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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아파트 1 - 1001호 뱀파이어 몬스터 아파트 1
안성훈 지음, 하오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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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파트란 공간의 특성을 실감나게 이야기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게 되는 이웃 주민들, 때때로 서롤 방해하는 층간소음(모과와 테오의 장난이었지만)과 간간이 피어나는 정의 향연. 모과에게 새로 이사 온 솔음 아파트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장소가 된다. 이곳의 낯선 주거공간과 어색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과는 정성을 다해 돌봐주는 아빠와 (불순한(?) 의도가 있었지만) 새로 사귄 이웃 친구 테오와의 교감을 통해 새 행운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이를 통해 점차 새 공간에 대한 정을 붙여가는 모과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은 이야기. 다음 시즌에는 제이나가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본 동화의 가장 큰 주제는 교류와 소통이라고 보았는데, 특히 테오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사건(모과와 테오의 장난)을 다루는 긍정적 태도와 그로 하여금 문제 해결(테오와의 진솔한 대화)로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조금 의외였던 점은 <몬스터 아파트>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시대상을 반영하여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지만 교훈적인 이야기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나온 세계관이 펼쳐젔다는 것. 가볍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기분이다. 귀여운 일러스트도 한몫 했고.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귀여운 판타지 세계관을 좋아하는 어른들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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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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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북으로 제공 받아 톺아본 여기서 나가라는 명령. 표지가 압도적이다. 방에 들어 오려던 엄마를 본의 아니게 흠칫 놀라게 할만큼. 짧게 세계관을 탐험한 후 가장 궁금해지는 건 필석의 존재. 그리고 과거의 망령들. 깔끔한 문장과 서늘해지는 소설의 분위기가 더 깊은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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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
강이수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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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질문하고 경청하며 함께 듣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며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과 실천이다."

페미니즘의 현황, 특히 현재 대학 내의 페미니즘 현주소는 어디인가, (오래 전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명명한 것과 별개로) 이제 막 페미니즘 저서들을 찾아보기 시작한 입장에서 무겁지 않게 톺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유사한 고민을 가진 여성들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음이 좋았고, 사회학, 여성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주의를 연구하고 공부해 온 여성 리더들의 페미니즘 견해를 엿볼 수 있어 유의미했다.


본 저서에서 제시한 개념 중 가장 주목했던 것은 "페미니스트 번아웃".


"여성들은 넘쳐나는 여성혐오에 맞서기 바빴고 내집단 결집을 위해 이견의 제시가 금지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으며 강고해 보이기만 하는 젠더 관계 앞에서 '페미니스트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번아웃, 그러니까 페미니즘 이슈나 운동에 마음 쓰는 일이 버거워지는 지점을 나는 꽤 자주 겪고 있다. 특히 뉴스기사를 볼 때,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여성혐오적 언어를 건네받았을 때 더욱 그렇다. "페미니즘이 개인의 부분적 위치를 성찰하는 도구로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지만 계속되는 젠더 폭력 소식 앞에서 나는 자꾸만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때론 회피하기도 하고, 과거를 미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나 혼자만의 문제일까? 본 책에서는 "지식과 경험을 끊임없이 오가는 귀추적 사고의 과정은 페미니즘에서 언제나 공동으로 이루어진다"(위의 책, 49쪽.)고 말한다. 말하자면 페미니즘의 가능성은 대학이든, 광장이든 결집이 가능한 공간에서 "다양한 여성의 경험을 경유할 때 더 정확해"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의 고민은 개인의 고초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서 충분히 공유되고 논의될 수 있는 여성사회의 염증 같은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예컨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지는 여성혐오 범죄 소식에 피로함을 느끼는 마음, 여혐 논란이 있는 남자아이돌을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학내 성폭력 문제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하는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나는 내가 다니던 대학이 "자신의 경험을 지식으로 설명해내는 과정에서 공동의 지식을 찾고 생산할 수 있"을 만한 공간으로 만들지 못했음에 깊이 통감하는 바이다. 내 동기들과 후배들과, 더욱 건강한 방법으로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었을 텐데. 본 책에서도 계속해서 언급하듯이 총여학생회를 비롯한 학내의 다양한 여성 단체, 즉 여성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공부할 수 있는 고민의 장이 사라진 데에는 기득권을 등에 업은 안티페미니즘의 정서가 교내의 불안전함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불안전함이란, 주로 기득권을 가진 남성이 자신의 위치, 혹은 지위의 박탈을 두려워하는 비현실적 믿음, 또는 그럴 것이라고 믿어 주는 지배적인 남성중심적 사고로부터 비롯된 성차별이다. 이는 다음의 담론과도 결부되는 이야기다.


