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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 151개 질문과 개념으로 초등 한국사 완전 정복! ㅣ 개념연결 초등 사전
배성호.문순창 지음, 김영화 그림 / 비아에듀 / 2022년 3월
평점 :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도대체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거야?!’ 대담하지만 누구나 감히 해볼 법한 질문으로 이 책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은 시작한다. 그리하여 이 말을 내뱉은 역사에 무관심한 학생들(강아지+고양이)이 한국사 박사 고선생님(고릴라)과 함께 바나나 포털건을 이용해 역사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선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현대사’ 시대 주제부터 등장하는 독특한 책 구성 순서이다. (일반적으로는 선사시대부터 나올 텐데 말이다.)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때(현대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삶은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전체적인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현대 ▶ 선사 삼국 통일신라 발해 ▶ 고려 ▶ 조선 ▶ 개항기 ▶ 일제 강점기] 시대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실 ‘순서’에만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면, 이 책은 심심할 때 마음 가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도 좋겠다. 단 ‘한 장’ 안에 굵직한 역사적 사건 하나를 부담 없이 재미있게 알고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전반적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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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상단) [연도별 전후 맥락]을 작게 표시해 두어 큰 흐름을 잃지 않게 돕는다.
- 좌측 중앙) 독자의 흥미를 끄는 [한국사 질문]이 귀여운 캐릭터 그림과 함께 등장한다. 역사를 접하다 보면 궁금해 질 만한 질문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돈에 그려진 인물들은 어느 시대 사람들인가요?”
- 좌측 아래) [30초 해결사] 코너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그 역사적 사건의 핵심을 #키워드와 함께 요약해주고 있다. 아이나 한국사 입문자가 가볍게 봐도 무방하겠다.
- 우측 상단) [그것이 알고싶다] 코너에서는 그 역사적 사건을 풀어 좀 더 심화해 설명해주고 있다. 어른이 읽어도 좋을 만큼 깊이가 있다.
- 우측 아래) [개념 연결] 코너에서는 함께 읽어보면 좋을 역사 관련 읽을거리를 실어두었다. ‘더 나아가기’ 같은 느낌이랄까? 개념을 연결하고 역사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우리나라 고대 왕들 VS 늑대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마 초대왕 로물루스 이야기를 비교해 놓는 식이다.
- 가끔 등장하는 [만약에 역사] 코너에서는 역사를 접하다 문득 드는 질문을 재미있게 가정해보고 있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과 같은 질문이다. 역사적 가능성의 재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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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매력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매력, 첫 번째> 딱 ‘한 장’ 안에도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가볍게 하루에 한 질문씩만 넘겨봐도 151일째가 되는 날, 무려 “151개의 역사적 사건과 개념을”을 완전정복하게 되는 보람이 있다.
▶<이 책의 매력, 두 번째> 책을 서술하는 내내 우리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의 견지이다. 사실 역사는 신화, 전설, 추정 등이 뒤섞여 있어 우리 후손들이 봐도 아리까리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 신뢰도가 급격히 올라갔던 계기는 “광개토 대왕은 어떻게 영토를 넓혔을까요?” 질문 편이다. 흔히 보는 역사책에서는 우리는 광개토 대왕의 뛰어난 개인 역량 위주로 추켜 세워 강조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객관적인 자세로 ‘5호 16국 시대’로 분열을 위기를 맞았던 당시 주변국의 혼란한 상황과 잘 맞물린 배경도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역사를 마냥 미화하지 않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에 하도 시달려 ‘역사 왜곡’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독자가 더 챙겨야 할 역사에 대한 객관적 태도를 다시금 은연중에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의 매력, 세 번째> 재미있다! 단순하지만 가장 큰 책을 읽는 이유를 충족한다. “중국의 연극에 왜 연개소문이 나오나요?” 질문 편을 보자. 중국 경극의 한 작품에는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 중국 당나라 황제와 장수를 괴롭히는 악당으로 나온다고 한다. 나름 관심이 있는 편이었는데, 듣도 보도 못한 흥미로운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만큼 고구려 대 당나라 간 전쟁에서 당나라를 막아냈던 당시 실권자 연개소문의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되었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심지어 알고 봐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의 매력, 네 번째> 사료, 삽화 질이 좋다. 적재적소에 딱 적합한 이미지(당시 사진, 그림, 지도 등)가 등장해 이해를 잘 돕고 있다. 군말이 필요 없다.
이 외에도 이 책의 매력은 다 풀어낼 수 없다. 독자인 나도 책 캐릭터들과 함께 역사 시간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다. 책 속 질문에서 시작해 뻗어나가 미처 못 다한 한국사 관련 질문들이 머릿속에 소용돌이 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쉬운 여운이 남은 만큼, 이 책을 계기로 무심코 넘긴 각종 역사 자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게 되었다. 책 속 “역사 질문”에 답해가면서 저절로 뒷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고, 역사 토론 거리가 마구 떠올랐다.
이 책을 애정하는 만큼 서평이 길어지고 말았다. 제목 때문에 결코 낮춰 보지 말자. 다양한 역사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세상 보는 눈을 틔워 준 이 책,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다시 한 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