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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Art & Classic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말 많이 들어본 고전이죠.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많이 제작돼서 책을 안 봤어도
내용은 대충 기억날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어릴 적 명작동화란 이름의 짧은 그림책으로만 읽어서
내용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연재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북을 출간한 퍼엉 씨가
이 책의 그림을 맡았다길래 더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퍼엉의 그림과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하릴없이 강둑에 앉아 있는 게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은 그림도 없고 대화문도 없는 글로만 되어 있기 때문이죠.
뭐 할까 생각하던 중 갑자기 분홍색 눈의 토끼가
앨리스 곁을 스쳐 뛰어가며 늦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때는 이 일이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대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한데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답니다.
그 토끼는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본 다음 서둘러 사라졌습니다.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갔어요.
들판을 가로질러 키 작은 나무 수풀 아래에 있는 커다란 굴속으로 들어가니
끝도 없이 떨어졌습니다. 앨리스는 언제까지 떨어지는 걸까 궁금해하다가,
쿵 하고 나뭇가지와 마른 나뭇잎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에 떨어졌어요.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서 시계 토끼를 따라갔다가 모퉁이를 돈 뒤에 놓쳐버렸답니다.
앞엔 방이 있었고 여러 개의 문으로 둘러져 있었지요.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탁자 위의 열쇠가 눈에 보여 문을 열었대요.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폭이 쥐구멍만 한 작은 통로가 나와서
앨리스가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앨리스, 그때 탁자 위의 병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병에 있는 물을 마시니 몸이 엄청 작아졌어요.
그런데 열쇠는 탁자 위에 있어서 몸이 작아져도 그 문으로 갈 수가 없었어요.
울다가, 자신을 나무라다가, 포기하려는 순간
탁자 아래에 놓인 작은 유리 상자를 발견했고,
그 안에 '나를 먹어요'라고 적혀 있는 케이크가 있었습니다.
왠지 이 케이크를 먹으면 몸이 다시 커질 것 같은 느낌에 앨리스는 맛나게 먹었어요.
그랬더니 진짜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커진 앨리스, 이젠 문을 통과하긴커녕
이 큰 복도에 꽉 차서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네요.
그때 다시 나타난 시계 토끼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도망가 버리고, 앨리스는 울었어요.

울었더니 다시 몸이 작아졌고, 모험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상한 버섯을 먹으며 다시 몸이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했고,
티파티에 참석했으며, 여왕이 주최하는 크로케 경기에도 참여했어요.
앨리스는 마지막으로 재판에 참여했는데, 재판장에서 이상한 판결에 반박해 소리쳤더니,
자신이 강둑에서 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니에게 이상한 꿈을 꿨다며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자,
언니는 신기한 꿈이라며 티타임에 가야 한다고 말하죠.
앨리스는 벌떡 일어나서 뛰어갔습니다.
언니는 앨리스가 자리를 뜬 후에도 그곳에 가만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봤어요.
앨리스의 멋진 모험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짧은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앨리스의 모험을 그대로 꾸게 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정말 이상한 나라에 간
앨리스의 모험 이야기가 나와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뭔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험 이야기가 끝이더라고요.
중간에 모자 장수와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
앨리스가 부른 당시 유행했던 노래에 대한 패러디가 나오는데,
다른 시대와 다른 나라에 사는 저에겐 그냥 그렇구나라고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겐 큰 감동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꿈꾸는 신기한 나라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고 싶고, 자신의 몸이 작으니 커지고 싶고,
아님 더 작아지고 싶기도 하잖아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반영되어 이야기로 펼쳐지니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이 앨리스가 되어 함께 여행한 기분이 들 겁니다.
어찌 보면 판타지 소설처럼 말이죠.
그래서 어른인 제가 보기엔 교훈도 없고, 풍자도 없어서 이게 뭔가 싶지만,
아이들 이야기에 꼭 교훈적인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이미 어른이 된 거겠죠.
앨리스와 함께 판타지 모험을 즐기는 순수한 아이가 되어보는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