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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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석사와 건축사 디플롬을 수료한 후, 

프랑스 국립 건축가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프랑스 보르도 '생카테린 광장', 강원도 고성군 '인화이트 주택', 

파리 '순그릴 샹젤리제 레스토랑' 등이 있고, 

프랑스의 거장 도미니크 페로와 함께 서울의 '이화여대 ECC'를 설계했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현대미술비엔날레에서 

디자인 부문 최고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상'을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2회(12회, 13회) 수상했습니다. 

그런 저자가 쓴 <보이지 않는 도시>를 보겠습니다.



다양한 사고방식과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도시 공간에서 공존하려면 

저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애초부터 품지 않게 됩니다. 

더군다나 한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나 종교마저 다르면 

공동의 선 같은 공동체 가치는 희미해집니다. 

모든 것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하고 문서로 명기되어야 하고 

물리적으로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서구라 불리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그들의 문화를 계승한 미국 같은 나라가 겪어 온 도시 문화고, 

이런 태도는 그들의 도시 곳곳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서구의 도시 문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신뢰하지 않으며, 

항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전제하에 

질서를 지킬 수밖에 없ㄷ록 유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도시 전략을 수립해 왔습니다. 

그래서 캠페인이나 선도 같은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과정은 낭비로 여겨집니다. 

생겨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발생하지 않게 미리 예방하는 방향으로, 

설치와 유지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지속적이게,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 주체에게 

그만큼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했고, 

미국은 여기에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추가 옵션까지 장착했습니다. 

문화대국이라 알려진 서구의 도시에서 무단 횡단하는 시민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비양심적인 시민으로 가득한 그 나라에서 

단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간성과 문화 수준을 비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고안된 시스템이 있을 뿐입니다. 

시스템은 시민이 착하든 그렇지 않든 일관되게 작동할 때 공적 시스템이 됩니다. 

선진국은 있어도 선진 국민은 없는 셈입니다.


시립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납골당에 가 보면 

공동묘지의 아득한 기억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내 가족의 납골함에 이르기까지 수천의 납골함을 지나야 하기에 

가족을 마주하기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이 굳어 버립니다. 

전통적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는 지금도 자국민 화장률이 1%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 매장 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생문제와 묘지로 쓸 수 있는 면적이 자꾸 줄어들자 

18세기 말 나폴레옹은 묘지 대개혁을 단행합니다. 

자연공원식이고, 소규모고, 재활용 가능한 공동묘지는 

도심지 곳곳에 쉽게 뿌리내렸으며 서울보다 여섯 배 작은 파리시에 

20개의 공동묘지가 설치되었습니다. 

집 근처다 보니 기일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뿐 아니라 

매일 들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발적으로 묘소 주변 관리까지 하는 시민이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묘지 특유의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는커녕 

화원에 온 마냥 밝고 기분 좋은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속에 뿌리내린 공원묘지는 시민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마저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두려움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닙니다. 

두려움은 보이지 않을 때 지속됩니다.




여행은 한번 그 맛을 알고 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의 짧은 여행으로 당연하게만 보였던 우리의 도시 아래에 

아직도 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번 유럽의 도시를 보고 좋다, 우리는 왜 이런 게 없냐며 

단편적으로만 비교했던 도시들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도시에 대한 판에 박힌 인식을 벗기면

그 아래에 어떤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도시를 찾으러 떠나봅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너무 익숙해서 잘 안다고 믿는 바로 그 도시 속으로 말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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