"대학 자체가 진리를 추구하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남성중심적 의사결정과 참여, 지식의 위계 설정이 이뤄지는 젠더화된 조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페미니즘을 통해 대학을 비판적 지식의 생산과 실천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과제로 제안한다."


이 책의 2장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 듯이 오늘날의 대학은 "대학 서열화와 기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꾀하려"는 "기업의 조직 논리"를 따르고 있다. 이는 대학이 "오늘날 여자대학의 공학 전환을 둘러싼 논쟁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경제적 수익성을 우선하는 기업의 조직 논리, 학생들을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구성원이 아니라 소비자로 국한하는 관점, 지식과 공간의 남성중심성, 여성들의 요구와 페미니즘을 세상 물정 모르는 이들의 치기 어린 투정으로 간주하는 왜곡된 관념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따르는 집단에서 성평등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강이수 교수는 이 같은 실정이 "천박한 실용주의 가 대학을 지배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제도나 평가 기준에 따라 기구는 만들어져 있지만,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담론을 논하는 학문적 공간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학생들이 제대로 된 여성학, 여성주의를 공부할 수 있을리 만무하고,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을 명명하기에도 공포스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당장 나의 모교만 해도 그렇다. 성평등기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 길이 없고, 에브리타임에서는 '페미'가 조롱의 언어로 사용된다. 융복합 교육을 추진한다는 빌미로 인문사회대학의 순수학문들은 모두 글로벌, 글로컬이라는 이름 아래 통폐합되었고, 제대로 된 인문학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소실되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한 "계급화된 대학 사회"는 "정치권에서 이대남에 주목하고 젠더갈등 운운하면서 또다른 불평등을 은폐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세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그저 연애 대상으로만 취급되는 여성들이, 사회계급에 굴복해온 여성들이, 그리고 페미니스트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젠더불평등, 젠더기반폭력은 젠더갈등이 아니다. 더불어 이는 개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나는 작년 10월부터 이어온 인권영화제 활동을 통해 내가 겪어 왔던 젠더폭력, 불평등의 경험을 나누고 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로서 받았던 불이익, 학생으로서 경험했던 위계 기반 폭력 등의 인권 침해 현장을 소소하게 발화하기도 했다. 개인으로서 저항하려고 애쓸 때보다 단체 내에서의 결합을 통해 나는 연대 받고 연대할 힘을 더욱 강력히 부여 받곤 했다. 본 저서,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운동의 강렬함이 늘 한결같을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자리에 남은 불씨는 필요한 때에 다시 불붙"어 나가고 있음을 본다." "색색의 포스트잇이 이어져 색색의 응원봉 불빛으로 얽혀간다." "이 다채로운 연대의 물결이 캠퍼스의 봄을 다시금 꽃피울 시간이다."

나는 또다시 이어졌던 시간을 감각하고 나와 여성들의 현재를 위해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구한다"고 믿어보려 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소통하고 공부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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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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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짧은 만큼 더 애틋한 가을이다.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처음 접하게 된 특별한 계절이기도 하고. 서평단 선정 후 도서가 제공되기 전 이미 SNS를 통해 올해 김승옥문학상 수상자 라인업이 대단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내가 좋아하는 배수아의 소설도 실려 있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제목이 대상작으로 걸려 있기도 해서 기대가 엄청났다. 나는 한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을 좋아한다. 김춘영, 바늘, 채식주의자 등등등…….

 일단 본 리뷰를 작성하는 이 시간, 아직 완독하진 못했고…… 마지막 황정은의 소설을 1/3 정도 읽은 상황이라는 점, 미리 밝힌다. 말하자면 모든 작품을 언급하지는 못한다는 것. 그렇지만 황정은의 연작소설 연년세세도 흥미롭게 읽었으니 조만간 무사히 완독하게 될 것 같다.

