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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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보톡스라는 브랜드를 확산한 공로로 미국 제약회사에서 감사장을 받은 이찬휘 저자는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기상장교로 전투 기상예보를 한 뒤 KBS 기상전문기자로 일기예보를 했습니다. SBS로 옮겨 의학전문기자로 일하고 퇴직한 뒤 의학 관련 교육을 하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언론계에 들어가 전문지·경제지·종합지·월간지·주간지·일간지·인터넷에 이어 방송까지 두루 경험한 허두영 저자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지희 저자는 글로 먹고살기 위해 전공 삼았던 과학에 의지하면서도 언젠가 독립한 글로 성공하리라 갈고닦고 있습니다. 그럼 3명의 공동 저자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를 보겠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는 크툴루 신화의 세계관을 창조한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사람이 만나기 싫어 은둔형 외톨이로 숨어 살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기를 꺼려 사진도 몇 장 없습니다. 하루 한 끼 먹을 만한 돈 50센트(현재 한화 기준 7~8천 원)로 세 끼를 때웠습니다. 우편요금을 내려고 끼니를 자주 거르고, 유통기한이 3년이나 지난 통조림 하나를 사흘 동안 파먹었습니다. 돈이 좀 생기면 달고 값싼 주전부리를 사 먹었습니다. 극도의 무관심에 그의 작은창자에 악성종양이 생겼고, 의사를 만나기 싫어서 그랬는지 죽기 한 달 전까지 병원을 찾지 않다가, 입원한 지 닷새 만에 향년 46세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평생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인 자세로 봉사하는 삶을 살았던 '마더 테레사'는 30대 중반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1991년 나이 여든 줄에 들어선 수녀는 폐렴으로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의사는 평생 허리를 구부린 탓에 허파가 계속 눌려 생긴 병이라고 했습니다. 일흔이 넘자 마더 테레사는 폐렴, 신장질환, 심장마비, 뇌전증, 쇄골 골절, 말라리아 같은 갖은 질환을 두루 앓으며 거의 강제로 병원에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병약하고 가냘픈 수녀를 어떤 질병도 쉽게 쓰러뜨리지 못했습니다. 향년 87세 평생을 섬기던 예수의 품에 평안하게 안겼고, 교황청은 2016년 두 가지 기적을 인정해 성인의 품에 올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세종대왕은 건강관리에서는 조금도 존경받을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책과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세종은 운동을 게을리했고, 육식을 많이 한 결과 소갈(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했습니다. 세종이 운동을 싫어한 이유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 것으로 보입니다. 척추에 생긴 염증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지는 질환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다른 조직을 침범하기도 합니다. 세종을 괴롭힌 풍질이나 풍습 증상도 척추염과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말을 타고 사냥을 하고 싶어도 몸이 쑤시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식탐과 과로와 운동 부족은 비만과 당뇨로 이어지고, 세종은 결국 종합병원이 됐습니다.




건강에 관심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병에만 집중하다 보니 병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엔 병에 관한 온갖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온갖 좋다는 영양 레시피와 운동처방을 비롯해서 별스러운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용품이 좋아요와 구독을 강요합니다. 제대로 보니 늘어난 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병에 대한 불안입니다. 병을 알려면 사람부터 봐야 합니다. 그 사람의 생로사를 모르는 채 어찌 병만 알 수 있을까요. 병원의 3분 진료는 그야말로 병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의사의 3분 진료를 탓하기보다 더 짧은 나의 자가 진료를 꾸짖어야 합니다. 내가 앓는 병과 내가 먹는 양으로, 나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성찰해야 합니다. 세계사의 위인들이 앓은 질환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그들의 생로병사를 들여다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는 그들이 앓은 질환과 묻힌 죽음은 재능과 노력의 위대한 성취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의 자서전과 주치의의 기록과 당시 주변 자료를 찾고, 현대 의학자들이 파헤친 최신 논문까지 훑어보니, 위인의 위대한 성취는 거의 대부분 그가 앓은 질환의 원인이거나 결과입니다. 이 책으로 '병'은 '사'로 가는 '노'의 과정이며, 또한 '사'를 성찰하게 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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