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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지리 여행 - 스타벅스에서 시작하는, 공부가 되는 지리 여행
최재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평점 :
현재 서울 휘문고등학교 지리 교사이며 EBSi 사회탐구영역 강사인 저자는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자문위원입니다. 우리 땅과 세계의 땅을 바로 알아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복원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쓴 청소년 <스타벅스 지리 여행>을 보겠습니다.
1999년 이대 정문에서 150m 밖에 안 떨어진 곳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하고많은 곳을 두고 이대 앞에 스타벅스가 1호점을 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떤 기업이든 1호 매장은 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는 그 의미가 상당해서, 각 업체는 1호 매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따라서 1호점을 어디에 열 것인지는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1990년대 신촌을 포함한 이대 주변은 명동·종로와 함께 강북의 3대 상권이라 불릴 만큼 핫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패션이었습니다. 이대 앞은 소비자의 선호도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안테나숍이 자리 잡는 대표적인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뒷골목은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차린 옷이나 액세서리 가게들로 가득 차 이었습니다. 패션의 메카 이대 앞은 대학생 위주의 젊은이들로 늘 붐볐습니다. 하지만 이대 상권의 분위기는 전자상거래 발달로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차츰 바뀌어 갔습니다. 1996년 인터파크에서 처음 시작한 한국형 온라인 쇼핑몰은 온라인 경매를 바탕으로 성장한 옥션으로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패션의 메카로 명성을 떨치던 이대 앞 상권에 스타벅스가 문을 연 시기도 바로 이즈음입니다. 하지만 패션 거리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올라 버린 임대료로 가게들이 나가고, 건물주들은 오피스텔 사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제 이대 주변은 오피스텔의 메카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스타벅스도 '이대점'에서 '이대R점'으로 변화를 시도합니다. R은 영어 '리저브'의 앞 글자로 고급 원두를 사용한 프리미엄 커피를 말하는 것으로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리저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1호점인 이곳을 리저브 매장으로 리뉴얼해 재오픈했습니다. 리저브 매장은 좋은 원두를 이용해 숙련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 주는 겁니다. 그래서 리저브 커피는 일반 스타벅스 커피보다 가격이 다소 비쌉니다. 새내기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가 주를 이뤘던 과거라면 가능하지 않았지만 이젠 오피스텔 메카가 된 이대점은 과감하게 리저브 매장으로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를 감싸고 있는 여러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은 팔공산입니다. 팔공산은 높이가 1192.3m나 되는 높은 산으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산세는 험하지만 웅장하고 수려한 장관을 품고 있습니다. 산하면 등산을 먼저 생각하지만, 팔공산은 등산객과 관광객이 모두 찾는 곳으로 유명ㄹ합니다. 산새는 험하지만 드라이브 코스가 잘 닦여 있는 데다, 도립공원도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 900호점인 대구팔공산점은 팔공산 자락에 있습니다. 대구에서 팔공산도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어서, 팔공산을 오가는 도시민들에게 남다른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2층 야외 테라스 좌석에 앉으면 탁 트인 경치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저 멀리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스타벅스 대구팔공산점이 자리한 대구광역시 중대동은 주변 경관의 방해 없이 주변 산세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팔공산점은 불국사 화강암의 끝자락이자, 선상지의 높은 지점에 위치한 좋은 경관 포인트인 셈입니다.
공간에 담긴 무한의 정보는 힘이 셉니다. 기업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 이 길을 얼마나 오가는지, 이 빌딩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성별이 많은지, 이들의 연평균 소득 수준과 소비 패턴은 어떠한지, 최근 어떤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는지, 이곳의 평균 지가와 임대료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 인근 지하철역에서는 몇 시에 사람이 가장 많이 타고 내리는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최적의 입지 장소를 찾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스타벅스는 입지 분석에 특화된 시스템인 '아틀라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아틀라스를 이용하면 앞서 열거한 조건은 기본이고, 스타벅스만이 가지고 있는 주거 데이터도 입지 분석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몇 군데 후보지를 높고, 그중 어떤 지역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스타벅스 굿즈를 더 많이 구매했는지 따질 수 있고, 그에 따른 기대 매출액을 수십 번 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렇게 깐깐하게 고른 최종 후보지에 매장을 내고도 더 치밀한 사후관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타벅스 지리 여행>은 스타벅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와, 매장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아가는 스타벅스의 자리는 결국 우리 땅과 삶의 공간을 조금 더 풍성하게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