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윤미나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어느덧 30대, 그것도 후반이라는 나이의 저자는 솔로입니다.
눈이 매우 높아서도 아니고, 바람이 났던 것도 아니며 심지어 성격이
잘 안 맞았던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솔로가 되어버렸다고 하네요.
도대체 그동안 자신의 연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에 적었습니다.

살면서 30대 후반이 되면 안정된 삶을 누릴 줄 알았대요.
보통 30대 후반은 그럴만한 나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일이든, 사랑이든, 적어도 한 가지 정도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은 없대요.
20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해서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느꼈지만,
30대 중반이 지나니 확실한 불행들이 인생 안으로 던져지는 느낌을 받는대요.
늙어가고 아파지는 부모님, 코앞에서 깨져버리는 결혼.
그리고 이젠 결정되어 되돌리기 힘들 것 같은 경제적 빈곤.
높은 산 하나를 힘들게 올라간 후엔 조금 쉬운 내리막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더 험난한 돌 산을 만난 격입니다.
"딱히 잘못한 건 없지만 항상 잘못되어버린다."
친구가 말하긴 33살에 6살 연하의 J를 만난 게 최대 실수이자 시간 낭비랍니다.
나이 차이로 인해, 결국 흐지부지 끝난 연애.
고등학교 친구가 소개해 준 아저씨 인상의 S는
사주가 맞지 않아 끝내 헤어져야겠다는 중년의 마마보이.
30대가 되며 조금씩 나이가 차며, 결혼이란 것을 고려해야지 않을까 하며
상대를 바라보니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조건과 사랑, 그 두 가지는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혹은 비슷한 말은 아닐지요.

10년간 일한 직장에서 나와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6개월 차에
대학 친구이자 베프가 동업자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돈을 받고 사업을 꾸려나가지만,
그럼에도 계속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성공할 거라는 야망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만들어 가는 것의 기쁨을 알았기 때문이죠.
대기업에서 일했던 것은 지금보다 더 쉬웠지만 거기에 자신은 없었고,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아주아주 쓸데없는 일들이 많았답니다.
저자와 친구의 사업은 여전히 흑자는 아니지만
작년보다는 덜 적자이니 곧 흑자가 되겠죠.
동호회에서 만난 Y와 해프닝으로 끝났고, 헬스장에서 만난 K와
1년은 넘게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집까지 계약을 했는데,
모든 것이 행복해지기 바로 직전에 예비 남편인 K가 루게릭병을 진단받습니다.
그 남자와 꿈꾸던 모든 계획이 전부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와서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이 날아가고, 급하게 다른 집을 구하려니
월세 낼 형편이 안되고, 그래서 사무실 한쪽에 지내게 됩니다.
37살이 되면 인생이 근사해질 줄 알았대요.
그런데 27살보다 훨씬 더 초라해졌답니다.
잘못한 것도 없고 잘못한 사람도 하나 없는데
왜 이렇게 인생이 꼬여만 가는 것인지요.
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답니다.
단출하게 정리한 이삿짐을 사무실로 옮긴 날 밤,
그 남자는 이별을 얘기했고, 저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38살, 아직도 혼자.
노력한다고 좋은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인연은 있을 거라는, 짚신도 짝이 있다는 그런 말은
쓸모도 없는 말이 되어버린 나이.
이제까지 연애를 돌이켜봐도 특별한 잘못도 없고,
사랑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 위로를 받습니다.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고,
겉으로 보기에 잘나가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지금 저 친구는 자기 인생의 파도 위에, 나는 내 인생의 파도 아래에
있을 뿐이야.'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는 저자.
누구나 자기 인생의 파도에는 피할 수 없는
높낮이의 파장이 있을 테니까요.
그전엔 우리 모두 처음 가보는 인생이니,
어떤 일이 닥쳐도 열심히 맞서고 안아주는 거 밖에요.
누구나 그 인생의 어느 부분엔 반짝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반짝임은 뿌옇고 답답한 날들이 있었기에 발견될 수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