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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복원이 될까요?
송라음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생에 쓴맛을 다 본 황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설은 구례로 거처를 옮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미련 없이 서울을 떠나 내려온 설은 이제 이곳에서 책을 벗 삼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설에게 좋지 않은 인상으로
훅! 다가온 남자 정 유건. 유건으로 인해 설에 삶은 다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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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많은 오래된 책을 치료하는 여자 황 설.
야생 동물을 치료하는 남자 정 유건.
그리고 설의 20년 지기 남사친 태양.
이들이 이야기하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사랑.
첫 만남부터 삐걱댔던 설과 유건.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이들의 만남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유건에게 첫 만남은
절대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첫인상이었지만 말이다.
이 소설이 주는 재미는 정말 다양하다.
소설 속 배경이 실제 존재하는 곳이어서 배경 묘사가 정말 섬세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그곳이 눈에 보이는듯해서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낯설다는 점이다.
찢기고 해진 책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설과
국립공원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의사.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은 낯설지만 멋지고 아름답고 숭고하다.
또 하나의 재미는 책 속에 책이 있다는 것이다
책을 복원해 주는 설은 오래된 책방에 직원이자
책 복원가이고 또 기자다.
구례에 사는 청년들을 인터뷰하며 마지막으로 그들만의 특별한 책을
복원해 주는 설이를 통해 다양한 책을 만나볼 수가 있다.
다양한 읽을거리에 설렘 한 스푼은 목이 마르다.
아마도 설이의 아픔이 크기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유건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 소중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유건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유건 어록을 모아놓고 싶을 만큼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그의 신념.
그리고 설이를 향한 마음을 담은 말들은 너무 포근하고 고맙다.
사랑에 복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유건의 위로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설이의 높은 벽이 무너졌듯이 ....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존재하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오늘과 내일을
담아놓은 소설이다. 그리고 그곳에 우리를 초대하는 소설이다.
기꺼이 그 초대에 응하고 싶은 소설이다.
살아 숨 쉬는 이야기에 목이 마른 이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밑줄 긋기-
야생에 가보니 정말로 그랬다. 작지만 결정적인 도움만 있으면
야생동물은 스스로 잘 이겨냈다. 그런 점에서 유건은 야생동물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기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삶, 그 안의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감당하는 삶.
179쪽
아빠가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선택을 하라는 거였다
그러니 설의 사랑은 과거에 매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향하는 것이어야 했다
258쪽
"그냥 내가 주고 싶은 마음은 그래요. 근데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까
주는 사람 마음 같은 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자기 마음을 제일 정확히 봐야지
남의 마음 너무 많이 생각하면 자기 마음이 안 보여요"
321쪽
"생각해 봐요 내가 치료해 준다고 야생동물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옛이야기에 나오는 재비처럼 은혜를 갚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곁에 있을 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고 회복시켜서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에요.
근데 난 그게 잘 맞았어요. 줄 때의 마음이 기쁘지 돌려받지 못할 때 받는
상처는 별로 크지 않아요."
32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