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22
헤르만 헤세 지음, 김세나 옮김 / 별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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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정도의 크기라 들고 읽기 적당하고, 페이퍼북이라 무겁지 않고 넘기기 편한 

'별글클래식 22'번째 작품은 바로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중의 하나죠. 

작년에 <데미안>을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때와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해서 

고전의 맛을 알아버려서, <수레바퀴 아래서>도 기대가 된 작품입니다.



요제프 기벤라트는 주인공 한스의 아버지로 그 시대 평범한 사람입니다. 

한평생 나고 자란 곳에서 지내며 돈도 어느 정도 소중하게 생각했고, 

교회에 대한 믿음도 가졌지요. 

부인은 없고, 적당한 술에, 적당한 성격을 지닌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들 한스 기벤라트는 비범했어요. 

작은 마을에서 볼 수 없었던 총명함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었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고, 

신학교를 통과하기 위한 주 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한스의 모습에 

교장선생님과 목사님은 자발적으로 가르쳐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어요. 

주 시험에 2등으로 합격해 마을의 자랑거리가 된 한스는 

또래 친구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우월감도 느낍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방학을 즐기면서 어릴 적 했던 낚시와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신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할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인지라 

목사님과 교장선생님이 예습을 도와주겠다는 말에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한스는 공부를 하면서 성공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다시금 살아남을 느끼고, 

엄청난 독서를 하고 학구열과 지식욕으로 가득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신학교에 입학하며 또래 친구들 9명과 한 방을 쓰는 한스는 조용히 모범생으로 지냅니다.

동기들이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소심한 한스는 묵묵히 공부만 합니다. 

혼자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시를 쓰고 있는 같은 방 친구 하일너를 보고 

이야기하며 어울립니다. 

하일너는 자신만의 생각과 말로 좀 더 열정적이고 자유롭게 살았으며,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주변을 경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친구입니다. 

오래된 기둥과 담벼락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자신의 영혼을 시에 담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요. 

자신과 완전히 다른 하일너와 절친이 된 한스는 하일너의 비행에 거리를 두다가, 

그에게 사과하고 다시 친구가 됩니다.



신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1등을 할 거라는 한스의 이상을 접고 

친구와의 우정을 택한 한스.

하일너는 학교를 무단으로 탈출했다가 결국 자퇴를 하고 홀로 남게 된 한스는 

공부에 대한 흥미도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게 보내면서 

두통과 현기증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무도병이라는 진단으로 집으로 요양을 갑니다.


다 자란 소년은 병이 들었고, 이제 그 병든 하루하루 속에서 

비현실적인 제2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 

선생들에게 어린 시절을 빼앗긴 한스의 마음은 옛 시절에 머무릅니다. 

옛 추억을 찾아 간 장소에서 다시 어린아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과의 말도 피한 채 한 번씩 산책만 합니다. 

처음에 겪었던 혼란스러움도 나아지고 자살 생각도 사라지며 

외골수적인 우울증 상태에 빠져든 한스는 동네 행사인 과일즙 짜던 일을 도와주다가 만난

에마에게 한눈에 빠집니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 뒤 에마가 말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듣고, 좌절합니다.

그렇게 숨 막히게 괴로운 시간이 흐르고, 이제 한스는 에마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수줍어하지 않고 마술에 걸린 사랑의 동산으로 

뛰어가리라 다짐했지요.


아버지의 권유로 기계공 일을 시작하게 된 한스는 노동의 기쁨을 알게 되고, 

쉬는 날인 일요일에 동네 친구이자 기계공 선배와 만나 술을 마시며 즐깁니다. 

일요일에 만난 노동자들과 직공들, 나이 어린 수습공들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리며 직업에 대한 명예를 지키고 있음을 봅니다.

 이제 결코 그들이 속물근성을 가진 불쌍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데요. 

한스도 그 무리에 끼게 되어 기꺼워합니다. 

늦게까지 너무 많이 마신 한스는 집에 가다가 몸을 가누지 못해 젖은 풀밭에 누웠어요.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팠고, 일어서서 걸어갈 기운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르고 수치심과 자책감이 밀려들었어요. 

한스는 큰 소리로 흐느끼면서 풀숲에 쓰러졌습니다. 

한 시간이 지났고, 한스는 다시 정신을 차려 비틀거리면서 고개를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는 한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어요. 

싸늘한 시체가 되어 강물을 따라 내려간 한스의 시신은 한낮에 발견되어 집으로 옮겨졌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수레바퀴 아래서>는 마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 놓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자주 언급돼서 혹시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의심했는데,

이렇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어른들의 기대에 열심히 부흥한 어린 한스가 무기력하게 변한 이유가 짐작이 갔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위태로운 시기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게 만들었는지, 

기르던 토끼를 빼앗고 라틴어 학교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낚시를 하거나 빈둥거리며 놀지 못하게 했는지,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허황된 명예심을 좇도록 그를 부추겼는지, 

시험이 끝난 뒤에도 휴식을 주지 않았는지 저자는 묻습니다. 

'지나치게 혹사당해 기진맥진해진' 한스가 가여웠어요. 

한스처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저 어른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들을 

해치우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아이에게 투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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