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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한국사 - 사적인 기록, 시대를 담아 역사가 되다
모지현 지음 / 더좋은책 / 2022년 11월
평점 :
역사를 사랑해 이화여대 사학과에 진학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임용고사를 통과한 저자는 고양시의 고등학교에서 십 년 넘게 한국사와 세계사 수업을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학교 밖 청소년과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배워 지혜를 나눔으로써 건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세상이 되기를 꿈꾸는 저자의 <아주 개인적인 한국사>를 보겠습니다.
임진왜란 7년 동안 명군과 왜군 양쪽에 의해 전 국토가 유린되었고 문화재의 약탈, 소실 또한 막대하게 초래되었습니다. 한양의 춘추관과 충주사고, 경상도의 성주사고 등이 전화에 휩쓸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기록이 사라졌습니다. 그런 와중 전주사고 기록만은 기적적으로 보존되는데, 백성의 절대적인 헌신 때문입니다. 나이 때문에 의병에 지원할 수 없었던 64세 안의와 56세 손홍록이 가동(집안의 종)들과 함께, 궤들을 일일이 지게에 얹어 어깨에 메고 1592년 6월 내장산 금선계곡의 은봉안(은적암)에 도착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재 또한 아낌없이 털어 이처럼 필사적으로 옮긴 것은 다름 아닌 '조선왕조실록',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각종 중요 문헌, 그리고 국조인 태조의 어진과 제기들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피란 길은 1603년 강화도로 이안되며 마칩니다. 십여 년 동안 무려 삼천 리의 피란 길, 기나긴 그 길 끝에 전주사고 실록은 기어코 살아남는 데 성공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 조정은 안의와 손홍록에게 종 6품의 벼슬을 내립니다. 민간인에게 내려진 최상급의 벼슬입니다. 큰 공을 세운 의병장도 5,6품직을 하사받은 정도였으니 이들의 공로를 당시 어느 정도로 높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멜 표류기'는 신비하고 야만적인 모험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인에게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널리 읽혔습니다. 조선에서 13년이나 생활한 저자가 알려준 정보는 신뢰성이 높아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 때문입니다. 이같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은 컸으나 실제 결실을 얻지는 못합니다. 네델란드는 일본에 무역 거점을 가지고 있는 한 조선과 무역 거래를 할 생각을 버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네덜란드가 파고들기에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몹시 견고했습니다. 보고서의 출간이 조선에 관한 초기 인식을 제공했고 그 유럽 국가들 대부분 제국주의 국가로 변모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근대 이후 이들의 조섬 침탈은 '하멜 표류기'로부터 얻은 조선의 정보에 기반을 두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시기에 대한 안타까움만 가지고 있다면 현재 우리 또한 같은 길을 걸어갈지 모를 일입니다. 당시 조선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데 필요했던,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힘, 그것은 미지에 대한 시선이 우리의 묵은 지식에서 비롯됨을 인정함으로써 다른 시각도 허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 이것이 '하멜 표류기' 안에 담긴 그 시대가 우리에게 남겨주면서 기억하고 변화하기를 바라는 또 하나의 전언일 것입니다.
역사는 개개인의 삶이 한 흐름으로 모인 줄기이며 산맥입니다. 개인의 삶은 역사 속에서 규정되기 마련입니다. 한 개인이 살아낸 시대는 그의 모든 것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이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순간에도 개인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주어진 수많은 선택지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상황 동일 조건에도 다른 선택을 하는 개인들은 놀랍습니다. 시대에 대한 순응도, 침묵도 선택할 순간이 있는 법입니다. 때로 개인적 비극으로 종결될 것이 예상됨에도 저항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난 좁은 길로 다수의 개인이 뒤따르기를 선택하면서 역사는 또 한 걸음 나아갑니다. 그러기에 역사는 거대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역사 <아주 개인적인 한국사>는 작은 개인이 경험한 시대, 그 시대를 빚어낸 개인이 선택한 삶들을 보여줍니다. 일기와 자서전, 회고록과 비망록 등 개인이 사적으로 남긴 기록을 통해 한국사의 흐름을 그려봅니다. 그때 그 시절 생생하게 숨 쉬는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