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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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앞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이지만 나름 치열했던 육아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조금 여유로워져서 그런지, 

아이가 자신의 길을 걸어간 후에 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보니, 먼저 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아보게 되네요. 

모든 책은 아니지만, 일단 새 책을 보면 읽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걸 보니 

책 읽는 건 좋아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발전시켜볼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를 읽게 되었어요.



저자는 서적과 잡화는 파는 서점인 '빌리지 뱅가드'라는 곳에서 12년을 일한 후,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게 됩니다. 

온라인 만남 사이트인 'X'에서 책 추천한다는 프로필을 등록해 

몇 월 며칠 몇 시, 어느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고 글을 올렸답니다. 

그러면 시간이 맞고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들이 만남 요청을 하고, 

요청받은 사람이 마음에 들면 수락해서 지정했던 장소에서 만남을 가지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상한 사람이 나왔대요.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접한다는 열린 마음으로 정해진 30분의 시간을 지켜 책을 추천했대요. 

다행히도 그 이후엔 마음 맞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책을 추천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이 되었답니다.


마음이 맞고 재미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즐겁게 대화하고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실망스러운 메시지를 받는 일도 없다는 것, 

소개하고 싶은 책을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 추천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이상이 조금씩이지만 손에 쥐어지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용기도 되찾을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성인이 되고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이 만나는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게 돼서 

생각이 좁아지기 마련인데,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었대요. 

처음엔 상대방의 이야기만 듣다가 책 추천을 만나고 난 후 메시지로 보냈는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하면서 어떤 책이 맞는지 알아내는 방법도 쌓였답니다. 

그냥 책을 추천하기보다 상대방의 매력에 대해 먼저 말하고, 

그에게서 느낀 매력과 소개할 책을 언어로 연결한 후, 

그 책이 그 사람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를 전합니다. 

그러면 그냥 책 추천을 한다고 말할 때보다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이 더 다가오게 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아직 읽지 않은 책'도 그 사람의 미래를 위한 '부적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지은이는 온라인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같은 서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지금 운영하는 찻집을 방문하게 되었답니다. 

그곳은 벽을 따라서 만화책으로 가득한 책장이 놓여 있고, 

한쪽엔 게임기와 술도 있었으며, 라이브 공연하는 장소도 있는 

저자에겐 꿈처럼 편안한 장소였대요. 

점주가 모두에게 책을 추천받는 이벤트를 열고, 거기에 참여하면서 

색다른 에너지를 받게 되었답니다. 

그때의 이벤트가 성공적이어서 일반인을 상대로 책을 추천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게 되고,

추천인은 저자와 헌책방을 운영하는 분, 

서점에서 일하면서 동인지를 만드는 분과 함께 시작했대요. 

배틀처럼 3명이 번갈아가며 참여자에게 필요한 책을 추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전에는 책을 추천하는 일이 그저 '책을 추천하는 것'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달라졌답니다. 

그리고 온라인 만남 사이트 단축 아이콘을 지워버렸대요.




지은이는 12년간 일했던 대형 복합 서점을 그만두고, 도쿄의 동쪽 끝, 

오래된 동네에 자리한 작은 서점에서 점장을 맡아 아직도 책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추천한 이야기를 온라인 사이트에 연재하고, 그 글을 읽어본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와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추천받는 것을 읽으며 

책 추천이 단순한 책 추천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섣부른 위로보다 책을 추천하는 순간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잘 모르는 사람과 마음을 교환할 수 있게 되죠. 

책이란 매개체로 인해 처음 보는 사람도 마음을 통하게 되고, 감정을 나누게 되는 

일련의 경험을 하는 지은이를 보니, 저도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나 혼자만 좋은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추천하면서 다른 사람도 좋아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음을 다시금 알았습니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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