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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간호사 - 가벼운 마음도, 대단한 사명감도 아니지만
간호사 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대형 병원 5년 차 간호사인 저자 요씨는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것도,
그렇다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간호사로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꽤 오래 간호사로 지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대요.
병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기에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환자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데요,
<어쩌다 간호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간호사의 이야기에 주목한 그림 에세이입니다.

왜 간호사가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5년 차 간호사가 된 주인공.
어느새 신입 때 무섭게만 보이고, 깐깐하던 선배가 되었대요.
신입이든 선배든 간에 간호사로서 챙겨야 할 것은
사원증, 네임펜, 가위, 볼펜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멘탈'이랍니다.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는 만큼 좋은 말이 나오지 않겠죠.
그런 말에 상처받지 말고 하루를 버티는 것이 서비스 직업에서 가장 힘든 일이잖아요.
간호사는 그중에도 생명을 함께 다루고 있으니 더욱 고된 일일 겁니다.

아무리 똑같이 8시간을 자도 낮밤이 바뀌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간호사는 일의 특성상 교대 근무를 해야 하니 더 힘들 겁니다.
남들 일어날 때 일어나고 남들 잘 때 자고 싶은 것이 너무 큰 소원이 되어버린 주인공.
병원에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고,
그러다 보면 계절이, 그러다 보면 일 년이 후딱 가버리죠.
그렇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하루가 지나고 계절이 지나 한 해가 가면 헛헛한 기분이 들 때가 있대요.
그래도 시간은 가고, 병원에서의 날들이 쌓입니다.
이럴 때 사람들의 한마디에 힘이 나기도 하고 힘을 잃기도 하겠죠.
병원은 탄생도 있지만 죽음도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죽음을 자주 접하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신입 때보다 경력이 쌓일수록 조금씩 무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정말 무덤덤해지진 않겠죠.
환자나 보호자의 감정에 깊이 이입해버리는 '감정 동화'를 겪게 되면
간호사도 많이 힘듭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지켜야 할 선인지, 그것을 안다고 해도
그 선까지만 갈 수 있을지 장담도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좋은 것인지 주인공도 모르겠대요.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좋을 때도 있고,
가끔 보람찰 때도 있고, 종종 허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하루 더 살게 했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주인공 요.
어쩌다 간호사가 되었지만 어쨌든 간호사로 오늘도 하루를 보냅니다.
책 곳곳에 'Q&A'로 간호사에 대한 궁금증을 실었습니다.
간호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됩니다.
평생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보는 간호사.
직업적으로만 보다가 <어쩌다 간호사>를 읽으며 인간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저들도 당연히 가족의 구성원이고, 힘들고 아플 텐데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저도 뜨끔했습니다.
<어쩌다 간호사>는 간호사라면 누구나 공감 가는 이야기일 것이며,
간호사가 아니라면 간호사의 어려움에 공감이 가는 그림 에세이입니다.
앞으로 간호사를 대할 때 내 가족 같은 마음으로 대할 것 같아요.
이 책이 시즌 1이라니 그다음 책의 내용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