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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ㅣ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평점 :
1998년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규슈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2021년 회사원으로 취업하면서 회사 생활과 습작을 병행했습니다. 2022년 <세상 끝의 살인>으로 제68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그럼, 심사위원 만장일치에 빛나는 <세상 끝의 살인>을 보겠습니다.
직경 7.7km를 넘는 소행성 2023NQ2-통칭 테로스는 2025년 3월 7일, 지구 궤도와 교차합니다. 지표에서 20도 정도의 낮은 각도로 돌입해 중국 상공을 남동쪽으로 통과해 일본 구마모토현 아소 군에 충돌할 것입니다. 테로스가 발견된 것은 1년 5개월 전인 2023년 7월 15일이었으나 그 위험성이 세상에 공표된 적은 없었습니다. 사실이 공표된 것은 2024년 9월 7일로 세계 각국에 생중계되었고, 각국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3주 동안에 1억 5천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충돌 예측 지점에서 멀리 도망치려고 했고, 12월 30일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 고하루는 혼자 차를 몰고 구마모토로 가서 이 세상 최후의 날을 충돌 예측 지점에서 맞이하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새해가 되기 전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하루는 운전학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이사가와 강사를 만났습니다.
최후의 몇 개월을 남겨두고 운전을 연습하는데, 교습 차량 트렁크에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강사는 놀라지도 않고 살펴보더니 타살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곧 멸망으로 다 죽을 텐데, 왜 이 여자를 죽였는지, 길가에 버려도 상관없는데도 트렁크에 시체를 숨긴 이유는 무엇인지, 전직 형사 이사가와는 하루와 함께 경찰서에 갑니다. 경찰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치무라가 세 번째 살인사건이라고 말합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프리터족 17세 다카나시, 사립고에 다니는 17세 다치나미 준야가 연이어 자상을 입고 죽었습니다. 아직까지 운영 중인 정형외과 의사에게 트렁크에서 발견된 여성의 해부를 부탁했고, 그녀의 위에서 명함이 발견되었습니다. 명함으로 죽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한 뒤, 그녀의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에서 NARU로 짐작되는 인물과의 메일을 발견합니다.
NARU는 누구이고, 앞선 피해자들과 어떤 관계인지, 하루와 이사가와의 수사는 <세상 끝의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이름, 생김새, 직업 등의 외적인 면만 알고 있다고 그렇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성격, 기호, 취미 등을 알고 있거나, 가족이나 마음이 잘 맞아 교류를 지속한 친구 사이에서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미지로 그 사람을 끼워 맞추는 건 아닌지, <세상 끝의 살인>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두 달 전, 망해가는 세상에서 운전을 배우려고 학원을 찾은 23살 하루와 운전강사 이사가와 강사는 어떤 사람일까요. 평소 소심한 아빠는 일본을 떠나자고 말할 것이며, 어머니도 찬성해 하루의 가족은 해외 도망을 시도할 거라 하루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남동생을 버리고 하루아침에 떠난 엄마와 자살한 아빠까지, 그전까지 평범한 가정이라고 믿었던 하루는 부모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리고 유약하다고 생각한 남동생은 학교폭력의 주동자가 되어 방 안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모와 남동생의 다른 면을 보게 된 하루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운전학원을 찾은 하루가 운전교육 차에서 시체를 발견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수사는 전직 형사인 이사가와 강사의 지나친 정의감으로 시작됩니다.
사람은 극한에 몰리면 본성이 나온다고 합니다. 나 자신도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장담할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상이 외롭게만 생각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도 보면 웃을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남을 도와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직도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것일 테니까요.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사람들과의 작은 다정이 있는 한 살만한 세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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