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웅진 모두의 그림책 46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가... 누군가와의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누구일까?

 

 

 제목부터 잘 가... 라니, 대상과의 헤어짐을 전제하면서 책은 시작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별의 대상은 아마 동물일 테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진 고양이와 개 같은 동물부터, 개간을 위해 불태운 숲속에서 죽어간 코알라와 같은 야생 동물들, 사육장 담을 넘다 사살된 퓨마 같은 동물원 속 동물과, 홀로 갇혀 떠돌던 외로운 벨루가와 같은 수족관 속 동물, 저 먼 북극에 사는(-‘살던으로 곧 바뀔 수 있는)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까지.


  그럼에도 미련을 철철 흘리지 않고, “잘 가.”라며 동물들을 집착 없이 보내주는 이 책의 자세가 오히려 독자를 안달 나게 한다. 이제 붙잡기엔 차마 염치가 없을 정도, 인간이 동물에게 지은 업보가 많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그래서 이미 인간은 늦을 대로 늦었음을 보여주는 걸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었다!) 이렇게 멋대로 해석해 본다.

 이 책이 

 인간의 이기심과 편의, 무관심에 스러진 동물들을 위한 진혼곡

 이라는 소개글도 있다.


  또한, 이 책은 멸종동물 위기는 진행 중 ing’이라는 주제를 굳이 독자에게 떠먹여 주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 글 밥이 거의 없음에도, 오히려 독자는 주제 메시지를 해석하느라 치열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남다른 담담한 문체’, 그리고 과거형이다. 그림책치고는 담담한 문체가 쭉 이어지기에, 그림책 속 동물들의 상황이 더욱더 안타깝게 다가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눈에 띄 과거형의 어미는 앞에서 언급된 동물들의 안타까운 운명을 암시한다. 끝마무리가 찝찝하기 그지없다. ‘그림 하나와 문장 몇 줄만으로, 스산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큰 매력은 아름답고 오묘한 동물 그림이다. 삽화 한 폭 한 폭이 전시회에 걸어도 될 만큼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현실주의느낌도 나게 신비로운 느낌이 있어 계속 눈길이 간다. 캔버스 위에 그린 유화 그림의 붓터치 마저 보이는 듯, 그림의 인쇄또한 잘 되었다. 하드 커버에 종이도 고급 재질을 써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인쇄 마무리까지 완벽한, 전체적으로 잘 만든 그림책이다!

 

  내 짧은 식견으로는 이 그림책 잘 가의 깊음을 완벽하게 소화를 못 한 건 아닐까 미련이 자꾸 남는다. 그만큼 두고두고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여운이 남아 계속 곱씹게 되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께도 추천한다. 특히, 평소 동물권의 개념과 가치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이 보기에 참 좋을 것 같다.

 

지금쯤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없는 세상에서

 긴 잠에 들기를.”

   이 문장은 동물들의 사후 세계를 상징하는 듯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우리가 잘 몰랐거나 애써 모른척한 동물들의 이야기. 그렇게 스러진 동물들의 혼이 이 책 속에 박제된 듯하다. 좋은 의미로 찝찝함을 남기는 이 그림책, 꼭 우리 인간들이 읽으면 좋겠다.

 

우리는 잃은 뒤에 어렵게 알게 돼.” 

(잘 가)


웅진주니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 대한민국 상위 1% 10대들의 특별한 경제 수업
김나영 지음, 정진염 그림, 이인표 감수 / 리틀에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제목을 보고 첫눈에 끌렸다. 그냥 경제반은 넘어갔겠지만, ‘실험경제반은 못 참지! 하는 생각에 얼른 이 책을 봐야 했다. ‘대한민국 상위 1% 10대들의 특별한 경제 수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 17가지의 재미있는 게임 실험을 통해 경제 마인드와 원리를 배워나간다는 재미있는 발상만으로도 매력적인 덫은 충분했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를 사로잡기에는 이미 충분하다는 것! 책 실물을 접하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한참을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진정하질 못했다.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경제 문맹이다. 단지 관심만 있을 뿐이다. 평소 경제 수업을 듣다 보면 수많은 이론과 그래프의 현란한 등장에, 곧장 눈이 @@ 이렇게 된다는 의미다. 경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내가 수학 수업을 듣는 건지 국어 수업을 듣는 건지 아리송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나라는 경제 문맹의 탄생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아쉬웠던 경제 수업의 기억을 탈피해 줄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것만 같았다! 주 독자층은 청소년이겠으나, 어른이 된 지금에서라도 경제 감각을 키우고 싶다! 나중에 생길 자녀 교육 등에 힌트를 얻고 싶다! 라는 마음은 나 외의 독자에게도 다분할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결과는? 웃음 만발! 해피엔딩!

