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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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대만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와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과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3년 이 작품을 고쳐 쓴 "도망작법"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2009년 "갈기"와 2013년 "블랙 라이더"로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2015년 <류>로 '20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과 함께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했으며 이후에도 다수의 상과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중국 산둥성 근처 한마을에 있는 흑요석 비석은 

1943년 9월 29일에 일어난 일을 기록했습니다. 

비적 예준린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 56명을 학살했고, 

그중 촌장 왕커창 일가는 모두 죽임을 당했답니다. 

그 문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나, 예치우성을 보고 

그 마을의 노인이 예준린의 아들이냐며 물어봅니다.


1975년 4월 5일, 장제스 총통이 서거한 그날 

고등학생 2학년인 난 학교에서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든 학교의 수업은 중단되었고, 

총통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모습을 방송으로 봤습니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으나 한 달쯤 지나 

아들 장징궈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자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았고, 

사회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어딘가 목가적인 분위기가 있어 

당시엔 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마침내 나라 사정이 진정되자 모든 사람은 일상의 자잘한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할아버지가 살해당했습니다.


중국 산둥성 출신인 할아버지는 15살이 되던 해 상하이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 같은 불량배들은 공산당을 따를 것인지, 국민당을 따를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의형제들의 뒤를 봐주던 사람을 따라 

국민당에 가담해 공산주의자들을 죽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수많은 전투 이야기를 손자인 내게 들려줬습니다. 

할아버지는 대의 같은 건 없었다며 공산당도 국민당도 하는 짓은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다가 정신도 기력도 다한 할아버지는 

도깨비불의 뒤를 쫓아 겨우 살아남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홍콩을 거쳐 대만으로 도망 친 할아버지는 디화지에에 포목점을 열여 

두 번째 아내와 네 아이를 키웠습니다. 

장사는 순조로웠으나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의형제들의 부인과 고아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통에 집 형편은 늘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자식 중 한 명은 양자였고, 할머니가 대놓고 구박하는 통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가 선원이 되었습니다. 

장제스가 죽은 4월의 혼란을 틈타 할아버지의 포목점은 도둑이 들었고, 

도둑을 잡겠다며 혼자 포목점을 지켰습니다. 

다음날 거래처에서도, 집에서도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가게로 갔습니다. 

가게에 불을 켜고 바닥에 있던 전화기를 똑바로 놔두고 화장실로 들어갔더니 

손발에 묶인 채로 할아버지가 죽어 있습니다. 

도둑 든 흔적이 없어 원한에 의한 살해라고 생각해 경관은 

이웃들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범인 찾기는 쉽지 않고, 난 큰 실수를 저질러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칭 범죄자 예비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 간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등은 

<류>에서 확인하세요.




일본 3대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일본이 배경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배경은 중국 본토에서 건너 대만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륙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노인 대부분은 이곳을 임시 거처로 여깁니다. 

마음은 늘 대륙에 있어 국민당이 언제든 반격해 상황을 뒤집으면 

중국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장제스의 죽음으로 그들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완고한 사람들은 하릴없는 향수를 달랬습니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대만 태생인 손자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이해합니다. 

할아버지들은 대륙에서 전쟁을 치렀고 

대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승부에 나설 마음이니까요. 

그 당시 전쟁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쪽과 싸웠기에 저쪽에 들어가거나 

이쪽에서 밥을 먹여주니 이쪽 편이 되는 식이었습니다. 

그저 마을을 습격해 돈과 먹을거리를 빼앗고, 그런 일들을 되풀이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나 대의나 명분이 필요하지, 

총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싸우는 모습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 십 년 전에 있었던 전쟁이 떠오릅니다. 

직접 전쟁에 참여한 <류>의 노인들과 그들의 자식들, 

그리고 전쟁과 상관없이 태어나 자란 주인공 예치우성의 모습에서 

전쟁을 겪은 할머니와 저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바꿉니다. 

제목 류(流)처럼 흐르고, 떠돌고, 바뀌고, 갈래가 생기지 않도록 

더 이상 전쟁은 없어져야겠습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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