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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시칠리아 - 지중해에서 보낸 완벽한 한 달
윤정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에서 한 달 살기'가 어느 때부터 TV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제주도나 물가가 싼 동남아에서 한 달 살고 온 책이나 지인분도 있어서
부럽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퐁당, 시칠리아>는 제가 그렇게 가고 싶은 지중해 시칠리아에서
한 달을 살고 온 이야기입니다.
TV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풍경 보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퐁당, 시칠리아>에 나온 풍경을 보니 여기도 가야 할 장소더라고요.
그럼 유명한 곳보다 주로 알려지지 않는 도시를 탐방하고 기록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윤정인 저자가 소개하는 시칠리아로 떠나볼까요.

시칠리아는 마피아의 섬이란 선입견이 강하죠.
그래서 패키지여행이 아니면 왠지 불안하고,
특히 여자 혼자 자유여행은 더욱 불안할 겁니다.
저자 역시 그런 불안함이 있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그런 분위기는 1도 느낄 수 없었대요.
화창한 햇살, 푸른 지중해, 골목마다 보는 유적지, 느긋한 사람들을 보니
여기가 지중해구나란 생각만 들었답니다.
한 곳을 한 달 동안 사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여행을 많이 다녀본 저자도 항상 던지는 질문이지만 답을 못 찾았대요.
물가가 저렴해서 큰돈 없이도 그럭저럭 살 수 있거나, 편의시설도 있어야 하고,
음식도 입맛에 맞아야 하며, 공기도 깨끗해야겠죠.
맛있는 카페가 지천으로 널린 도시라면 더욱더 좋고,
인터넷이 어디든 잘 터지는 곳이라면 더욱 환영일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만족하더라도 도시와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도시에 도착해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긴다면 조금 힘들겠죠.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문화를 잘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5끼를 먹는데요,
프리마 콜라치오네는 간단한 아침으로 빵과 비스킷, 에스프레소 한 잔 등
간단히 해결하고, 스푼티노는 오전 11시 전후로 먹는데,
빵과 커피 등 점심시간 전에 먹는 식사입니다. 프란초는 1~2시 사이에 먹는 점심으로,
인근 식당이나 집에서 먹으며, 메렌다는 5시경 저녁 간식으로
피자, 케이크나 커피를 마시며 해결합니다.
8~9시경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체나로 끝납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아니라면 식당도 문을 닫을 수 있기에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시칠리아가 매력적인 이유는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 아주 많다는 데에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관광객은 적어지고, 환상적인 전망을 만날 수 있지요.
저자는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이런 '꼭대기 마을'을 사랑하게 됐는데,
그 위에 올라서면 다른 땅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대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
그 안에 오목조목 자리한 붉은 지붕의 집, 저 멀리 넘실대는 바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힘들었던 여행의 피로도, 그동안 축적된 마음의 독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대요.

시칠리아에는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도시가 많은데요,
그중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바로 '시라쿠사'랍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샛노란 햇빛이 지천으로 내리쬐는 곳,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전망 좋은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와인, 영화 '말레나'에 나온
바로크 건축물로 둘러싸인 두오모 광장, 노을을 보면서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들이켜는 것. 이 모든 것이 시라쿠사를 떠올리는 풍경이래요.
모디카는 높은 구릉과 늦은 지대 마을로 나누어져 있고,
가파른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림 같은 마을 풍경이 어딜 가나 따라다닙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뚝 솟은 봉긋한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오죠. 모디카를 본격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그림 같은 마을 꼭대기로 가야 한대요. 거기서 보는 파노라마가 환상적이랍니다.
25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조르지오 성당은
모디카에서 제일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 명소입니다.
저자는 거기에서 보는 경관이 마음에 들었대요.
성당 앞이 탁 뜨여 있어, 붉은 지붕의 황색 건물이 대로를 따라 빼곡하게 자리한 형상은
아늑하면서 평화로워 한동안 그 풍경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답니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디저트를 먹으면 맛은 있지만, 어느 순간 한식이 그리워지죠.
하지만 하루에 5끼를 먹는 이탈리아 문화다 보니 매번 무거운 정찬을 먹을 수 없고,
가벼운 디저트와 커피를 먹습니다.
시칠리아의 브리오슈, 돌체 마르토라나, 젤라토, 카놀리, 아란치니를 소개합니다.

몬레알레 성당, 에리체, 시아카, 트라토리아, 트라파니, 파빅나나 섬 등
시칠리아에 있는 수많은 곳들을 소개합니다. 사진만 봐도 당장 떠나고 싶어요.
시칠리아는 제주도보다 10배 정도 넓으며, 이탈리아에서 뚝 떨어진 점입니다.
그곳에 가려면 산 조반니에서 메시나까지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
로마에서 출발하면 기차에 배를 싣고 가는 희귀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섬입니다.
그런 멋진 시칠리아 섬을 저자는 어떻게 가게 되었을까요?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까다로워지죠.
처음에 감탄하던 중세 바로크나 고딕 건축물도 흥미가 식어지고,
낯선 언어가 듣기 좋은 노래처럼 들리고, 이국적인 음식에 입안이 황홀해지는 순간도
모두 한때입니다.
결국 왜 이 도시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그리스 미코노스와 이드라 섬을 다녀온 후부터
'세계의 섬을 전부 탐방'한다는 계획을 세웠대요.
세상 끝 지중해와 섬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 저자는
기분 좋은 고립감을 느끼기 위해 시칠리아 섬을 찾았답니다.
<퐁당, 시칠리아>에서 시칠리아의 다양한 건축 양식과 문화,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고유의 디저트, 순박한 사람들, 작고 아름다운 마을, 아직도 활동 중인 에트나 화산을
느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