이 책은 감사히도 나의 간절한 부름에 답을 해주었다.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책은 실제 학교 경제동아리에서 저자가 진행했던 혁신적인 경제 수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가 일단 재미있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려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들려주기에 전혀 부담없이 없다. 우선 등장인물 캐릭터별로 특징 있는 성격과 재능을 부여하여, 마치 내 앞에서 살아있는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이야기 자체에 먼저 푹 빠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마치 실험 경제반 동아리에 들어간 학생이 되어 경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아 몰입감이 크다. 굳이 비유해 보자면, 내가 티비 프로그램 더지니어스순한맛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 같다랄까? 재미적 요소도 크고, 실제 경제 흐름과 대응되는 작은 단위의 경제 체험을 통해 쉽게 풀어 설명해 주어서 인지적인 부담도 적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경제 게임 참여 흐름을 지켜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경제의 흐름을 경험해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각종 경제 이론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아 그게..이거?!”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등장하는 각종 경제 게임과 그에 대응하는 주요 경제 개념 소개는 아주 인상 깊어서, 아직까지도 몇몇이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 같다.


1. 피자 만들기 게임 희소성 

2. 놀이공원 가게 게임 편익, 기회비용

3. 초코파이 첫 한 입 맛 한계 효용 체감

4. 종이비행기 공장 실험 한계 생산 체감

5. 사과 경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균형 가격 등등



  경제 실험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유익하다. 단순히 재미에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에 [경제 개념 콕!]이라는 코너로 주요 경제 개념까지 정리해 주니,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서, 아쉽기까지 하다. 내가 정말 그 어려운 경제관련 책을 읽고 있는 건지 얼떨떨하기만 했다. 그만큼 몰입감이 좋다. 그렇다고 더 했으면 더했지, 결코 깊이가 덜하지는 않다. 한 챕터를 읽어나갈 때마다, 단순히 돈의 흐름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 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모든 경제 수업을 기획하고 수행한 저자분의 실천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경제수업 지도안으로 많은 상을 수상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멋진 수업을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책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어 영광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글은 잘 읽는데 경제는 못 읽는 경제 문맹의 답답함은 필자가 제일 잘 안다. 경제적 흐름을 읽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눈을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굴뚝같을 것이다. 굳이 본인이 아니더라도 이 책에 나오는 경제 실험 하나만 자녀분과 해봐도, 경제를 향한 흥미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을 테다.


 

 

 이 책 한 꼭지를 차지한 초코파이 첫 한 입=극상의 맛의 이야기(-이 저렴한 요약 표현은 내가 사용한 것이기에 오해 없으시길)는 내가 음식을 맛볼 때마다 문득 떠오를 것 같다. , 요즘 사회적으로 재미로 비꼬는 주변에 한 명쯤 있는 한입충은 사실 누구보다 한계 효용의 경제 개념을 잘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제일 효과 좋게 맛있는 첫 한 입만 차지하는 노련한 사람! (웃음)


 

 

 이런 실없는 웃음으로 이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하려 한다. 이런 알쓸신잡스러운 생각도 이 책이 없었으면 전혀 생각도 못했을 것이기에,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책을 읽게 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부 달력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오면서 농촌에서 머물러 본 날이 한 달이 채 못 되는 내가, 마치 어릴 적 농촌에 살았던 것 같다? 그럼 그림책 #농부달력 을 보신 겁니다.



  이처럼, ‘없었던 농촌 에 관한 기억’까지 만들어 줄 정도로 따뜻한 ‘추억 보정’을 해주는 몽글몽글한 그림책 『농부 달력』을 만났다. 책 표지부터 ‘봄-여름-가을-겨울-다시 봄’으로 순환하는 정겨운 농촌 모습이 작은 조각 삽화으로 함께 담겨 있어 눈길이 갔다.


  책을 다 읽고 나와서 돌아와 아까 표지의 작은 삽화 조각을 다시 들여다 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잠깐 눈길 주고 지나쳤던 그림 조각 하나하나가 실제로 눈 앞에서 살아나는 것!

