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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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공에서 진로를 바꿔 환경공학과 생태학을 공부한 저자는 다시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작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연옥의 수리공"으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으며, 제7회 ZA 문학 공모전 우수작으로 단편소설 "화촌"이, 2021 메가박스플러스엠X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에 단편소설 "편의점의 운영 원칙"이 각각 선정되었습니다. 그럼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미스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를 보겠습니다.



촌구석 사람이던 한수의 부모님이 강남에 입성하게 된 것은 공부의 힘이었습니다. 그런 두 분의 교육열은 높았고, 장남인 한수는 어릴 때부터 각종 학원과 과외를 다녔습니다. 공부가 적성에 안 맞아 운동과 악기도 배웠으나 모두 안 맞았고, 고3을 앞두고 한국 교육 자체가 적성에 안 맞는다며 부모님을 졸라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겨우 들어간 삼류 대학에서는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 빠졌고, 낙제점 가득한 성적표가 그의 6년 유학 생활의 결과물입니다. 양심에 찔려 면접 스터디를 다닌 그에게 누군가가 목소리가 배우 같다는 말에 엄마가 마지막으로 반지하 집의 보증금과 한 학기 연기학원비를 주셨습니다. 연기 연습 10개월 만에 광고 영상 뒷배경에서 마임 연기를 한 게 전부인 경력으로 고1 친구 모임에 갔습니다. 친구들이 전교 1등 채기영의 소식을 내게 물어보자 한수는 기영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한참 뒤에 소파를 찍은 사진과 함께 '한수야, 나 투명인간을 죽였어.'라고 옵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니 기영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자신의 집에 오라는 말에 달려간 한수는 자신을 도와줄 수 있냐며 묻습니다. 한수가 어려울 때 없는 형편에서 선뜻 돈을 빌려준 기영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한수는 알겠다고 대답합니다. 사진에 있던 소파를 만져보니 정말 보이지 않지만 사람 같은 물체가 있습니다. 여기 기영의 집에 분명 투명인간의 시체가 있습니다. 기영은 투명인간의 시체를 치워달라고 부탁했고 한수는 아는 동생의 트럭을 빌려 개봉산 차고지 쪽에 파묻었습니다.


투명인간의 시체를 묻은 일은 거짓말인 것처럼 한수는 일상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기영의 형이 전화 와서 기영이가 자살했다고 합니다. 기영의 형의 부탁으로 기영의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는데 한수에게 쓴 편지가 있습니다. 펼쳐보니 월경 오피스텔 1501호로 찾아가라고 합니다. 그곳으로 간 한수는 다른 투명인간을 만납니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들의 눈에는 안 보이는 존재인 묵인은 아주 옛날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인간들이 만든 물건에 기대 살았는데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산업 스파이 같은 일을 하며 갇혀 살았습니다. 기영은 이들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되고, 갇힌 묵인들을 구하다가 다른 투명인간 존재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한수는 망설이다가 결국 사사녀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기영이가 남긴 단서를 추적하며 묵인들의 존재에 다가가는 한수, 과연 한수는 보이지 않는 자들을 구할 수 있을지, 누가 이들을 조직적으로 이용하는지,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에서 확인하세요.




인간처럼 시각에 의존하는 존재가 있을까요. 우리는 오감 중에서도 시각에 아주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촉감으로 물건을 맞추는 게임을 하면 엄청 무서워합니다. 또한 보기에 이상한 것들을 보면 소름이 돋고, 선입견마저 생깁니다. 이런 인간에게 눈이 보이지 않는 묵인은 대적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만약 이런 존재를 자신만 알고 있다면 정말 내가 미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린 보이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TV에서 전쟁으로 다친 사람들을 봐도 무덤덤하게 여깁니다. 이런 우리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가해진 악행들은 더욱 무섭습니다. 세상에서 감추고 드러나지 못했던 소수를 도와주고, 이 일로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을 수 있다는 상황까지도 감수한 주인공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살기 위해선 남의 판단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을 것.

내가 느낀 감각대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내 판단에 따라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남들 눈에 터무니없게 보인다고 해도 말이다.

그것은 마임의 법칙과도 같았다.

자신을 믿는 사람이 남들도 믿게 할 수 있다. (p. 216)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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