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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1살 딸의 우울증 진단을 받고 그 모습을 2년간 지켜보는 엄마의 에세이,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어떤 내용일지 볼게요.

저자는 배 속에 거꾸로 있어야 할 아기가 10달을 똑바로 서 있어서
결국 수술로 출산을 했고, 임신 동안 입덧으로 계속 고생을 했대요.
아이가 태어나서도 저자의 몸 상태는 엉망이었답니다.
눈에 띄게 살이 빠지고 손이 떨려서 안고 있던 아이를
떨어뜨릴 지경이 되었을 때 병원을 갔더니,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란 진단을 받았답니다.
병은 저자의 성격에도 변화를 주었고, 마음 기복이 심해졌으며,
그런 영향은 아이에게도 주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엄마 때문에 잘못 없는 딸까지 병이 들려,
알게 모르고 우울증을 키우며 자란 것 같아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저자.
우울증이란 것은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당사자는 누구보다 외롭고 힘들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환자에게서 자꾸 멀어지고 싶으니깐요.
우울증은 가까운 사람도 같이 아픈 전염병이며,
백신 같은 건 없는 무서운 의심병입니다.
의사가 말했습니다. 자녀가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부모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의심이라고요.
우울감과 무기력은 한 세트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한없이 늘어져 있는 딸을 보면 치료 의지가 있을까 의심스럽기만 하대요.
사실은 저자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딸아이의 무기력함은 게으름과는 완전히 다르고,
주변 사람들의 의심이 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기에
절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지 말아야 함을요.
지금으로서는 전적으로 자녀를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이는 자신을 가장 혐오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환자 자신임을요.
아이가 우울증에 아파할 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자신이 했던 말과 과거의 행동들이 자신을 괴롭힙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19가지 행동을 문장으로 적어 놓고
여러 번 읽고 곱씹으면서 상처받은 아이와 나의 영혼을 달래고 있습니다.
생각은 말이 되었고 말은 행동이 되었습니다.
이 뼈아픈 고백을 통해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어
운명이 되는 것만큼은 막아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언제나 부모들입니다.
엄마에게는 존재만으로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럴듯한 뭔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늘 자식에게
미안함을 품고 삽니다.
부모로서 자신이 바라는 일을 자녀도 똑같이 원한다고 여기는 건
착각입니다.
아이의 애정 결핍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다이어트를 포기한다고 세상이 끝장나지 않습니다.
저자의 아이는 포기하면 안 되는 것들이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의미 있는 도전, 인간답게 사는 것, 받을 것을 계산하지 않고 주는 마음,
불의에 저항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요.
이 세상엔 포기하면 안 되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요즘 남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을 한답니다.
매일매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입니다.
막살겠다는 뜻이 아니라 가볍게 살겠다는 뜻입니다.
채우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기를 쓰고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장래를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시간을 갉아먹지 않습니다.
이대로 괜찮은지 의문이 들 때도, 마음이 붙잡기엔 너무 멀리 가 있을 때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로 했습니다.
2년 전에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 중인 23살 딸의 엄마이자
글쓰기가 취미인 저자는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우울 관찰 일기인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를 썼답니다.
이제까지 건강하게 자라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끝났다고 생각했던
제 좁은 시각이, 그보다 더 큰 세상에서 많이 흔들릴 자녀를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오늘도 육아를 하느라 마음도, 몸도 바쁘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엄마를 위해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