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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더 잘될 거예요 - 경인방송 황순유의 해피타임907 365일의 안부
황순유 지음 / 흔들의자 / 2019년 11월
평점 :

라디오방송 잘 들으시나요? 학창시절엔 많이 들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라디오를 듣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운전할 때 라디오를 듣는데요.
경인방송 오후 4~6시 "황순유의 해피타임 907"를
20년 동안 진행한 방송인 황순유 씨가 쓴 <내일은 더 잘될 거예요>.
작가도 아닌데 매일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고를 직접 쓴대요,
전문 작가에 비해 유려하진 않지만 진실한 마음이 엿보이는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
전 경상도에 사는지라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지만
홈페이지와 어플에서 실시간 방송을 들을 수 있어서 저도 들어보았습니다.
편안한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20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할 말이 없어도 오프닝 멘트부터 늘 같은 시간에 시작한 황순유의 해피타임 907,
<내일은 더 잘될 거예요>는 몇 년 치의 오프닝 중에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365개의 글을 골라서 담았답니다.
모든 글이 다 마음에 와닿았지만 그중 제 마음에 와닿은 몇 개의 글을 소개할게요.

첫 번째 글입니다. 새해 새날을 여는 기분으로 시작하면 더욱 좋은 글이죠.
신이 손을 대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는데요, 문을 여는 것,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것,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는 것, 책의 첫 장을 넘기는 것, 피아노의 건반을 처음 두드리는 것,
씨앗을 처음 심는 것, 처음 이성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랍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이 쉬운 일들을 해주지 않는 건 이유가 있어서겠죠.
세상의 모든 시작은 우리가 신에게 보내야 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랍니다.
'꿈꾸는 일이 있다면 신호를 보내세요. 그 첫걸음은 우리가 내디뎌야 하니까요.'
그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로 다가오는 2020년 'My Bucket List'를 작성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여행이 일상의 삶을 충전하고 여유를 느끼고 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행은 틈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틈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라고
엘리베이터 광고 카피에 적혀 있었대요.
정말 우린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기려고 하면 할 일을 채우고,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면서 말이죠.
책장의 책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읽고 싶은 책 한 권 빼내기 어렵듯이
틈은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언제든 넣을 수 있고, 언제든 빼낼 수 있는 한 틈의 여유,
우리에게도 그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묻죠, 꿈은 뭐냐고요.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묻죠, 뭐가 되고 싶냐고요.
그런데 정작 이런 질문들은 아이보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내 꿈을 더 많이 꾸고, 내 앞날을 더 많이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들어가는 그런 나의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2020년은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여행 계획도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지 않잖아요.
여행 이야기를 담는 한 작가는 '기차를 놓치고 천사를 만났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났고, 이런 곳에 꼭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운명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놓치고 나면 많이 속상하겠지만
그걸 놓쳐서 새로 얻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년은 놓쳐서 후회하기보다 새로 얻게 되는 날들이,
그런 날들을 내가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본 여행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일본 라멘 맛을 잊을 수 없었던 8살 남자아이는
동네 일본 라멘집이 생긴 걸 보고 가족들과 라멘을 먹었답니다.
먹고 난 뒤 아이가 라멘집을 나와서,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동네 음식점에 있었어요!'라고 말했대요.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동네 카페에, 아니면 우리 집에 있을지 모르죠.
그 행복을 찾아야겠어요.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서 뭔가 잘 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잘하려면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많이 보고, 많이 해보면'
잘 할 수 있답니다.
요리 잘하는 사람의 레시피를 찾아서 음식을 많이 만들어보고,
좋은 책을 읽은 후에 나의 글을 많이 써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보고…
멋진 인생을 살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이미 멋진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곁에서 보고 배우는 거죠.
그리고 나도 멋진 길을 따라가는 겁니다.'
머리에도, 얼굴에도 에센스를 바르면 부족했던 유수분이 보충이 되어 좋아집니다.
마음에도 이런 마음의 에센스가 필요할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괜히 미루다가 후회하는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볼 수 있을 때 보고 사는 게 남는 인생'이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절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이도 있는데,
살아있다면, 좋아한다면, 마음에 두고 있다면 볼 수 있을 때 보고 살아야죠.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니깐요.
인생도 운전처럼 가속도가 붙어서 잘 풀리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전방에 요철이 있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들은 것처럼 서행으로 살아야 할 시기도 있습니다.
아예 멈춰 서서 좌우를 살피고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요.
서둘러 속도를 내서라도 올해 안에 달성하거나,
아쉽지만 잠시 멈췄다가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그런 12월입니다.
신호등의 노란색 불이 켜진 날인 셈이라고 저자는 <내일은 더 잘될 거예요>를 마무리합니다.
정말 책의 마무리처럼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라 그런지
아쉬운 마음에 지금이라도 속도를 내야 할까 싶어 마구 달릴까 하다가,
이 글을 읽고 노란색 불이 켜진 것처럼 한 템포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경인방송 황순유의 해피타임 907의 <내일은 더 잘될 거예요>를 읽으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