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저자는 토론토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장편소설 "뼈의 침묵"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붉은 궁"을 발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작품 분위기, 탄탄한 서사 속에 치밀한 미스터리 장치를 가미한 필력으로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먼저 그 이름을 알렸습니다. 2022 화이트 파인 어워드 최종 후보, 2년 연속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최종 후보,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소설에 선정된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보겠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민제우 종사관에겐 민환이와 민매월 두 딸이 있습니다. 5년 전 숲에 들어간 아이들은 절벽 아래에 떨어져 죽은 서현 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환이는 의식을 차린 후 사고에 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3살 아래 동생 매월은 기절하기 전 숲을 활보하는 하얀 가면을 쓴 사내를 보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시신은 홍 목사의 명령에 따라 매장되어 사건의 내막을 밝히기 힘들었습니다. 매월은 신병에 걸려 무당 노경 심방께 맡겼고, 육지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겨 민제우는 민환이만 데리고 갑니다. 범죄 사건을 수사하며 200여 건을 해결해 조선에서 제일가는 수사관으로 이름을 떨친 민제우는 제주도에서 여자아이들 13명이 실종되었다는 사건을 듣고 갑니다. 이후 소식이 끊겼고 부하 기 대장이 조사를 했으나 1년 뒤 사건을 종결하고 곶자왈에서 민제우 겉옷의 왼쪽 소매로 죽었다고 공표했습니다.


민환이는 서생으로 변장하고 복선이라는 사람이 보내준 불에 탄 아버지의 수사 일지를 들고 바다 건너 아버지를 찾으러 갑니다. 노경 심방에게 아버지의 행적을 물었고, 실종된 아이를 목격한 사람이 하얀 가면을 쓴 남자를 봤다고 했답니다. 그때 횃불들이 점점 가까이 오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마지막으로 실종된 14살 현옥의 언니가 죽은 채로 발견된 동생의 혼과 이야기하고 싶다며 노경 심방을 찾아왔습니다. 매월이 대신 앞장서고 문제의 현장에 갔습니다. 환이는 자세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 현장 주변을 돌며 눈에 담고 검은 일지에 기록합니다. 시신의 발목과 손목에 묶인 흔적이 있었으나 밧줄은 하나뿐이고 칼로 말끔하게 잘랐습니다. 그때 유 선비라는 사람이 다가와 사망 시각을 추론합니다. 그는 3대가 의원인 가문의 아들이나 지금은 노름과 잠밖에 모르고 소문에 관심이 많은 술꾼입니다. 유 선비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었고, 그는 사라진 아이 열세 명과 서현의 자살에 대해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다고 합니다. 서현은 7년 전 온몸에 멍을 달고 옷이 다 해진 채 이 마을로 흘러 들어왔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그러다 갑자기 노원 사람들이 서현은 공녀였고 명나라에서 탈출했을 거라고 떠들기 시작했답니다. 공녀는 돌아올 기회가 있어도 돌아오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서현은 살기를 택했습니다. 모르는 마을에 와서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지만 공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달라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피했고, 외톨이로 2년 동안 정말 조용히 살았는데 죽은 채 자매들과 발견되었습니다.


환이는 예전에 살았던 집으로 갔습니다. 누군가가 깨끗하게 관리해 놓았습니다. 고향집을 찾아온 문 촌장은 기 대장이 환이를 찾는 편지를 보냈고, 발견하면 육지에 있는 고모님 댁으로 돌려보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문 촌장은 아버지를 찾으러 이곳까지 온 환이를 대견해했고 조사가 끝나면 돌아갈 것을 약조 받고 못 본 척합니다. 환이는 현옥의 언니의 진술을 토대로 죄인 백씨, 노경 심방을 의심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실종 사건과 5년 전 숲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내고,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자매가 발견된 그 숲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하얀 가면을 쓰고 칼을 든 남자를 만났고 그를 피해 도망쳤으나 붙잡힙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동생 매월이가 나타났고 다시 둘은 도망칩니다. 겨우 따돌렸으나 동생은 아버지를 찾는 건 그만두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생각만큼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동생 매월이가 본 아버지의 모습은 무엇인지, 열세 명의 여아들은 어디에 있는지, 복선이는 누구인지,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서 확인하세요.




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을 비롯해 일본 지배에 있던 나라의 여성들이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팔려 갔습니다. 우린 이들을 압니다. 지금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집회를 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앞서 다른 나라로 팔려 가야 했던 한국 여성들을 아십니까. 고려 때 몽골이 침입했고 패배한 고려는 화평 조건으로 공물과 공녀를 바쳐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나라의 간섭을 받았던 14세기부터 약 100년간 고려의 여성 수천 명이 공녀로 끌려갔습니다. 원은 일부다처제의 풍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에서 온 공녀들을 아내로 삼거나 시중을 들거나, 노비로 전락해 매매되기도 했습니다. 보통 11세에서 18세 처녀가 대상이었고 자신이나 가족의 뜻과 상관없이 타지로 끌려가야 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10살이 되면 혼인을 서두르는 조혼을 시키거나, 중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절에 힘없고 불쌍한 집의 딸들은 그저 끌려갔고, 돈이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딸을 빼기 위해서 원나라 사절에게 뇌물을 줍니다. 그러면 왕실에서 명나라에서 보낼 처녀들의 숫자를 기록해놓기 때문에 그 처녀를 대신할 다른 처녀를 무조건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절은 숨겨놓은 처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고,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마저 생깁니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딸을 가진 부모들의 마음과 이유도 모른 채 잡혀가고, 숨어 지내야 하는 고려 시대 딸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떨어져 고립되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숨기기기 쉬운 제주의 숲속의 비밀이 밝혀지며,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납니다. 이제는 우리가 알야야 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좀좀허랜(=조용하다=입을 다물다) 할 순 있다.

허나 그 결정을 멫 년이 지나도 만족햄시냐? (p. 362)


좋은 것들이 알고 보면 모조일 때도 있지. (p. 388)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