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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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으며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습니다. 루쉰의 작품을 번역하는 한편 동아시아 및 한국의 관점에서 루쉰을 새롭게 이해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이욱연의 중국수업", "이만큼 가까운 중국"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루쉰의 소설 "아Q정전", "광인일기", 루쉰 산문집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알려주는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을 보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나답지 않다고 느꼈을 때 실망하기도 하지만, 나다웠다는 기분이 느껴질 때에는 가슴이 벅참을 느낍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지, 무엇이 진정한 나다움인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다움의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루쉰의 소설로 살펴봅니다. 연애소설에는 사랑 이야기를 넘어 내가 누구인지에 관한 진지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할 권리에서 시작된 물음은, 늘 의무를 생각했던 개인이 권리를 인식하고, 외부에서부터 스스로를 향해 시선을 옮기는 데 크게 이바지합니다. 나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다른 누군가의 내가 아니라 '나의 나'로 여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루쉰은 세상을 바꿔 이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로 세우는 일, 즉 '입인(立人)'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 나다움을 찾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Q정전"에서 아Q는 순간의 패배를 잊어버리고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에 급급합니다. 패배감이 없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정신적인 승리로 바꾸어 회피할 뿐, 그 현실과 마주하지 않습니다. 넘어지는 일은 늘 있습니다. 하지만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시 일어나려면 넘어진 바닥을 내 두 손으로 짚는 수밖에 없습니다. 패배에서 배우지 않으면 패배는 반복되고, 결국 더 큰 패배로 비극적 종말을 맞을 수 있습니다. "행인"에서의 행인은 자신의 가는 길의 끝에 무덤이 있는 것을 알아도 계속 가보는 것처럼 내면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길을 가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미래는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루쉰의 인생을 살펴보면 하늘은 모든 이들을 다 쓸 데가 있어서 다 다른 모습으로 내보냈습니다. 그 모든 다른 사람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의 고유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과 그런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그런 의미의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조건입니다. 사람만 바뀐다고, 정권이 바뀐다고, 리더가 바뀐다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그가 고생할 때 그렇게 타도하고 싶고, 내쫓고 싶던 사람과 함께 세상을 나면서 자신이 어느새 그 사람을 닮아버린 건 아닌지, 늘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하면서, 과거 주인과 다른 새로운 주인, 새로운 권력자, 새로운 사장인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 새로운 세상을 여는 사람이며 새로운 주인이 될 것입니다.




루쉰은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중국인으로서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중국 현실이 처한 문제를 비판하고 중국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중국의 어두운 현실을 바꾸기 위한 루쉰의 생각은 독특했습니다. 한 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제일 먼저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아니면 경제 제도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루쉰은 정치를 바꾸거나 경제를 바꾸는 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보다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문화와 사람의 변화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그는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고 나라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가 바뀌어도, 중국에 어둠과 혼란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과 습관이 집단적 표현으로 나타난 것이 문화이며,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중국에서의 모든 개혁은 용두사미가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절망의 시대에 절망에 항전하는 삶의 태도와 희망을 만드는 법, 패배와 실패 속에서 자신을 추스르는 삶의 지혜와 관련한 루쉰의 모습을 통해, 오늘까지 루쉰의 글을 읽고, 루쉰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나와 한국 사회를 비춰보는 이유입니다. 또한 우리가 루쉰을 여전히, 그리고 다시 읽는,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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