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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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는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습니다.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초기 실험성 강한 중단편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의 기수로 우뚝 섰습니다. 1993년 위화는 기념비적인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을 발표하며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을 통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출간 25년이 지난 2018년 한 해에만 200만 부가 팔리는 등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발표한 "허삼관 매혈기"는 출간 후 10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중국소설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중국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그려낸 "형제", "제7일"을 잇달아 발표했고, 2021년, 8년 만에 발표한 <원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린샹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유일한 관리였고, 어머니는 이웃 현에서 향시에 급제한 집안의 딸이라 가세가 기울었어도 경전을 공부했고 총명한 데다가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린샹푸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로부터 400여 무의 전답과 방이 여섯 개인 저택, 끈이 끊어진 책까지 포함해 100여 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머니는 부지런히 배우고 성실하게 일하는 품성을 키워주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인 작은 탁자와 걸상을 베틀 앞으로 옮겨놓고 어머니는 베를 짜면서 그를 가르쳤습니다. 열세 살 때부터 린샹푸는 집사 톈다를 따라 논밭을 살폈습니다. 그가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병으로 쓰러졌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스물네 살이 될 때까지 혼자 있던 린샹푸에게 젊은 남녀가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남매로 여동생은 샤오메이, 오빠는 아창입니다. 그들은 원청이라는 아주 먼 남쪽 도시에서 왔으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이모부 집으로 가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한답니다. 어머니가 떠난 뒤 침묵에 잠겨 있던 집에서 이날 밤에는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샤오메이라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여자가 병으로 쓰러져 일어나질 못했고 오빠는 여동생을 부탁하며 경성에서 이모부를 찾은 뒤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그날 오후 샤오메이는 갑자기 건강을 되찾았고 집안일을 하고 베틀을 짜면서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둘은 결혼했고, 샤오메이는 부처에게 오빠를 보살펴달라고 빌어야겠다며 나갔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금괴를 가지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린샹푸는 말수가 줄고 웃음을 잃었습니다.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린샹푸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스승을 만나 기술을 배우던 중 샤오메이가 돌아왔습니다. 아이를 가졌다고 했고 이미 배도 많이 불렀습니다. 딸을 낳았고 여름이 지나가고 10월의 어느 날, 날이 밝지 않았는데 린샹푸는 그치지 않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린샹푸는 딸을 데리고 샤오메이를 쫓아가려 합니다. 아내의 고향인 원청이란 곳에 가려고 했으나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젖동냥을 하며 시진에 도착한 그는 그곳이 아창이 말한 원청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온갖 고생을 다 하고도 아내를 찾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딸이 린샹푸의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린샹푸는 시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딸에게도, 그에게도 샤오메이가 필요했습니다. 지금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시진으로 돌아올 테니, 샤오메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 작정했습니다.


이야기의 2/3 지점에 부록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샤오메이와 아창의 어린 시절과 그들이 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샤오메이가 딸을 낳고는 왜 린샹푸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려줍니다.




거의 600쪽에 달하는 <원청>은 읽기 시작하면 두꺼운 페이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190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일생을 그려내는 장편소설은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네 지주인 린샹푸는 부모를 잃고 홀로 사는데 샤오메이란 여자를 만났으나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러다 다시 나타나 딸을 낳고 또 떠납니다. 린샹푸는 아내를 찾기 위해 샤오메이가 말한 원청이란 곳으로 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곳을 몰랐고, 시진이란 곳이 아내가 말한 고향의 모습과 말투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곳에 딸과 함께 머무르며 아내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은 린샹푸는 혼란했던 사회에 휩쓸리게 됩니다. 개인의 일생이 시대와 맞물리며 어떤 행보를 이어가는지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시대 상황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 개인의 일생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혼란한 시대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괴롭히는 토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악행에 치가 떨립니다. 하지만 보듬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은 그래도 살아갈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난세의 전기적 이야기를 다룬 <원청>을 쓰면서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난세 속 대한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서문에 썼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청 이야기를 기대하며 흡입력 있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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