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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초대 - 이름을 불러 삶을 묻는다
김경집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9월
평점 :

<명사의 초대>는 이름난 인물이라는 뜻의 명사인 줄 알았는데,
국어 문법에서의 명사를 하나씩 불러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쓰는 책입니다.
'근(近), 내(內), 원(遠)'으로 나눠 그 안에 '오르골, 신용카드, 가스레인지, 지우개,
USB, 숟가락과 젓가락, 리모컨, 라디오, 압화, 만년필, 달력, 잡지, 북엔드, 부채,
사전, 도장과 양말, 아스피린, 커피, 선글라스, 모자, 베개, 안경, 샴푸, 단추,
물, 면봉, 손수건, 참기름, 와인, 립밤, 일회용 밴드와 감나무, 열쇠, 신호등,
다리, 가로수, 명함, 세탁기, 광장, 화폐, 사진, 우체통, 유치원, 대문,
고속도로 휴게소, 차표'까지 지금 세대들도 흔히 쓰고, 아니면
한 번은 본 적 있는 것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명사의 초대>를 몇 가지만 보겠습니다.

첫 명사는 바로 오르골입니다.
전 한 번도 가진 적은 없지만 영화나 TV에서 많이 나와서
오르골이 어떤 것인지 압니다.
특히 영화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오르골은 사랑 혹은
인연을 잇는 매개체가 되어 중요한 물건이 되기도 하지요.
아니면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하는 소품이 되기도 하고요.
이런 오르골은 지금처럼 완구가 아니라 중세 때 시계탑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음으로 고안된 것이랍니다.
지금도 유럽 여행을 가보면 시계탑에서 정시마다 선율이 울리는데요,
수동으로 알리던 것이 자동으로 개발이 되고,
점차 소형화되면서 오늘날의 오르골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본인들의 오르골 사랑은 유명한데요,
일본 여러 도시에서 오르골 전문점과 박물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르골을 고를 때 모양만으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오르골의 노래도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여러 곡이 아니고 단 한 곡만 담고 있으니 들을 때마다
지루하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에
일종의 자신의 주제가와 같습니다.
그래서 곡에도 의미를 담아 선물을 하거나 자신을 위해 삽니다.

제가 매일 쓰는 안경, 소중하지만 그만큼 제 몸 같아서
그 소중함을 한 번씩 잊고 지냅니다.
하지만 어쩌다 안경알이 빠지거나, 안경테가 부러지면
그때는 어찌나 안경이 소중한지요,
안경점 문 여는 시간이 되자마자 달려가서 바로 고치거나 새로 맞춥니다.
이런 안경은 13세기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방에서 처음 발명되고
14세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에 안경이 소개된 건 임진왜란 직전이었고, 가격도 비쌌습니다.
지금처럼 코로나 시대엔 안경을 착용하면
마스크 때문에 김이 서려서 더 불편합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는 한 안경은 아침 눈 뜨면서 착용해서
자기 직전까지 사용합니다.
아무리 비싼 안경도 초점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내 삶의 초점은 정확하게 맞는지 저자는 묻습니다.

얼마 전 아이의 졸업앨범을 받으면서
오랜만에 사진을 종이로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휴대폰 화면으로 사진을 접하죠.
게다가 보정된 사진이 대부분이라 사진을 보면
실제 인물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됩니다.
제가 어릴 땐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흔들리거나 잘린 사진이 대부분이었고,
아이가 어릴 땐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예쁘게 나온 사진만 남겨두고 1년에 한 번씩
성장 앨범처럼 편집해서 인화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찍은 사진을 인화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앨범에 사진 끼우는 일도 안 한 지 오래되었어요.
어릴 적 아이의 사진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함께 떠오르니 사
진은 순간을 포착한 것이지만 그 안엔 시간의 문을 달고 있어
거대한 스토리가 된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합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낱말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품사는 바로 명사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품사도 명사죠.
글자를 배우는 것도 명사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낱말을 익힙니다.
명사에서 시작해 다른 품사들로 확장하면서 성장합니다.
너무나 많이 접해서 명사에 관심이 없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내며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더 많은 명사를 손에 쥐기 위해 싸웠고요.
어떤 명사는 형태를 갖고 있고 어떤 명사는 형태는 없지만
더 많은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이런 명사들을 초대해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저자,
할 말이 꽤 많았고 들어야 할 이야기도 제법 다양했답니다.
<명사의 초대>를 통해 이제 스쳐 지나가는 명사가 아닌
그 명사들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사물의 이름은 단순히 명사의 일부가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고
내 삶에 작용하며, 앞으로도 내 삶과 세상을 이어줄 소중한 이름들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