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장편소설 "보통의 노을", "나나", "챌린지 블루", "테스터", "소금 아이",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등을 출간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신작 <BU 케어 보험>을 보겠습니다.
이 조리원은 다른 곳과 비교해도 시설과 프로그램, 식단이 괜찮았으며, 산부인과 간호사 출신들인 데다가 신생아 돌봄 전문교육까지 이수한 분들이 근무합니다. 다만 하루 두 번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각종 설명회를 듣는 조건으로 다른 조리원보다 비용이 20%가량 저렴합니다. 산모들을 대상으로 육아용품, 미용 제품, 가전, 교육교재 그리고 보험까지 각종 업체가 상품 홍보차 이곳을 들렀는데, 대부분 잠시 앉았다가 자리를 뜨고 마지막까지 남은 산모들은 간가영, 남나희, 단다빈, 라라미뿐입니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유명 커피집 케이크와 커피 쿠폰을 준다기에 계속 앉아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검은 양복 차림의 남녀는 4명이 생각하기에 허무맹랑했고,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한 달 커피 2잔 값의 보험료라는 말에 나중에 각자 가입했습니다.
어느 회사 앞 커피와 샌드위치를 파는 커피 트럭 앞에 이상한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영수는 혼자 흥분해서 주인에게 화를 내며 치우라고 했고, 주인은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왜 흥분하냐고 말하자 영수는 소문이 퍼질까 봐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합니다. 영수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영수의 행태를 보고 혹시 플래카드의 주인공이 아니냐며 놀립니다. 주인이라고 한 사내와 딸이라는 여자는 사실 BU 케어 보험의 안 사원과 나 대리이며, 간가영의 딸 마주가 애인의 바람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망신당했으면 좋겠다며 보험증서를 내밀었습니다.
상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썸 타는 상대의 진심을 알면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족쇄가 되면서, 남들과 다른 사랑에서의 이별로, 이별 전문가를 만나 보험 서비스를 받는 이야기는, <BU 케어 보험>에서 확인하세요.
세상에는 다양한 보험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종신보험, 교통사고보험 정도만 있었고, 친척이나 지인을 통해 보험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치아보험, 골절 보험, 암보험, 상조보험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가입대상도 어려지더니 이젠 뱃속에 있는 태아를 위한 보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BU 케어 보험>처럼 이별을 위한 보험은 생소합니다. 이런 보험이 있다면 가입을 할까 싶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많은 요즘을 위한 상품일 것 같습니다. 특히 이별은 친구든 가족이든 위로하기 힘듭니다. 어떤 사람은 일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술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등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게 맞는 방법은 이별을 해봐야 알 수 있고, 그 방법으로 이별 전처럼 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별이 무섭다고 사랑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책처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복수와 보장을 해주는 보험 상품이 있다면 자녀를 위해서 무조건 가입할 것 같습니다. 이별에 성공과 실패는 없겠지만, 와해되고 깨지고 부서져야 비로소 선명해집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이별은 누군가의 인생에 아프고 또렷한 흔적을 남깁니다. 그러니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삶을 살기 위해선, 그 아픔이야말로 진심을 다해 정중히 다스려야 합니다. 그 아픔을 어떻게 다스릴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추억이 끝나면, 또 다른 시간이 밀려올 것이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길로 가면 되는 거였다.
어쩌면 삶은 생각보다 명료했고, 그만큼 단순했다.
(p. 92)
삶이란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반복 운동이고,
그 어지러운 나날 속에서 힘들게 균형을 잡는 것이다.
비틀거리거나 쓰러지거나 가끔은 추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그 위에 올라서는 수밖에…….
(p. 24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