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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평소 특별한 생각 없이 책을 빌려도, 골라도
도서관 분류체계에서 기술과학 쪽의 책들이더라고요.
그렇게 편독만 하는 저에게 산문집, 에세이는 오랜만이었습니다.
많이 읽어보지 않아 <쓸 만한 인간>이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었고,
표지에 나오는 저자인 배우 박정민 씨의 얼굴이 마음에 들어 더욱 설렜습니다.

<쓸 만한 인간>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약력을 보니
작가는 아니고, 글씨만 쓸 줄 아는 평범한 옆집 남자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옆집에 박정민 배우 같은 분들이 다들 사시나요?
제가 사는 옆집엔 왜 아닌 거죠?? 서울에 가면 옆집에 사는 건가요???
이런 별스러운 생각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쓸 만한 인간>에서 자주 보았던 문장은 '어차피 끝내는 다 잘 될 거다.',
'다들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두 행복하시라.',
'당신은 아주 잘하고 계신 거다.'로 힘을 주는 글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기운이 났어요.
나도 남한테 해코지를 한 일도 없고, 그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니
내 인생도 괜찮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공황장애, 강박증, 우울증 등이 낯설지 않습니다.
옛날엔 듣지 못해서 생소한 용어들이지만, 매체에 연예인들이 나와서
이런 병에 걸렸었다, 혹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고 고백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서인지,
정신과를 간다는 것도 이상한 일로 터부시되지 않지요.
마음이 힘들면 몸도 힘든 법이니, 몸 건강만큼 마음 건강도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저자도 군대에서 인적성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며 신경정신과 치료를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 없다고 말해 정상으로 입대를 해 별일 없이 적응하는 것 같았지만,
상병 3개월쯤 되면서 조금씩 이상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대요.
관물대의 옷과 집기들에 각이 잡혀 있어야 하고, 수도꼭지도 가운데에 맞춰야만 했답니다.
과도한 강박에 신경정신과를 찾아가 상담과 약치료를 받고 전역을 했대요.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 지금도 강박 증세가 어느 정도 남아 있긴 하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그 증세 덕분에 집은 언제나 깔끔한 편이고,
사는 데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사의 말에도 공감을 하고 있대요.
주위에 이런 강박 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주위 시선이 두려워 숨기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좋대요.
뱉는 순간이 어렵지 뱉고 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합니다.
그의 글은 때론 웃기고, 때론 용기가 나고, 때론 나와 비슷하구나 싶습니다.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달라 접점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지만
사람 사는 게 어느 정도 비슷하잖아요.
내일은 조금 더 낫겠지, 행복해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살고,
오늘도 나름 괜찮게 살았다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쓸 만한 인간>에서 볼 수 있었어요.
배우라 조금은 특별한 일상을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제 선입견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물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보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을 보니, 그 나이대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뭔가를 배워야만 하는 책을 읽다가 이렇게 잔잔한 일상을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점을 적은 산문집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주위를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