-봄이 다가와 농사 준비로 분주히 오가는 경운기~마을버스~오토바이 탈탈-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모종 심는 모습은 빠질 수 없지!


-여름내 김매고, 쏴아- 비 올 때 물빠짐 잡아주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대야에 물 받아 담가놓은 시원한 수박과 토마토는 군침 돌게 한다.


-곧 가을이 되어 말려 놓은 빠알간 고추 지글지글 감각이 느껴진다. 자식 생각에 유리병에 담아 따로 챙겨둔 참기름병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나는 듯해 코 한 번 훔친다. 추수 후 먹는 햇곡식 담은 밥상에 입맛 다신다.


-겨울 눈 오는 장독대에서 장을 푸고, 겨우내 동물 먹을 농작물 남겨둔 인정에 감탄한다. 그리고 다시 싹이 움트는 이 온다.


  표지 속 작은 그림 조각 하나하나가 그림책에서 봤던 이미지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그림책을 덮고 눈을 감아도(!) 농촌의 ‘일 년 살이’ 모습이 머릿 속에 절로 그려진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 빨랫감 걷는 모습, 별빛 쏟아지는 여름밤 하늘 아래에서 모기향 피우고 마당 평상 위에 나란히 누운 가족 모습, 가을 누렇게 익은 벼밭을 돌돌돌- 오토바이 함께 타고 가는 부부, 뒷산에 올라 실하게 맺힌 밤나무 터는 모습, 그리고 겨울이 찾아와 함박눈 소복히 내려 쌓여가는 농가의 집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마음 속에 남은 이 선명한 이미지는 누가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내가 억지로 얻으려 한 것도 아니다. 아마 그게 #그림책 의 힘이겠지.

그림책이 전개되면서 사부작사부작 가끔씩 나오는 유머도 반갑다.


-장날에 마을 장터 나가 아내 선물용 봄꽃무늬 몸뻬바지 보는 할아버지의 말 “제일 고운 걸로 한 장 주쇼.”


-고추를 햇빛에 말리려 돗자리 위에 붓고 있는 할머니의 말, “뜨거운 맛 좀 보거라.”


  두 분 다 아주 그냥 귀여움이 다 했다. 주인공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와 ‘강아지 동구’가 사이좋게 함께 살아가는 모습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히게 한다.


  여기에다 + ‘농사에 관한 깨알 상식’까지 배워갈 수 있다. 다양한 농작물 모종 종류부터 다양한 벌레 해충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에 지루할 새가 없다. 가을에 수확한 각양각색 농작물이 풍요롭게 박스에 담긴 모습에는 독자가 다 뿌듯해진다.

  수확물 종류 구경도 재미있고, 자식 선물용과 내년 농사용 등 농작물을 구분해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동구야, 남의 밭에 들어가지 말고 밭고랑으로만 다니그라. 달려가는 강아지에게 하는 할아버지의 말


-새들이 조금 파먹고, 굼벵이 지렁이가 또 조금 먹고, 남는 건 우리 것이지.” 씨앗 뿌리는 할머니의 말.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농촌 인정과 예의가 묻어나와 마음이 따뜻해 진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농촌 인정과 예의가 묻어나와 마음이 따뜻해 진다.


  이 그림책은 특히 억지 보여주기식으로 무리하게 젊은 사람을 농촌 배경 그림책에 ‘출연’시켜 보여준 게 아니라 더 공감이 갔다. 있는 그대로 할아버지 할머니 두 내외가 정답게 사시는 모습을 담담하면서 밝게 담아내어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농사를 마친 겨울 눈 내린 농가의 모습에서 이어진 그림책 마지막 장 한 마디, “이제 모두 쉽니다.”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계속 내달려야 하는 일반적인 현대인의 생활 주기와 달리, 쉴 때를 아는 농촌의 지혜로 끝낸 책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그림책 판형이 조금 크게 출시된 것 역시 절묘했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사시사철 정경을 수채 풍경화처럼 철철이 담아낸 한 장 한 장이 마치 족자의 한 폭 같아 소중하다. 편하게 앉아 그림책 한 권으로 떠났다 온 일 년 농촌 여행이니 얼마나 보배로운 경험인가?


  책으로 농부의 일 년 삶 흐름을 다 훑고 오면 그림책 제목 『농부 달력』의 의미가 와 닿는다. 농부의 삶은 우리가 흔히 ‘달력’ 하면 떠올리는 숫자 하나하나에 얽매이지 않는다. 농부로서 살아가는 일 년 삶 자체가 달력이었다.



