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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상처를 안고 서울을 떠나 춘하시에 자리를 잡은 연재.
그곳에서 복합 문화 공간인 '소풍'을 오픈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상처를 안고 헤매는 현이를 만나고
소풍을 함께 운영해 나간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연재는 자신의 상처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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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맞는 소설이다.
상처는 안은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그들이 겪는 일상들... 어쩌면 너무나 평범 헤서 별 흥미 없는
하루하루 같지만 너무도 간절하고 소중한 삶이다.
누구나 아는 공식인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다시 회복한다. 연재도 서울을 떠나 다시 시작하는 그곳에서는
사람과의 인연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사람이 더 붙는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된다.
연재의 상처, 현이의 아픔
그리고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웃들.
중년의 사랑이 이렇게나 설렘 했나 싶을 만큼 연재와 훈이의 서로 바라봄은
너무 아름답다. 제자를 향한 끝없는 사랑은 눈물겹도록 현이와 제하를
돋보이게 하고 혜진의 하지 말아야 했을 사랑 또한 안타깝고 슬프기만 하다.
꽁꽁 싸매뒀던 상처. 드러날까 조마조마했던 아픔을
모두 쏟아 내버릴 때 정말 자유를 맛보는 이들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그리고 나도 위로를 받는다.
정말 힐링이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누구나 아픔 하나쯤은 품고 살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가만히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리고 '괜찮아 너라서 괜찮아'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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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덕분에 소풍에서 잘 놀다 갑니다
-밑줄 긋기-
현을 내려주고 오는 길, 연재는 현의 어깨에 올려진 돌덩이와 자기
어깨 위 돌덩이를 비교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다는 환상, 아무도 나만큼 아픈 사람은 없다는 착각 속에
빠져 내 상처를 키우고 확대하고 심지어 극진히 보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패딩에 묻은 흙처럼 털어버리거나 정 안되면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모셔 두었다는 것을. 그 무슨 대단한 보물이라고
끌어안고 끙끙대고 있었다는 것을.
167~168쪽
어린 시절엔 매해 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꽃구경 가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니라 한 겨울을 견디고 피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꽃은 그냥 꽃이
아니라 경이로운 꽃이고 그 꽃을 보기 위해 기꺼이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것에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험난한 과정을 지나온 사람이
가지는 특권이자 그런 삶을 견딘 사람에 대한 위로인지도 모른다.
173쪽
정상과 비정상은 유리처럼 연약한 것이어서 한 번 삐끗하면 누구나
그 경계를 넘어가기 쉽다 지금 정상이라고 평생 정상이라고 장담할 수 없단
얘기다 내가 쓰러질 때 손잡아 줄 누군가 필요하듯 지금 넘어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다.
23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