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수리공
경민선 지음 / 마카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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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작가 일을 시작했고 영화, 소설,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쓴 저자는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단편소설 "화촌"으로 제7회 ZA 문학 공모전 우수작을, 단편소설 "편의점의 운영원칙"으로 2021 메가박스 플러스 엠 X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했습니다.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연옥의 수리공>을 보겠습니다.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대체현실 기술도 같이 발전했습니다. 결국 인간은 금단의 선을 넘보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세포 일부라면 냉동시킬 경우 영원히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세포가 두뇌의 일부분이고 그 일부분이 우리의 인식에서 '자아'를 담당하는 부분이라면 죽음을 극복한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1개국 합동 연구팀이 인간의 자아 인식을 담당하는 세포를 발견했고 이를 '자아 뉴런'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인류는 영생의 힌트를 얻었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의학계에선 세포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자아 뉴런을 채취하는 기술과 그 뉴런을 극저온의 영양액에 담가 영구 보존하는 기술을 발명했고, IT 공학계에서는 자아 뉴런에 전기신호를 통해 감각과 기억 데이터를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제 사람의 생전 기억들도 모두 전기신호로 바꿔 저장할 수 있으니 대뇌는 필요 없어졌고, 시각과 청각, 촉각 등을 느끼는 기능도 고도의 센서에 넘겨주어 눈과 코, 혀, 귀, 피부와 뼈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자아 뉴런과 거기에 연결된 기계 장치들뿐입니다. 인류 전체의 지성은 이 '인공 사후세계 프로젝트'에 바쳐졌고, 결국 국가 차원에서 사후세계 상용화가 6년 전에 실시되었고, 5년 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공 사후세계 제도'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실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의료보험에 항목이 추가되면서 보험료가 열 배 넘게 올랐고, 대체현실 기술을 사용해 만든 인공 사후세계 뉴랜드를 위해 국가는 다른 모든 곳에서 예산을 삭감했고, 개인은 의료보험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곳에서 지출을 줄였습니다. 사람들은 가상의 사후세계에 갈 비용을 대기 위해 깨어 있는 동안 노동하고, 노동의 스트레스를 다시 가상세계에서 풀었습니다. 뉴랜드는 30년이 납부 기간이나 이를 다 못 채운 이들의 보험료를 다른 사람이 분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일시불로 뉴랜드의 비싼 입주비를 낼 수 있었던 극소수의 '완납자'들과 가족들이 남은 보험료를 짊어지게 된 '미납자'들. 망자의 신분도 양극단으로 나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계에서 도지석은 7년을 사귀다 얼마 전에 죽은 애인의 보험료와 엄마와 자신의 보험료를 내야 했습니다. 지석처럼 먼저 죽은 이의 남은 의료보험을 떠안고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을 '부양 유령'이라 불렀고, 상당수는 기존의 직업 외에 추가적인 벌이를 위해 불법적인 일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지석은 야간 심부름센터에서 의뢰받은 일을 하는데 사후세계를 관리하는 회사인 A.L 컴퍼니 서버 관리 직원이 지석을 찾아와 사후세계에 들어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해달라고 합니다. 보안이 철통이라 의뢰인이 도와줘서 뉴랜드에 들어갔는데 그 주소엔 사람의 흔적이 전부 지워졌습니다. 사후세계에서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이 사실이었고, 지석과 동료 배창준, 손지우와 다시 한번 들어갑니다. 지석은 뉴랜드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애인 주소를 찾아갔지만 그 집만 없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수색하다가 경찰이 왔고, 철창에 갇히게 됩니다. 그곳에서 지석의 정체를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가 준 힌트로 자신의 대학교수를 만납니다.


대학교수가 지석에게 하는 말은 무엇이며, 사후세계는 정말 좋은 곳인지 <연옥의 수리공>에서 확인하세요.




기술의 발전으로 대체현실이 현실보다 더 나아지고, 사람들은 인생의 본론을 이쪽 현실이 아니라 저쪽 대체세계에서 찾습니다. 현실 속 서울에선 허름한 집을 사려면 인생을 다 바쳐야 하지만 대체현실 속 서울에서는 10만 원만 결제하면 좋은 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니 사람들은 현실에서 돈을 쓰지 않고 가상공간을 꾸미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오감을 구현하는 감각 센서 기술로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은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아니게 됩니다. 결국 기술은 세상을 보잘것없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실에 눈을 감고 대체현실에서 살게 되는 사람들에게 인공 사후세계 뉴랜드는 기적일 겁니다. 죽은 뒤의 사후세계에 가기 위해 사람들은 깨어 있는 동안 죽도록 노동하고, 대체현실에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연옥의 수리공>의 배경은 예전 노후를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젊을 때의 행복과 노년의 안정을 바꾸는 것이죠. 정말 이렇게 살면 행복할까요. 워라밸이 유행처럼 된 데에는 그에 대한 반발도 있을 겁니다. 너무나 앞으로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섬뜩하기까지 한 <연옥의 수리공>. 무엇을 위해 현실을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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