  『농부 달력』이 독자에게 선물해 주는 이 모든 농촌의 심상은 감히 도시물 먹고 자라 억지로 짜내 썼다고 하기에는 참으로 진실 되었다. 마지막에 작가분께서 “한평생 농부의 계절을 보며 자랐습니다.”라는 말을 남겨 주신 걸 발견해, ‘아..역시’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진실된 그림책은 작가님의 삶과 눈에서 우러나와 탄생한 것이었다.


  “실한 그림책 열매를 수확했습니다. 맛있게 봐 주세요.”라는 작가님의 말에 답해드리고 싶다.

  “글로 밥하고 그림 반찬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눈이 참 즐거웠습니다.”


  간만에 슬픈 류가 아닌, 행복한 류의 '감동'을 맛보게 해준 책을 만나 반갑다. 표지 맞이 글부터 남다르다.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꼭 부적처럼 독자에게 미소와 행복, 감동을 선물해 주는 책 『농부 달력』을 꼭 읽어보기를 권해 본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 151개 질문과 개념으로 초등 한국사 완전 정복! 개념연결 초등 사전
배성호.문순창 지음, 김영화 그림 / 비아에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도대체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거야?!’ 대담하지만 누구나 감히 해볼 법한 질문으로 이 책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은 시작한다. 그리하여 이 말을 내뱉은 역사에 무관심한 학생들(강아지+고양이)이 한국사 박사 고선생님(고릴라)과 함께 바나나 포털건을 이용해 역사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선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현대사시대 주제부터 등장하는 독특한 책 구성 순서이다. (일반적으로는 선사시대부터 나올 텐데 말이다.)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때(현대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삶은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전체적인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현대 선사 삼국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 개항기 일제 강점기] 시대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실 순서에만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면, 이 책은 심심할 때 마음 가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도 좋겠다. 한 장안에 굵직한 역사적 사건 하나를 부담 없이 재미있게 알고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전반적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 좌측 상단) [연도별 전후 맥락]을 작게 표시해 두어 큰 흐름을 잃지 않게 돕는다.

- 좌측 중앙) 독자의 흥미를 끄는 [한국사 질문]이 귀여운 캐릭터 그림과 함께 등장한다. 역사를 접하다 보면 궁금해 질 만한 질문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돈에 그려진 인물들은 어느 시대 사람들인가요?”

- 좌측 아래) [30초 해결사] 코너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그 역사적 사건의 핵심을 #키워드와 함께 요약해주고 있다. 아이나 한국사 입문자가 가볍게 봐도 무방하겠다.

- 우측 상단) [그것이 알고싶다] 코너에서는 그 역사적 사건을 풀어 좀 더 심화해 설명해주고 있다. 어른이 읽어도 좋을 만큼 깊이가 있다.

- 우측 아래) [개념 연결] 코너에서는 함께 읽어보면 좋을 역사 관련 읽을거리를 실어두었다. ‘더 나아가기같은 느낌이랄까? 개념을 연결하고 역사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우리나라 고대 왕들 VS 늑대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마 초대왕 로물루스 이야기를 비교해 놓는 식이다.

- 가끔 등장하는 [만약에 역사] 코너에서는 역사를 접하다 문득 드는 질문을 재미있게 가정해보고 있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과 같은 질문이다. 역사적 가능성의 재미를 보여준다.

  ----------------------------------------------------------------------------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매력, 첫 번째> 한 장안에도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가볍게 하루에 한 질문씩만 넘겨봐도 151일째가 되는 날, 무려 “151개의 역사적 사건과 개념을을 완전정복하게 되는 보람이 있다.

 

