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앨리스 로버트 지음,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란 제목을 보았을 때 개가 생각났습니다.
늑대를 인간이 길들인 동물이 바로 개라고 보통 알고 있으니깐요.
그 외에도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가축들도 함께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 책은 가축뿐만 아니라 밀, 옥수수, 감자, 쌀, 사과의 식품에
인류까지 넣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식품이 들어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인류도 길들임에 넣을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해서 잠시 멍해지더라고요.
차례부터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해지는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차례에 나온 10가지 중에 2가지만 소개할게요.

개의 가축화는 점진적인 과정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인간 쪽에서 고의적으로 실행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역사는 일직선으로 놓은 선로를 따라 목적지를 향해 달리지 않습니다.
역사의 길은 구불구불하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막다른 길에도 이릅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개와 순한 늑대의 동맹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잘 풀려 확고하게 굳어졌고,
그래서 인간과 갯과 친구들 사이의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가 확보되었습니다.
아마 둘의 관계는 일종의 공생 관계로 시작되었을 겁니다.
처음엔 하루 중 잠시 동안 동맹이 일어났겠지만,
사람들이 더 오래 정착하면서 야생 늑대와의 관계가 발전할 시간이 생겼으며,
결국 인간과 유럽 회색늑대 사이의 동맹은 조금씩 강해졌습니다.
어느 시점에 일부 늑대들이 인간과 어울리기 시작했을 때
늑대의 미래가 변했고 늑대도 변했습니다.
경계심이 많지만 친근한 늑대들은 용인되었으며,
제멋대로 굴고 공격적이었던 늑대들은 쫓겨나거나 더 심한 대우를 받았을 겁니다.
우리가 개와 결부시키는 형질들의 다수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조상인 늑대가 지니고 있었던 행동 요소들입니다.
그런 형질들은 늑대의 행동 목록에서 상위에 있지 않았을 뿐 이미 존재했습니다.
늑대가 가축화되면서 기존 행동의 특정 요소들이 선택되거나 촉진되어 더 흔해진 반면,
다른 요소들은 선택되지 못해 밀려난 것이죠.
온순함과 너그러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선택된 특정 유전자 변종들은
연쇄적인 불안정화 효과를 통해 해부 구조와 생리, 행동의
다른 측면들을 광범위하게, 빠르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야생종에서 가축종으로의 변화가 일어났으며,
어쩌면 늑대가 개, 또는 '거의 개'로 변하는 일은 수없이 많이 일어났으며,
우리는 그 시험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계통으로 발전한
한두 개의 유전적 흔적만 찾을 수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늑대는 가축화된 개가 됨으로써 여러모로 변했고 야생 늑대도 변했을 겁니다.
야생 늑대를 괴롭히고 사냥하는 행위가 그 자체로 자연선택을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며, 결국 살아남은 늑대는 인간에게 접근하지 않는 늑대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려움이 많고 우리를 피하는 늑대는 인간이 매개하는 선택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개가 인간이 매개하는 선택의 산물이듯이요.

많은 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립니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미량영양소 결핍은 요오드와 철, 비타민 A 또는
그 한 종류인 레티놀과 관련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비타민 A 또는 그 전구체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유전자 변형을 쌀에 가하면
영양실조도 완화하고, 미량영양소 결핍도 개선될 것입니다.
그렇게 나온 황금쌀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밀, 옥수수처럼 야생 쌀을 처음 식품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도 미스터리입니다.
벼의 작물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대략적으로 의견이 남중국으로 일치합니다.
그곳에서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른 춥고 건조했던 시기,
야생 벼는 동아시아 열대지방의 습한 곳에서만 자랐을 겁니다.
그러다 약 1만 5천 년 전부터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중에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에 힘입어 야생 벼가 퍼져나갑니다.
유리한 기후 조건 아래 자라고 있던 야생 벼와 조는 훌륭한 식량원으로 보여
수확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기원전 1000년대 후반, 작물화된 벼는 육로를 통해 서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쌀이 유럽, 특히 스페인에 들어온 경위는 아직도 모호하며 논란에 있어요.
콜럼버스의 '발견의 항해' 이후, 구세계에서 신세계로 건너갔으며
다른 작물과 함께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종들의 긴 역사를 파헤치다 보면
개, 밀, 소, 옥수수, 감자, 닭, 쌀, 말, 사과의 동식물들이
인류의 생존과 성공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게 됩니다.
이 생물들은 우리와 협력했고,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을 엄청나게 바꾸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에서 인류를 제외한 아홉 종을 길들인 과정을 살피다 보면
인간 사회가 동식물과 오랜 세월 세계 곳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양하게 상호작용해왔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 종들은 이류의 이동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때로는 인류의 이동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개는 사냥꾼과 함께 달렸고, 밀, 소, 쌀은 초기 농부들과 함께 여행했습니다.
말은 자신의 등에 탄 이들을 초원에서 역사로 데려갔고,
그 안장에 매달인 자루에는 사과가 담겨 있습니다.
닭은 제국들과 함께 퍼져나갔으며, 감자와 옥수수는 무역풍을 타고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요즘은 인간이 지구의 재앙처럼 보입니다.
신석기 혁명의 유산이 대량 멸종과 생태계 파괴가 된다면 재앙이 될 것입니다.
우리 인류와 협력자 종들의 미래가 더 푸르기를 바라야 합니다.
과학 연구는 우리와 다른 종들 간 상호작용의 역사를 밝혀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가 됩니다.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