 이전의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하 작품집)을 읽어본 적이 없어 보통 어떤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애초에 김승옥 작가의 글도 읽어본 적 없으니…… 부끄럽) 그래서 이번 기회에 디지털순천문화대전 사이트 좀 찾아봤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면서 탁월한 감수성을 무기로 단편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개척한 김승옥을 기리면서 제정된 문학상이란다. 내가 아는 김승옥의 작품은 무진기행, 내가 훔친 여름정도. 아진심 왤캐 아는 게 없지 물론 읽어본 적도 없다. 정진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일단은 본 문학상이 훌륭한 단편소설을 쓴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라는 건 알겠다. 나야 뭐 그 정도의 훌륭함을 가려내고 톺아볼 수 있는 식견이 부족하니 자세한 리뷰는 어렵겠지만, 일단 간단하게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위주로 짧은 감상문 정도는 내보일 수 있겠다.

 

김춘영. 1980, “광부들의 노동쟁의로 촉발되었던 사북항쟁을 모티브”(p.38)로 한 소설. (사북항쟁이 정확히 어떤 운동이었는지 몰라 찾아봤다. 사북항쟁은 우리나라 최대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광부와 그 가족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어용노조에 항거하며 4일 동안 사북을 점거한 사건”(지역N문화, <탄광 소설들(회색도시, 내 사랑 사북, 사북탄광)>, https://ncms.nculture.org/coalmine/story/3804)이다.)

 본 소설에는 화운령사건속 피해자들과 시간을 공유함과 동시에, 그들의 피해 사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나와 면담 중 일부의 질문으로부터 회피했듯, 과거를 침묵하는 주인공 김춘영이 등장한다. 화운령 산중턱에 은둔하다시피 존재를 숨긴 이유는 아마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몰려오는 죄책감 혹은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이 반타의적이라는 점, 또한 녹취와 구술 면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먼 과거의 일은 시간이 지나면 녹슬고 지워지기 마련,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관점이 녹아들어 지극히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앞에 나타난 50대 부부와 군인들의 대화(e.g. “피아식별”(p.31))는 김춘영이 혼자서 간직해왔던 과거를 대하는 자신만의 감각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듯하다. 이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하지 않아서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사북항쟁을 모티브로 하여 쓰였지만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깊숙이 하진 않고, 그 시절을 살아온, 어떻게 보면 관찰자의 시선에 놓인 귀한 자원을 가진 분(p.13)”으로서의 인간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그리는 인간다운 인간이 만드는 세상 이야기가 더 보고 싶어졌다.

 

 잠시 본 작품집에서 불호를 느꼈던 소설 속 요소에 관해 말하겠다거푸집의 형태(이하 거푸집)에 등장했던 어린 여자의 존재돌아오는 밤(이하 돌밤)에 등장하는 세 남자. 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서사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제삼자의 존재가 달갑지 않다. 개인적으로 좀 동화적인 작위성을 느끼곤 한다김춘영의 경우에도 어떻게 보면 훼방꾼이라고 느껴질 만한 인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로 서사적 긴장감을 위해 배치된 도구로서 작용한다. 반면 거푸집의 여자와 돌밤의 세 남자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긴 하지만 아 뭐랄까…… 자동문 옆에 비상문을 하나 더 만들어 둔 느낌이랄까…… 나 지금 긴장 유발한다! 외치면서 억지로 끼워 넣은 것만 같은 재미 없는 클리셰 같은 것……. 소재라든가, 시의성 있는 주제라든가, ‘2025’ 작품집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맞는데 작위적인 인물들의 등장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스페이스 섹스올로지와 빈티지 엽서. 작품성과 별개로 내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움직였다.

