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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 '글밥' 먹은 지 10년째, 내 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이하루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요즘 자아실현의 한 가지 방법으로 글쓰기를 많이들 하더라고요.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수업으로 글쓰기 강좌가 많이 열리더군요.
그래서인지 초보 작가들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에세이가 많이 출판되는 현실입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공감 가는 상황들을 글로 써서 더욱 공감 받는 것 같아요.
에세이를 읽고 있다 보면 나도 써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써지고 백지만 노려보고 있습니다.
기자, 카피라이터, 기획자, 사내방송 작가로
10년 넘게 글쓰기로 밥벌이를 한 저자 이하루 씨도 그랬대요.
쓰고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시작이 마음에 안 들고,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서요.
10년 경력인 저자도 그랬다는데, 초보들은 더 그렇겠죠?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에서 용기를 얻어 가길 바랍니다.

즐겁게 살고 싶어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땐 책을 읽었대요.
여행과 비교하면 돈과 시간이 절약돼 좋았지만,
책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귀를 만날 때면 의문이 생겼답니다.
성공하면 삶이 즐거워지는지, 즐겁게 살면 성공할 수 있는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이만 먹고, 흘러가는 대로 두면 삶이 알아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행복을 깨닫게 될 줄 알았답니다.
그러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 취미를 찾기 위해 요리, 운동, 그림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대요.
결국 마지막으로 도전한 취미가 글쓰기였다니
저자와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아요.
문예창작과에서, 10여 년 동안 글을 썼는데, 다시 취미로 글을 쓰다니요.
그전까지 남의 글만 쓰다가 자신의 글을 쓰려고 하니까
그 많던 글쓰기 경력들이 도움이 되지 않고 빈 모니터만 노려보길 며칠째.
일상을 적으라는 남편의 조언 아닌 조언에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답니다.
사소하다고 무시해버렸던 일상을 글로 옮겨보니 막힘없이 잘 써졌고,
점점 쓸 얘기가 늘어났대요.
동네 지하철역에서 술 취한 노숙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들을 합니다.
한쪽에서 술을 마시거나, 취기로 춤을 추거나,
지나가는 사람들 또는 허공을 향해 욕이나 주먹질을 해요.
어느 날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주위에서
주먹과 발을 날리는 술 취한 노숙자분이 버스 문을 가로막고 살기 싫다며 악을 썼답니다.
저자가 바라만 보고 있으니까 뒤에서 그냥 밀치고 올라가라며,
무시하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합니다.
비틀거리던 노숙인이 쓰러진 틈에 버스에 올라탔는데, 기분이 이상했대요.
어느 노숙인의 인터뷰에서 한번 노숙인은 영원한 노숙인이라며 신분 같다고
말하는 영상을 보고, 실패가 두려운 이유를 말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떠올랐답니다.
'실패가 두려운 건 단지 소득이나 지위를 잃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판단과 비웃음 때문이다.' 실패는 패배가 됩니다.
노숙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들을 실패자, 패배자로 낙인찍고
다시는 못 일어나게 만듭니다. 저 또한 그중의 한 명일 테고요.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는 23편의 에세이와 23가지 글쓰기 팁을 담았습니다.
한 가지 꼭지의 이야기를 읽으면 첫 문장은 어떻게 쓰는지, 요약하는 방법,
기록법,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쓰는 법 등이 나옵니다.
글쓰기를 하는 분들에게 좋은 팁이 될 것입니다.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를 읽으면서 좋은 글이 많았지만 그중에 2개만 골랐습니다.
평범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소재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분 많을 거예요.
하지만 같은 하루라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달리 보입니다.
매번 보는 아파트 화단의 꽃도 작가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처럼 일단 써보면 다를 거예요.
같은 일상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하는 일상이 되는지 말입니다.
글을 못 써서 고민하지 말고, 매일 한 문장씩 써보면
점점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저도 서평을 십 년째 쓰고 있는데, 처음 쓰는 글은 진짜 아니거든요.
지금도 그리 좋진 않습니다만.
'쓸 만한 삶'이란 쓰는 삶이라고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의 저자는 말합니다.
글로 쓰일 삶이 따로 있지 않고, 시시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습니다.
일기 쓰듯이 우리도 한번 글 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