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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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비평가, 도서평론가이며 방송인인 저자는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원전", "역사의 원전" 등을 엮었고, "필독 실낙원", "예술의 효용" 등을 썼으며, 

회고록 "뜻밖의 교수"는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습니다. 

그가 쓴 <시의 역사>를 보겠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입니다. 

4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지어진 시로 누가 지었는지, 

왜 지었는지, 어떤 독자나 청중을 염두에 두고 지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시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글자로 점토판에 새겨져 보존되었습니다. 

이 글자는 갈대로 젖은 점토에 쐐기 모양의 홈을 새겨 

글을 썼기 때문에 설형문자라고 불립니다. 

설형문자를 해독하는 비결은 소실되어 여러 세기 동안 비밀로 남아 있다가 

1870년대 런던의 조지 스미스가 암호를 풀었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서사시는 여신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길가메시라는 왕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나 '길가메시 서사시'는 구술하거나 노래로 불렀을 때 

어떻게 들렸을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소리가 중요했다고 하는 학자도 있고, 

의미 없는 시는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무엇이 시에 영생을 부여하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시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독자 개개인마다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자 

유럽의 권력 지도가 재편되었습니다. 

19세기 동안 산업과 산업이 도시의 삶을 변화시켰고, 

많은 사람의 눈에 예술은 변방으로 밀려나는 듯했습니다. 

또한 1900년 국가가 지원하는 초등교육이 글을 읽을 줄 아는 대중을 창출해냈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신문과 잡지가 생겨났습니다. 

작가들은 이를 반기기도, 이를 경멸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경멸한 초기 시인은 샤를 보들레르였고, 

그의 시들은 타인에 대한 증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를 추종한 상징주의 시인 중 랭보는 19살 때까지 시를 모두 다 썼고 

이후 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로 가서 커피와 총을 거래했습니다. 

폴 발레리는 심오하고 탐색적인 철학시의 저자이고, 

웨일스 시인 딜런 토머스, 영국의 천재 시인 에드워드 리어와 찰스 도지슨,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앨저넌 찰스 스윈번, 

영국의 레즈비언 시인 캐서린 해리스 브래들리와 조카 이디스 에마 쿠퍼, 

가장 위대한 영국 여성 시인으로 꼽히는 샬럿 뮤, 

아일랜드 시인 오스카 와일드를 소개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셰이머스 히니, 

카리브 해의 세인트루시아 출신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데렉 월코트, 

흑인 여성의 대변자이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맬컴 X와 함께 싸운 

인권운동가이자 시인인 마야 안젤루,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은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 메리 올리버, 

위대한 오스트레일리아 시인 레스 머레이의 시들을 실었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관점을 내포합니다. 그래서 <시의 역사>란 제목에도 불구하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 영문학 교수의 관점에서 쓰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일부 남미 문학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영어권, 대체로 영국과 미국의 시가 

발전해 온 역사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저자는 시가 음악처럼 기억에 남고 가치를 부여받도록 특별히 조직된 언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시라는 언어의 형식 자체가 모국어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모국어의 소리, 모국어의 리듬, 모국어의 형태, 

모국어가 위치한 보이지 않는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맥락까지가 모두 시를 이룹니다. 

그러므로, 언어를 모른다면 시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영어로 쓰인 시가 아닌 경우 번역으로만 접해야 하는데, 

모국어를 잃은 번역된 시를 읽고 그 시를 논한다는 것은 힘들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고, 

원래의 형태를 잃고 재조립된 언어라고 해도, 

타자를, 타 문화를, 타 언어를 이해하는 노력은 이어져야 합니다. 

<시의 역사> 덕분에 몰랐던 시들을 많이 발견했고, 

그 시들이 어떤 배경과 어떤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록될 시도 기다리게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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