 붙어 있으면 밉고 떨어져 있으면 애틋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란언제 들어도 마음이 쓰인다.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 나 유자와, 엄마 유자가 모르는 상처를 가지고 의연한 척 살아가는 딸 은율의 관계는 엄마의 사기 피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틀어져 버린다. 모녀는 각각 다른 우주에서 언제나 떨어짐을 감각하고, 비좁은 오피스텔에서는 모순적이게도 가장 먼 곳에 있는 존재처럼 서로를 인식한다. 공간이란 참 두렵다. 나를 포근히 감싸면서도 동시에 나를 완전히 집어삼킬 수 있는 어떠한 상태가 되기도 하니까. 그 속에서 유자와 은율은 같은 꿈을 꾸며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빈티지 엽서는 나의 평생 숙제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만 같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엽서에 담고 싶었던 숙원은 무엇이었을까. “희미해졌거나 놓쳐버렸을지 모를 꿈을 간직한 의 이야기”(p.188). 타인으로 인해 혹은 나를 둘러싼 불가피한 환경으로 인해 묻어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헬스장에서 만난 남자와 빈티지 엽서를 읽으면서 해석한다는 작가의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반짝여서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하고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소설과는 별개로 타인의 시간이 묻어난 빈티지 엽서를 수집한다는 거…… 오싹하면서도 낭만적인 듯.

나는 유자야.
그 말을 할 때 왜 갑자기 달콤하고 동글동글한 기분이 되었을까.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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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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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깜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을 만나봤다. 팥빙수 눈사람 펑펑①』은 팥빙수 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펑펑이 팥빙수 재료를 받고, 원하는 걸 볼 수 있는 안경을 만들어준다는 귀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다. 펑펑과 펑펑의 고객들을 둘러싼 달콤하고도 쌉쌀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어봤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코멘트를 다는 습관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단상들을 남기면서 그래서 펑펑이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곰곰이 생각해봤다.

 “보고 싶은마음이 이루어진다는 건 좋지만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겠어.”라고 의견을 제시했는데, 나는 동화의 영향력 중 하나가 어린이로 하여금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여긴다. “보고 싶은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점만 가져다줄까, 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3쪽의 눈사람 안경점에서 쓰는 특별한 렌즈는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특별한 얼음으로만 만들 수 있어라는 문장.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얼음을 캐러 가는 여정 중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극적 사건이 기다려지는 한 줄이었다. 모든 픽션이 그렇지만, 동화는 특히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드는 주요 사건의 여부가 이야기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약간 싱겁게 마무리된 펑펑과 스피노의 첫 만남이 아쉬웠지만, 무겁지 않은 소재의 귀여운 동화에 어울리는 전개라고 생각된다.

 덧붙여 19~20쪽의 자연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는 전개도 좋았다. 무서움에 떨고 있는 펑펑이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등장하는 게 흥미로운 과거의 이야기라니. 겁이 날 때 행복한 상상을 하거나 큰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대목이었다. 아주 차가운 눈이 뒤덮인 마을을 배경으로 여름 해변을 떠올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 대비되는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가 긴장을 잠시 풀고 산뜻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대상을 동시에 놓고 이야기하는 설정을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다. 더불어 스피노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3쪽의 플래그를 실현하듯 스피노는 펑펑을 놀래주며 등장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순하고 귀여운 북극곰이었다는 반전이 어린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스피노는 주인공 펑펑의 주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뒷장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성실하고 착하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더 귀여운, 그래서 매력적인 보조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첫 등장은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삽화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어서, 본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소풍 날의 날씨가 궁금해> 파트의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즐겁게 노는 방법이야.”이다. 나는 이 문장이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아서 차마 경청할 여유를 내지 못하는 어른들도 가슴 속에 펑펑을 하나씩 키우면서 살아보는 건 어떨지. 과열된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문장은 바로 눈사람도 때로는 따스함이 필요하거든.”이다. 나는 이 문장이 팥빙수 눈사람 펑펑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보았다. ‘보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자 하는 무의식으로부터 비롯하는 것. 과열된 마음을 식혀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꼭 끌어 안아주어야 할 때도 있다. 펑펑이 하는 일은 두 가지 모두인 듯하다. 보고 싶은 마음을 보는 일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보고 싶다는 마음을 존중하는 펑펑의 마음에만큼은 언제나 달콤한 사랑이 가득하다. 팥빙수 재료의 형태들로.

 당신은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마음속에 펑펑을 품고서 천천히 골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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