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
이낙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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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행성에서 다정한 의사로 산다는 것”

글 잘 쓰는 의사 이낙원이 전하는 위드 코로나판 ‘슬기로운 의사생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2019년 12월부터 오미크론 대유행을 지나는 현재까지

이 지구가 다시 한 번 ‘바이러스 행성’임을 실감케 했다.

인천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실 실장인 이낙원은

선별진료소부터 병동 진료실까지 현장 의사로 분투하며 환자들의 삶을 더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자

작금의 의료 현실과 싸우고 있는 내과 의사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로 침투했을 때 의료진의 대응과

갖가지 감정들을 현장감 있는 글로 담아내며 특별한 기록물을 남기기도 했던 그가

이번에는 그간의 묵직함은 조금 덜어내고,

‘의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말쑥한 에세이로 다시 돌아왔다.

*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서른,아홉'을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이런 의학에세이를 또 진지하게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의학에세이가 재미있던 편이여서 그런지 그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은거 같고.

저자분이 내가 가봤던 병원인 의사분이라 반가움도 살짝 있기도 하고 ㅎㅎ

아무튼 이 책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대하는 에피소드가 꽤 인상깊었는데,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이였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보니 환자가 환자대로 지쳐있고

가족들은 그런 환자를 보는게 고통이였다고 한다.

아들은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편하게 돌아가시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 모두 같은 의견이라고, 더이상 고통 속에 사는 것을 보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약간 여기까지만 읽었을 때는 정말 환자도 그걸 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이 얼마나 심신이 지치는지는 겪어봐서 잘 알고 있지만..

그런데 경관식이를 하고 있었고 산소를 공급하는 비강 캐뉼라 등으로

얼굴에 선이 많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환자도 힘들겠다 싶긴 했다. 아흔이 넘으셔서 거동도 불편하셨을 테고...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기도 하고...

그런데 저자는 갑자기 환자가 착용하고 있는 안경이

눈에 띄어서 안경이 멋지다고, 잘 어울린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환자분 눈빛이 움직이더니 처음으로 저자분을 또렷이 쳐다봤다고 한다.

평소에는 크게 반응도 없으시던 분이였다고 ㅜㅜ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고 계시지만

그냥 지금, 오늘 행복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이야기와 함께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 60대 할머니 환자분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 분이 병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네일아트 프로그램을 다녀온거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손톱 칭찬을 하고 싶었는데 환자분이 손톱을 못 보게

손을 오므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이

손톱을 했다는 것에 대해 혼자 뭔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만약 저자가 "손톱이 예쁘시네요." 라고 칭찬했더라면 아주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환자도 자신도 몇 시간 동안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 하는데

그 부분이 꽤 인상깊었다.

그렇게 사소한 관심을 환자들은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고,

나 또한 그런 의사가 무뚝뚝한 의사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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