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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어요 -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8월
평점 :

작가의 전작인 <말 그릇>을 읽고,
독서모임에서도 함께 읽으며 마음의 위로가 되고, 다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믿어요>도 읽기 전부터 호감이 마구 쌓이더라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이미지가 좋으면 보기 전부터 좋은 사람일 거야,
아니면 괜찮은 물건일 거야 하듯이 말이에요.
세상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당신을 믿어요>도 그랬답니다.

우리 모두 상처를 저마다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저마다 달라요.
상처를 맨얼굴과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외로움과 절박함에 끝에 섰을 때, 자기 믿음이 채워지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상처와 어울려 살아야 할까요.
먼저 추측하지 마세요.
우리는 어떤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의미에 대해 추측합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감정의 둑을 쌓게 되죠.
연락이 없는 것을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거나,
보고도 아는 척하지 않은 것을 나를 무시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듯이요.
이제 추측하지 말고 질문해보세요.
지금 이 사건은 나의 무엇을 자극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답을 구하세요.
'질문'이야말로 상처를 조련시킬 수 있는 도구라고 저자는 믿고 있대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란 수많은 색의 실이 엉켜 있는 실타래와 같답니다.
빨간색 위에 검은색이 지나고 그 사이를 흰색과 파란색이 오가는 방식이어서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죠.
상처를 품고 자란 자식의 마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 복잡한 실타래 안에는 상처받은 과거와 함께
아직 치유되지 못한 증오와 경멸이 살아요.
동시에 사랑받기 원하는 애처로운 마음과 포기하지 못한 기대도 있습니다.
그래서 죽을 만큼 미워했다가 끔찍하게 그리워지고,
징그럽게 혐오했다가도 몸서리치게 애틋해지는 겁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감정은 옳아요.
이렇게 하나의 실타래로 받아들이면 부모를 원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모를 사랑했던 기억들도 떠오를 겁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니 고마움과 그리움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확인은 다른 사람의 박수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아끼고 배려하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나를 세우는 일은 밖을 떠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안을 채워야 시작되는 일입니다.

과거에 얽매어 현재를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은 거기에 놓아두고 다음 시간을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떡볶이를 먹을 땐 기분이 좋았는데 떡볶이 국물이 옷에 틔어 지우느라
남은 떡볶이를 하나도 못 먹게 되었을 때,
떡볶이 국물이 나를 망친 것처럼 보였다는 저자의 선배 말처럼
사람들은 떡볶이 국물이 묻은 옷 같은 데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자국을 달고도 얼마든지 웃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으세요.
상처와 함께 자라다 보면 알게 됩니다.
내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들이 이미 해내고 있다는 것을요.
살아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저자는 고비 때마다 부모가 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생각했대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그 좋은 것만 있었어도
이렇게 인생이 힘겹지 않았을 거라며 한탄했답니다.
혼자 잘나서 남은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이가 찰수록 감사 기도가 늘어나면서,
정말 좋은 일들이 매일 생겨서가 아니라 키가 자라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윤나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상담했던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 <당신을 믿어요>.
다양한 이야기 속에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요,
특히 마음에 가장 와닿은 부분은, 누군가의 딸이나 아들로 보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구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관객들이 기뻐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글이 제 머리를 울렸습니다.
오롯이 나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 책으로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나를 믿으면 모든 일이 잘 되겠죠,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합니다.
"당신(나)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