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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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사회를 먹여 살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있고 

이주, 젠더, 농업 노동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4년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을 보며 겪은 

이야기, <깻잎 투쟁기>를 보겠습니다.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돈을 주고 한국어를 배웠고, 빨리 취업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적게 뽑는 제조업보다,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하나 상대적으로 여성을 많이 뽑는 농업을 택했습니다. 

자격 요건인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한국 사업주의 선택을 받아 

근로계약이 체결되기를 기다렸을 것이고, 

마침내 고용하겠다는 사업주에게 연락을 받았을 것입니다. 

만약 2년 안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다시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고 사업주의 연락을 기다려야 합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16개국에서 온 5만 8천 명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저자는 2018년부터 경기도, 충청도, 경상남도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기숙사는 마을과 떨어져 그들이 일하는 농지 바로 옆에 지어진 가설건축물입니다. 

그 형태는 비닐하우스 안에 옅은 노란색의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것이거나 컨테이너인 경우가 많습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고 환기도 전혀 되지 않았으며 

집 안 곳곳에 온갖 벌레가 우글거립니다. 

이런 기숙사 안에는 화장실에 대부분 없어 

집 밖으로 나가 근처 간이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집은 잠금장치가 아예 없거나 허술한 곳이 많습니다. 

어떤 기숙사는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네다섯 평의 컨테이너고, 

콘크리트 농수로 위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화재를 비롯한 재난에 취약합니다. 

2017년 이전에 정부는 고용주에게 알아서 기숙사비를 걷으라고 했습니다.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고용주도 있지만 

한 사람당 30만 원씩 받는 고용주도 있습니다. 

어떤 고용주는 하루 10시간씩 일을 시키고서 

8시간에 해당하는 최저 임금을 주고 

나머지 2시간 일한 것은 기숙사비로 제했습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기숙사비 과잉 책정에 대해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2017년 2월 고용노동부에서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숙식비 징수 상한선'을 만들어 과도한 숙식비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이 지침이 시행되자 기존에 기숙사비를 받지 않던 고용주까지 

기숙사비를 최대로 받지 시작했습니다. 상한선이 기존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많은 고용주가 임금 체불을 하고도 

'불법' 체류 신분을 만들겠다고 소리치며 노동자를 협박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행여 잘못되어 곧바로 추방당할까 봐,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까 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참으며 전전긍긍했습니다.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권한이 노동자가 아니라 고용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취업 기간(4년 10개월) 중 

사업장 변경이 없으면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주와 이주노동자가 재고용에 서로 동의해 사업주가 당국에 요청하면,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 3개월 이상 머물다가 

다시 한국에 입국해 최대 4년 10개월 더 일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잘 이용하면 이주노동자는 최대 9년 8개월을 한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고용주가 성실근로자로 다시 데려오겠다고 약속하면서 

고용 기간 내내 이주노동자들을 옭아맵니다.


농업 분야는 대부분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농번기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농한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 한 배추 농가는 

여름에 한두 달 쉬기에 상용 노동자를 쓰기 어려웠습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면 

근로계약 기간 내내 임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도 몇 달 쉬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돈을 벌고 돌아가야 하기에 

몇 달을 쉬면 그만큼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 배추 농가는 깻잎으로 작물을 바꿉니다.

'깻잎' 농사는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일이며, 

깻잎은 단위 면적당 소득이 높아 규모가 작은 농가에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농가에서 고추, 배추 같은 작물을 재배하다가 깻잎으로 많이 바꿉니다. 

이주노동자라는 '인력'이 만들어낸 농촌의 새로운 변화입니다.


여성노동자가 성희롱하는 고용주를 신고해도 고용 센터는

 조사 기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입증하기 어려운 성희롱 사건보다는 

조금 더 쉬운 임금 체불로 사업주를 신고해 마무리하자는 제안을 한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던 김이찬 감독이 

2009년 경기도 안산에 세운 이주인권단체입니다. 

이곳에 성폭력 피해에 관해 도움을 청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라고 합니다. 

사장님한테 말해서 다른 농장에서 일하게 해달라고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성폭력 문제 해결에 체념했고, 

돈을 벌지 못할까 봐 걱정합니다. 

2020년 초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던 시기,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통제 아래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원래부터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 왔습니다. 

이들은 동네나 마을이 아닌, 비닐하우스 근처 기숙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데다, 

정말 가끔 시내에 장을 보러 가기 때문에 마주칠 환경 자체가 안 되었습니다. 

분명 사회 어딘가에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제는 외국인 없이 농사를 못 짓습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농업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 법의 폐해를 주장하는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0

 "우리는 노예가 되기 위해서 한국에 온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로서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그들이 전한 이주노동 현장은 참혹합니다. 

장시간 고된 노동을 강요하며 법으로 정한 최저 시급도 주지 않습니다. 

몇 달 치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도 많았고, 노동자들이 일하는 밭 

바로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가 그들의 기숙사입니다. 

그 안에는 화장실도 없어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사업주의 언어폭력과 성폭력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이 모든 일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년째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봅니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0

 4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실상을 본 저자가 쓴 

<깻잎 투쟁기>를 읽으며 우리가 쉽게 사 먹는 깻잎이 

이주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로 이뤄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을 위해서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같이 고민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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