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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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학과에 다니며 서양사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저자는 

1992년 한국교원대학교에 부임하여 2019년 퇴임할 때까지 

문화사학회 회장을 맡았고 주로 문화사와 관련된 책을 옮기고 집필했습니다. 

그가 쓴 <소소한 세계사>를 보겠습니다.



"꼬마 돼지 베이브"는 1983년 동화 작가 딕 킹스미스의 소설 

'양치기 돼지'를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린이 영화라고 손쉽게 만든 영화라 속단할 수도 있겠으나, 

준비 과정에만 7년이 걸린 이 영화는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하며 인기를 얻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한 돼지의 능숙한 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 

돼지는 성장 속도가 빨라 이 영화를 찍는 동안 

48마리의 새끼 돼지가 교체 출연했답니다.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돼지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나온 뒤 

미국에서 돼지고기의 소비는 25%가 줄고 채식주의자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2019년에 미국 현역 최고령 판사가 되어 

지금 87살로 역대 네 번째로 나이가 많은 대법원 판사로 재직 중입니다. 

건강과 나이를 고려한 주변의 은퇴 권유를 물리치고 있는 것은 

차별을 견디며 법복을 입은 뒤 

그 차별을 폐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500명 정원의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9명의 여자 신입생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한 학장은 '왜 하버드 법대에 들어와서 

남학생들의 자리를 빼앗았는가?'라는 환영사를 늘어놓았습니다. 

남편을 따라 컬럼비아 법대로 전학해 수석으로 졸업했음에도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고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은사 덕분에 

법조계에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법학 교수로 재직하며 남성에 비해 적은 보수를 감수하면서도 

여성의 법적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성차별 소송에서 여러 차례 승소했고, 

군사학교의 문호를 개방하게 한 소송도 이끌었습니다. 

마약 소지 여부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13살 소녀의 속옷을 벗기는 것을 허용한 

재판부에 대해서는 '그들은 열세 살의 소녀가 되어본 적 없다'라며 비난했습니다. 

모든 공적을 인정받아 1993년 대법관에 임명되었습니다.


윌리엄 호가스는 18세기 영국의 화가로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그림이나 판화를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단지 비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교훈을 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면 스토리라인이 필요했기에 그의 판화에는 연작이 많습니다. 

그중에 "잔인함의 네 단계"라는 4부작이 있습니다. 

첫 단계에서 주인공인 어린 톰 네로는 개에게 고문을 가합니다. 

둘째 단계에서 성년이 된 네로는 마부가 되어 말에게 채찍질을 가합니다. 

학대와 과로로 쇠진한 말은 쓰러지면서 마차도 내려앉습니다. 

셋째 단계에서 네로는 어린 하녀를 유혹해 임신시킨 뒤 

도둑질을 사주하고 살해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살인범으로 유죄가 확정된 네로는 교수대에서 처형당하고 

그의 시체는 수습 의사들의 실습용으로 해부됩니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 교훈이 경종이 되었으면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가 "징글벨"입니다. 

작곡자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이 노래를 선보인 것은 

1857년 추수감사절 기간입니다. 

보스턴의 길거리에서 초연된 이 노래는 그 지역의 많은 합창단에서 

부르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857년 9월 16일 이 노래는 "한 마리 말이 끄는 썰매"라는 제목으로 

저작권이 등록되었습니다. 

작곡가의 한 친구가 이 노래를 가리켜 '즐거운 딸랑 소리(징글)'라고 했는데 

그것이 점차 이 노래의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징글'이라는 영어 단어는 술잔에 든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권주가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10년에 걸쳐 써오던 칼럼을 마치며, 이를 바탕으로 둔 

두 권의 책 외에 수록되지 않았던 글들을 모은 결과물이 

바로 <소소한 세계사>입니다. 

그 많은 주제와 사건들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할 것인지를 고민하다 

연결되는 주제의 글들을 함께 묶어 4개로 나눴습니다. 

문화사학자 조한욱 교수가 들려주는 소소한 역사 인물들의 

소소하지 않은 역사를 하나씩 읽으면 베일에 싸인 역사의 이면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인물들 덕분에 소소한 세계사라는 책 제목보다 

더 넓고 흥미 있는 세계사를 머리에 담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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