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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평점 :

오래간만에 읽은 소설입니다.
그것도 일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원시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1960년에 출간된 저자 '로이 루이스'의 소설에 카카오 프렌즈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 낸 캐릭터 작가, '호조' 씨의 그림이 더해져서
더욱 새롭게 변신한 <에볼루션 맨>.
원시인들은 어떻게 진화했을지 유머와 비판으로 잘 녹여낸 소설, 한번 살펴볼게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진화하고 싶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 아버지 에드워드와
뛰어난 사냥꾼인 첫째 아들 오스왈드,
이 소설의 화자이며 생각에 빠져있는 철학자 둘째 아들 어니스트,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어니스트의 이복동생 알렉산더,
아버지와 함께 진보를 추구하는 셋째 아들 윌버,
어린 동물을 길들이려 노력하는 다섯째 아들 윌리엄과 딸들,
아버지 에드워드의 형으로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바냐 삼촌,
항상 여행을 떠나 아버지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는 이안 삼촌과 그 가족들,
남편이 사고로 죽은 세 아줌마까지 동굴에서 편안한 생활을 지내고 있는 가족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안한 동굴 생활을 하기까지 화산에서 불을 가져온 아버지의 공이 있었어요.
화산의 불을 가져온다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고 위험한 일이라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고 아버지 에드워드 혼자 가져오기 위해 무작정 화산으로 떠났어요.
며칠이고 걸려 화산 근처에 도착해서 흘러내린 용암이 주위의 나무와 풀을 태우는 것을 보고
불은 나무라는 먹이가 필요함을 깨닫고 나뭇가지에 불을 옮겨
보금자리인 동굴까지 나무를 이어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추위도 없애고, 다른 동물들이 불을 무서워해 안전한 동굴이 되었죠.
불을 관리하며 날카로운 금속을 만드는 데 불을 유용하게 사용해
더 큰 동물을 빠른 시간에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한 마리의 동물을 잡기 위해 그 동물이 지칠 때까지 따라서 뛰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사냥 도구의 끝이 날카로워 멀리서 던져도 동물이 죽어
훨씬 편하게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었대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평소 나무 위에서 살면서 배가 고프면 합류하는 바냐 삼촌은
항상 아버지 에드워드에게 경고를 합니다.
이것은 진화가 아니라 얕은수를 쓰는 것이라고요. 다시 나무 위에서 살아야 한다면서요.
하지만 어니스트 가족은 이를 거부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식을 익히고,
동물을 기르려고 노력하며 더욱 진화를 하려고 합니다.
특히 아버지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죠.
아들들과 멀리 떠나 다른 부족들의 여인에게 구애를 하라며 타 종족간 결혼을 말합니다.
아들들은 편하게 누이들과 결혼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와서
다른 여자들에게 구애를 해야 하냐고 반발하죠.
하지만 아버지는 이제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신무기가 개발된 상황에서
가족 내에서 여자를 두고 싸우는 건 위험하다고 하죠.
예전처럼 나무 몽둥이만 있던 시절이면 싸움을 적당히 끝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러다가 죽을 수 있다고요.
아버지는 상황은 바뀌었는데 우리의 가치관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도덕적인 가치관 문제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두고 주기적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부족의 여자들을 데리고 와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에드워드의 아들들.
아버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불을 직접 만들고자 연구했고, 진짜 해냅니다.
이것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아버지는 우리 원시인이 해야 할 일을 선언하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진정한 인간으로 우뚝 서고,
역사를 창조하며 당당히 문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요.
이제 절대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발전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며, 석기도 기존의 뗀석기에서 간석기로,
사냥터에서 쓰는 무기의 성능을 계속 개선하며, 집에서 쓰는 가정 용품도 개량해
여자들이 힘든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예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자연을 관찰하며 꾸준히 탐구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공허한 논쟁만 일삼으로 지금까지 위대한 과업에 전혀 도움을 준 적이 없는 사람들도
앞으로는 더 분발해서 자기 재능을 발휘하도록 독려합니다.

불을 직접 만든 아버지가 과학자의 정신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냥 알려준다고 말하자,
어니스트는 그래선 안된다고 합니다.
후손들을 위해 대가나 출세할 기회를 그냥 버리면 안 된다고요.
다른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없고,
과학자들이 있다 해도 자기들끼리만 쓰고 있을 건데
그걸 얻어내려면 그것과 교환할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대를 말합니다.
또한 아직 불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대형 참사가 날 수도 있는데
이런 기술은 위험하니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도 말하죠.
이 두 사람의 논쟁은 어떻게 끝날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랍니다.
원시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 <에볼루션 맨>.
내용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아버지 에드워드와 바냐 삼촌의 행동과 말에서 확인할 수 있고,
같은 입장이었던 에드워드와 아들 어니스트도 더 이상의 진보 앞에서 서로 달라지게 됩니다.
읽으면서 어느 한쪽이 맞다고 할 수도, 다른 한쪽이 원시적이다 할 수도 없더라고요.
다시 나무에서 살아야 한다는 바냐 삼촌은
진화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며, 불을 훔치는 것은 자연법칙을 위반한 거라고 하죠.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하는 많은 과학 연구 중에서 유전자 조작이나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니깐요.
과학은 우리 생활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건데,
진짜 우리 생활이 예전보다 더 나아졌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습니다.
1960년에 출간된 <에볼루션 맨>이 지금 우리에게 던져주는 생각거리는 많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