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눈사람 펑펑 1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깜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을 만나봤다. 팥빙수 눈사람 펑펑①』은 팥빙수 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펑펑이 팥빙수 재료를 받고, 원하는 걸 볼 수 있는 안경을 만들어준다는 귀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다. 펑펑과 펑펑의 고객들을 둘러싼 달콤하고도 쌉쌀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어봤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코멘트를 다는 습관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단상들을 남기면서 그래서 펑펑이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곰곰이 생각해봤다.

 “보고 싶은마음이 이루어진다는 건 좋지만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겠어.”라고 의견을 제시했는데, 나는 동화의 영향력 중 하나가 어린이로 하여금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여긴다. “보고 싶은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점만 가져다줄까, 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3쪽의 눈사람 안경점에서 쓰는 특별한 렌즈는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특별한 얼음으로만 만들 수 있어라는 문장.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얼음을 캐러 가는 여정 중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극적 사건이 기다려지는 한 줄이었다. 모든 픽션이 그렇지만, 동화는 특히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드는 주요 사건의 여부가 이야기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약간 싱겁게 마무리된 펑펑과 스피노의 첫 만남이 아쉬웠지만, 무겁지 않은 소재의 귀여운 동화에 어울리는 전개라고 생각된다.

 덧붙여 19~20쪽의 자연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는 전개도 좋았다. 무서움에 떨고 있는 펑펑이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등장하는 게 흥미로운 과거의 이야기라니. 겁이 날 때 행복한 상상을 하거나 큰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대목이었다. 아주 차가운 눈이 뒤덮인 마을을 배경으로 여름 해변을 떠올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 대비되는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가 긴장을 잠시 풀고 산뜻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대상을 동시에 놓고 이야기하는 설정을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다. 더불어 스피노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3쪽의 플래그를 실현하듯 스피노는 펑펑을 놀래주며 등장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순하고 귀여운 북극곰이었다는 반전이 어린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스피노는 주인공 펑펑의 주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뒷장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성실하고 착하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더 귀여운, 그래서 매력적인 보조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첫 등장은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삽화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어서, 본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소풍 날의 날씨가 궁금해> 파트의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즐겁게 노는 방법이야.”이다. 나는 이 문장이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아서 차마 경청할 여유를 내지 못하는 어른들도 가슴 속에 펑펑을 하나씩 키우면서 살아보는 건 어떨지. 과열된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문장은 바로 눈사람도 때로는 따스함이 필요하거든.”이다. 나는 이 문장이 팥빙수 눈사람 펑펑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보았다. ‘보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자 하는 무의식으로부터 비롯하는 것. 과열된 마음을 식혀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꼭 끌어 안아주어야 할 때도 있다. 펑펑이 하는 일은 두 가지 모두인 듯하다. 보고 싶은 마음을 보는 일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보고 싶다는 마음을 존중하는 펑펑의 마음에만큼은 언제나 달콤한 사랑이 가득하다. 팥빙수 재료의 형태들로.

 당신은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마음속에 펑펑을 품고서 천천히 골몰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