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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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가와시마 히데아키 씨는 도쿄 출생으로 도쿄 외국어 대학 이탈리아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전임강사, 조교수를 거쳐 1960년 후반에 로마대학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유학생의 신분으로 로마에 머물며 직접 로마를 거닐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로마 산책>에 오롯이 담았습니다.



<로마 산책>은 여행 가이드 책을 상상하면 안 됩니다. 

컬러풀한 이미자에 장소에 대한 짧은 설명과 영업시간, 주소, 요금 등의 

간략한 소개가 나오는 여행 가이드 책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거닐면서 로마의 건축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로마를 산책하는 방법도 생소합니다. 

'캄피돌리오 언덕에 서서, 일곱 언덕과 테베레 강, 스페인 계단을 내려다보며, 

오벨리스크를 따라가며, 바로크의 분수, 즉흥 시인의 광장, 달빛 비치는 미로를 헤매며,

파괴된 르네상스의 거리, S·P·Q·R와 다른 신들'의 차례로 로마를 소개합니다.



그중 첫 번째 '캄피돌리오 언덕에 서서'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곳이래요. 

정면에 있는 세나토리오 궁전과 뒤쪽에 보이는 콜로세움까지 

고대 로마 유적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로마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곳 또는 로마에서 

반나절 가량 자유 시간을 즐기는 곳으로 꼽은 장소가 바로 캄피돌리오 언덕입니다. 

그곳에 가면 걸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장소와 건물이 가득하답니다. 

캄피돌리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나토리오 궁전, 누오보 궁전, 콘세르바토리 궁전이 있고, 

15세기부터 고대 로마의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수장해온 세계 최고(最古)의 미술관인 

카피톨리노 미술관과 콘세르바토리 미술관을 들어가면 한나절은 금세 지나갈 것이며, 

고대 로마인들의 정신과 그 특징을 이해하기까지는 수개월을 드나들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두 미술관을 지나치거나,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내부의 진열품을 거쳐 2층 전시실 창밖으로 펼쳐진 

로마 시내의 풍경과 바로 아래에 보이는 광장을 한눈에 담아보라고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미술관 안에 들어가지 말고, 캄피돌리오 광장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회색 포석 위에 새하얀 석재로 그려진 독특한 기하학 문양을 보래요. 

그 문양은 미켈란젤로가 구상한 것이며, 그 구상대로 재현하기에는 400년이 걸렸습니다.

<이탈리아 기행>을 쓴 쾨테 역시 로마에 와서 이 경관을 보았겠죠. 

캄피돌리오 광장에 선 쾨테를 상상해보세요. 우리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 겁니다. 

포로 로마노, 신전 유적, 제단 터, 기념비, 개선문, 콜로세오 등 

멀리 떨어진 듯 보여도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입니다. 

콜로세오를 한 바퀴 돈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아도 1시간도 안 걸린대요. 

이때 중요한 것은 고대 로마의 다양한 암석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확실한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 정도 코스는 어느 정도 걸릴지 장담하지만, 

이곳에서 좌우의 샛길로 빠지게 되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저자도 장담할 수 없대요.

왜냐면 더 많은 고대 로마 유적이 있기 때문이죠.


만약 포로 로마노를 거닐거나 팔라티노 언덕에 오를 여유가 없는 여행자라면 

캄피돌리오 언덕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괜찮습니다. 

미켈란젤로의 광장으로 돌아가 코르도나타 계단 위에 서서 

언덕 아래에 펼쳐진 '영원의 도시' 로마의 거리를 내려다보며 

언덕의 중턱을 따라 왼쪽으로, 왼쪽으로 걷는 거죠.




<로마 산책>은 로마를 산책하는 코스를 눈에 보이듯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삽입된 사진과 그림이 보충 설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컬러사진이 아니라 흑백사진이라서 많이 아쉽더라고요. 

저처럼 로마를 한 번도 가지 못한 사람이라면 설명하는 글로는 

어떻게 가는 것인지 바로 연상이 안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자가 직접 그린 지도가 있어서 그 지도를 손으로 짚어가며 

글을 따라 함께 여행할 수 있었어요. 

<로마 산책>을 읽으니 글을 읽으며 상상만 한 로마를 

직접 눈으로, 발로 담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어요. 

저자가 본 풍경과 느낀 감상을 저도 함께 느끼고 싶더라고요. 

그만큼 매력적인 로마 이야기를 산책으로 풀어쓴 <로마 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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