<이 책의 매력, 두 번째> 책을 서술하는 내내 우리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의 견지이다. 사실 역사는 신화, 전설, 추정 등이 뒤섞여 있어 우리 후손들이 봐도 아리까리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 신뢰도가 급격히 올라갔던 계기는 광개토 대왕은 어떻게 영토를 넓혔을까요?” 질문 편이다. 흔히 보는 역사책에서는 우리는 광개토 대왕의 뛰어난 개인 역량 위주로 추켜 세워 강조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객관적인 자세로 ‘516국 시대로 분열을 위기를 맞았던 당시 주변국의 혼란한 상황과 잘 맞물린 배경도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역사를 마냥 미화하지 않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에 하도 시달려 역사 왜곡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독자가 더 챙겨야 할 역사에 대한 객관적 태도를 다시금 은연중에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의 매력, 세 번째> 재미있다! 단순하지만 가장 큰 책을 읽는 이유를 충족한다. “중국의 연극에 왜 연개소문이 나오나요?” 질문 편을 보자. 중국 경극의 한 작품에는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 중국 당나라 황제와 장수를 괴롭히는 악당으로 나온다고 한다. 나름 관심이 있는 편이었는데, 듣도 보도 못한 흥미로운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만큼 고구려 대 당나라 간 전쟁에서 당나라를 막아냈던 당시 실권자 연개소문의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되었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심지어 알고 봐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의 매력, 네 번째> 사료, 삽화 질이 좋다. 적재적소에 딱 적합한 이미지(당시 사진, 그림, 지도 등)가 등장해 이해를 잘 돕고 있다. 군말이 필요 없다.

 

  이 외에도 이 책의 매력은 다 풀어낼 수 없다. 독자인 나도 책 캐릭터들과 함께 역사 시간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다. 책 속 질문에서 시작해 뻗어나가 미처 못 다한 한국사 관련 질문들이 머릿속에 소용돌이 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쉬운 여운이 남은 만큼, 이 책을 계기로 무심코 넘긴 각종 역사 자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게 되었다. 책 속 역사 질문에 답해가면서 저절로 뒷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고, 역사 토론 거리가 마구 떠올랐다.


  이 책을 애정하는 만큼 서평이 길어지고 말았다. 제목 때문에 결코 낮춰 보지 말자. 다양한 역사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세상 보는 눈을 틔워 준 이 책, 『개념연결 초등 한국사 사전 다시 한 번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 1~10 세트 - 전10권
김태호 지음, 이로우 그림, 김길수 감수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이전에 쓴 서평에서 밝혔듯,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신화책 시리즈 중 그리스 대 트로이편을 만나 그 매력에 빠졌다. 그러다 감사한 인연으로 시리즈 10전권을 만나게 되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책이 오는 날, 요즘 다들 한 번씩 해본다는 언박싱을 처음으로 해봤다. 평소라면 무심하게 뜯어버렸을 상자 박스를 섬세한 손길로 차례차례 열었다. 아이들에게 두근두근하는 설렘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들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초롱초롱 기대 품은 눈으로 요리조리 책만 따라오던 눈길이 괜스레 뿌듯했다.

 

  시리즈 책 세트라고 해서 무게나 보관 때문에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 권 한 권이 가볍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책이다. 그러면서도 핵심 신화 내용은 쏙쏙 담겨 있다. 거기에다 만화스러운 형태로 재미를 콕콕 더했다. 그야말로 타고난 학급문고 소장 도서감이라 할 수 있겠다.


  자라면서 셀 수 없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온 나에게도 이 책은 참 매력적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거의 핥듯이 읽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풍문으로만 드문드문 그리스로마 신화를 접해본 아이들에게는 이 책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답은 뻔하다! 눈을 못 떼었다. 멍 때리기 시간으로 끝나기 쉬운 아침 독서 시간이 책 탐닉 시간으로 변모했다. 왁자지껄한 잡담 오갈 여지도 없다. 가끔 오가는 소리라곤 너 그거 다 읽어가? 다음 나.” 라고 이 오가는 소리 뿐!


  이런 상황이다 보니, 책 시리즈가 시간 순서보다는 주제별로 엮여 있어 순서 상관없이 아이들끼리 사이 좋게 돌려볼 수 있어 더 좋았다.


 


 국어책 독서 단원 시간을 빌어,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리스 대 트로이편으로 독서 토론도 열어 보았다. 나올 만한 이야기 주제는 그야말로 다양했는데, 그 중 채택된 하나가 [내가 그리스 로마 신이라면 어느 나라 편을 들었을까? (+그 이유) 말하기]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근거를 뒷받침 하기 위해, 스스로 신화와 역사적 내용을 더 찾아보고 조사하는 열의까지 보였다.


VS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신화시리즈의 가치는 이렇게 저절로 입증되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탐구하게 하다니, 처음부터 반은 먹고 들어가는 멋진 책임이 분명하다.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신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쭉 해보려 한다. 든든하기 그지 없다!

 

이 생각에 우리반은 벌써부터 두근두근 소리로 속살거린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