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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저자 리옌첸 씨는 마이애미 시체안치소와
관련 기관에서 인턴 업무를 하면서 방치되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유골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영국에서 법의인류학과 법의고고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동티모르 경찰의 법의인류학자로 일하며
독립운동 과정에서 학살당한 무연고 시체를 수습했고,
폴란드, 미국, 키프로스,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유해 발굴을 비롯
여러 법의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그런 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뼈의 방>, 내용을 보겠습니다.
법의학자와 법의인류학자는 법의란 단어가 붙은 만큼
법원에 증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 말은 사건의 옳고 그름이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 단서와 흔적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의학자는 시체에서 사망 원인을 찾고,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원인을 관찰해 낸다는 점이 다릅니다.
법의인류학자들은 국제 법정에서 전범을 판결하는 데 증거를 제공하기도 하고,
무연고자들이 묻힌 집단 무덤에서 사망 원인을 분석해
고인이 생전에 학대를 당하지는 않았는지 연구할 때도 있습니다.
뼈를 발견하면 숫자를 붙이는데,
법의인류학자들은 번호 대신 이름을 되찾아 주는 것을
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자 유족에 대한 존경으로 삼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뼈에 인간성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법의인류학자의 본분은 말할 수 없는 망자를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니깐요.
역사적 배경, 정치, 종교는 달라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죽음은
뼈 너머의 인간을 잊지 말라는 답을 줍니다.
이미 다 죽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종족이 멸절하다시피 한 살상지를 찾아가 보면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유족들은
오로지 한 가지 답만 기다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가족, 친척, 친구를 그리워하고 애도하며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게 해 줄 이정표를 바라는 것입니다.
듣게 될 답이 원하는 내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찾아주려는 노력이
생존자들과 유족의 마음에 난 구멍을 조금은 채워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법의인류학자들은 뼈를 조사하고
그들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과학 지식을 얻는 것이 정말 죽은 사람을 존중하고
그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까요?
현재 법률은 매매한 인체 유해와 장기를 이식 용도로 쓰는 것만 금지할 뿐
판매 자체는 불법이라고 명시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시체를 전시하거나 교육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 뼈들이 허가를 받았는지 전시 경로는 적법한지 등의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윤 창출의 시장 논리로 유골에 접근해
그들이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한 것은 아닌지도 질문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대원칙은 유골도
한때 누군가의 가족이었으며 무엇보다 '사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뼈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존엄하게 대우받아 마땅합니다.
뼈는 신기한 존재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단단하면서 탄성이 높고 회복력이 뛰어나며, 심지어 자랍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뼈도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며
우리 일생의 모든 경험을 기록합니다.
이런 뼈를 '몸 안의 인생 기록'이라고 합니다.
결국 뼈에 새겨진 흔적들은 자신의 전기(傳記)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는 법의인류학과 생물고고학 등을 통해
생리적 증상과 경험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의 문화와 역사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뼈'라는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의 비극을 이해하여
비슷한 상황에서 더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은 미래의 사람들이 꼭 배워야 할 교훈으로 남을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