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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그동안 너무 남의 눈치를 보고, 남을 먼저 생각한 탓일까요.
요즘 자기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책들이 보이더라고요.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역시 다른 사람보다 나를 먼저 신경 쓰라고 합니다.
일본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친절해서 어떻게 보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잖아요.
그런 일본에서 산 저자가 도망치다시피 간 독일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났대요.
그 내용을 한번 볼게요.

먼저 '독일' 또는 '독일인'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각이 딱딱 맞춰있고, 성실한 은행원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독일 내부에서는 '독일인은 게으름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래요.
실제로 독일은 서류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길게 휴가를 떠나는 나라입니다.
독일의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3주 정도 다녀오는데,
이들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저자는 처음에 이렇게 노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독일이 굴러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독일에서 10년 정도 살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답니다.
독일의 노동법에는 1일 노동시간이 6시간 이상 9시간 이하면
점심시간은 최소 30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 등으로 빨리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계속하는 게 보통입니다.
근무시간 중에는 최소한으로 쉬고 그만큼 빨리 퇴근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야 퇴근 후의 자신의 삶에도 충실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일본에서 일에 치여 살았을 때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라는 목적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았답니다.
일본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의 업무 목적은 좋은 책을 출판해서
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방식이나 세계를 전하고 즐거운 순간을 맛보게 하는 것이었는데,
일하는 사이 목적 자체를 잊어버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모했대요.
근무시간 안에 일을 끝내려면 무엇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면 시간은 비용이기 때문이죠.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쏟는 바람에 항상 짜증이 났고
스트레스뿐인 나날이 계속되자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일정 시간 안에 일을 마치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과 개인생활에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독일의 연방 휴가법에서 연간 유급 휴가가 최소 24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24일은 어디까지나 최소 일수고, 대개는 30일의 유급 휴가가 주어집니다.
여기에는 일요일과 공휴일은 포함되지 않아요.
독일인은 30여 일의 유급 휴가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다 씁니다.
몸이 아픈 경우에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병가를 낼 수 있고,
병가는 유급 휴가와는 별도로 취급됩니다.
직원들은 휴가가 겹치지 않도록 연초에 각자의 휴가 스케줄을 조정합니다.
독일에서는 장기 휴가나 단축 근무가 일상적이어서 휴가를 가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휴가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고, 회사 역시 직원들이 휴가를 쓰도록 해야 한대요.
다소 불편해도 서로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있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사회,
매우 편리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서로 힘든 사회. 과연 어느 쪽이 살기 좋을까요.

베를린이나 다른 유럽의 공동주택은 건물 자체는 오래됐어도
실내는 현대에 맞게 리모델링되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내부를 개조하고 공들여 가꾼 알트바우가 인기입니다.
그리고 세 들어 사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기본 가구인 '옵션'이 없습니다.
이미 뭔가가 갖춰진 거주 공간은 편리하긴 하지만, 거기에는 내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공간을 만들어가다 보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
이상으로 여기는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내 가치관과 마주하고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거듭하는 동안 삶이 조금씩 알차지고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는 '아침은 황제, 점심은 왕, 저녁은 거지처럼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독일의 전통적인 식생활에서는 따뜻한 음식은 점심에 먹습니다.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서 꼭 그렇지 않지만,
그래도 절반 정도의 가정에서 저녁식사로는 무언가를 얹은 빵을 먹습니다.
이런 식사를 독일어로 칼테스 에센이라고 합니다. 불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말합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은 이게 저녁이라며 놀랄 겁니다. 든든하지 않다고 생각할 거고요.
하지만 독일 사람은 저녁에 그렇게 많이 먹으면
위가 더부룩해서 잠잘 때 괴롭지 않냐며 의아해한대요.
이제 일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하기 싫은 집안일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정성을 쏟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오랜 시간 들여서 요리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주부 입장에선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 식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저자는 의식주 중에 독일 사람들이 제일 가볍게 생각하는 건 옷일 것 같대요.
독일에 살면서 옷이나 화장에 점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대요.
독일인의 패션은 기본에 충실해서 매년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감각이 없는 것 같답니다.
독일의 대도시에는 어김없이 패스트패션 가게가 있는 반면,
좋은 물건을 오래 쓰자는 의견도 폭넓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쇼핑할 때 기업의 자세를 중시해 '난 그 브랜드가 마음에 들어.'라는 말보다
'난 그 기업을 지지하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대요.
그래서 노동자를 부당한 환경에서 일하게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그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경우가 많아,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행동하는
독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장도 멋도 내 기분이 좋아지거나 즐기기 위한 것으로 남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때 화장을 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죠.
이런 식으로 스스로 기준을 정하면 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사는 생활이 알게 모르게 자신을 해치고 있었다는 저자.
이런 문화는 동양에 많고,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에 심하다고 전 생각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기의 멋에 사는 서양인들이 부러웠어요.
나도 내 멋대로 살고 싶지만, 자꾸만 간섭하고, 여기저기 말이 들려오면
이게 아닌가 싶어 다른 사람의 말대로 행동하는 저를 보게 됩니다.
이젠 이러지 않아야겠어요.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춰 내 가치관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의 방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