와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이성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굴의 의지로 섹시한 근육질 몸매를 만든 사람과 이성과 철학을 겸비한 시민을 최고의 남자로 쳤습니다. 반면 원초적인 욕망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교양 있는 그리스 시민이 아니었고, 성기는 욕망의 지표였기에 그만큼 작게 표현해야 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의 여성도 같았습니다. 가슴이 작은 여성이 이성적이고, 천과 붕대로 가슴을 세게 묶어 성장을 막았다고 전해집니다.

우리에게 '사드 후작'으로 유명한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가 쓴 "소돔의 120일"의 육필 원고가 2017년 프랑스 파리 경매시장에 나왔습니다. 프랑스 문화부는 보물이 경매를 통해 외국으로 유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우리 돈 약 60억 원에 이 작품을 사들입니다. 도대체 변태적인 작품인 이 소설이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요. 당대의 악동이었던 사드 후작은 20세기의 철학자들로부터 당대의 성과 도덕에 관한 모든 기준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또한 기존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희소성도 높게 평가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드는 고립주의라는 철학이 있었고, 고립주의는 '타자의 극심한 고통은 나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반면, 스스로가 경험하는 아주 미미한 쾌감은 큰 감동을 준다'라는 명제입니다. 또한 사드 작품엔 페미니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고(故)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의 작품이 그러합니다.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은 '주제/인물'로 나눠 27가지 내용을 다룹니다. 저자는 성의 역사를 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사색(史色)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성에 관한 내용만 쓴 건 아니고, 위대한 왕, 귀족, 예술가들의 은밀한 사생활도 주요 주제가 됐습니다. 외국의 내용만 다룬 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내용도 같은 주제로 함께 실어, 동서고금을 뛰어넘은 인간 본성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외설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있어 한번 읽고 끝날 내용이 아닙니다.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깨우치는 내용과 대중문화의 내용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등 상식과 재미를 다 잡았습니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본능이 세상을 움직이는 여러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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