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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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물과학과 학사 및 식물분류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김진옥 저자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독도에서 가거도까지 우리 식물이 있는 모든 곳을 가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국을 탐사하고 있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학사와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식물계통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지현 저자는 식물분류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대중과 나누고자 2014년부터 국립생물자원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 허준박물관에서 과학교육 담당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저자가 쓴 생태학 <극한 식물의 세계>를 보겠습니다.



뉴욕식물원에서 1937년에 피었던 타이탄 아룸, 일명 '시체꽃'의 꽃이 80년 만인 2016년 7월에 다시 피어났습니다. 수만 명이 이 꽃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으며, 꽃이 피고 지는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습니다. 타이탄 아룸은 원래 인도네시아의 서쪽에 위치한 수마트라 섬에만 있던 식물이고, 지금은 전 세계 70여 개 이상의 식물원에서 옮겨 심어 전시하고 있는데, 보통 7~9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피어 있는 기간은 단 이틀뿐이라 타이탄 아룸의 꽃을 제대로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타이탄 아룸이 피워내는 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꽃은 길이가 3m에 너비가 1.5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꽃차례이지만 전체가 하나의 꽃처럼 보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라고 보통 불립니다. 타이탄 아룸의 꽃가루받이는 파리와 딱정벌레이고, 이들은 썩은 사체를 찾아 알을 낳기 때문에 썩어가는 고기 냄새를 풍깁니다. 거기에 이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리고자 연두색 기둥을 뜨겁게 달굽니다.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열을 발산합니다. 30℃까지 올라가는 열은 안을 데워 냄새를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게 합니다.


식물이 독을 품고 있는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천적이란 식물을 먹어치우는 동물일 수도 있고, 식물을 병들게 하는 곰팡이나 균일 수도 있으며, 사는 곳을 침입해오는 또 다른 식물일 수도 있습니다. 식물의 독은 몸 전체에 퍼져 있기도 하고 뿌리, 잎, 열매, 씨앗 등에 집중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씨앗에 독을 품는 식물이 많은데, 씨앗에 가장 강한 독을 가지고 있는 식물은 아주까리라고 부르는 피마자의 씨앗입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피마자 씨앗에서 얻는 기름인 피마자유를 램프의 연료나 화장품, 의약품으로 썼고, 오늘날에도 피마자유는 윤활제,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 램프의 원료 외에 여러 화학 분야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또 사람들은 피마자의 어린잎을 말려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씨앗을 구슬처럼 가지고 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피마자가 씨앗에만 독성이 있고,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할 때 리신이라는 독이 기름에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리신은 80℃ 이상으로 가열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독성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역사에서 겉씨식물 다음으로 속씨식물이 번성해서 지금에 이릅니다. 하지만 겉씨식물의 후손이 속씨식물이 아니기에 겉씨식물이 번성하던 때에 속씨식물의 계통도 지구 어딘가에서 명백을 이어왔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중에서 가장 오래된 속씨식물은 중생대 쥐라기 초기 지질층에서 찾은 난징 식물화석이고, 살아있는 속씨식물은 태평양 남서쪽에 있는 뉴칼레도니아의 열대우림에서만 서식하는 키가 작은 상록수 암보렐라입니다. 암보렐라는 살아 있는 속씨식물의 가계도에서 조상으로부터 가장 먼저 갈라져 나온 식물이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속씨식물로 여겨집니다. 물론 암보렐라가 속씨식물의 조상은 아니지만 속씨식물의 조상과 가장 가까운, 살아 있는 친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속씨식물은 겉씨식물에는 없던 꽃과 그 속에서 발달한 열매를 가지고 곤충을 비롯한 동물과 함께 공진화하며 오늘날까지 번성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경이로운 생물입니다.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 이 세 가지만으로 양분을 만들어냅니다. 광합성이라 부르는 이 과정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오늘날까지도 절대 똑같이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광합성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식물은 기이하고, 교활하며, 열정적으로 극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99%를 잃어도 부할하며, 원자폭탄도 견디며, 땅으로 600km에 달하는 뿌리를 뻗기도 하고, 바늘의 끝보다도 작은 꽃을 피우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치열하게 진화합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놀랍고도 신기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극한 식물들은 치열한 삶의 결과로 그곳에 있는 것이며, 그 삶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극한 식물의 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산소와 목재, 열매 등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식물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생명력과 적응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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