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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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프랑스 경기가 형편없어져버린 시절.

그래서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서로 눈치만 보던 때.

피에르는 그렇게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버티다가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구두를 사워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게 됐다. 급기야는 집마저 잃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네트마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피에르의 하루하루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이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다.. 아주 끔찍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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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라는 이 소설은 1928년 프랑스 잡지에 연재된 소설이다.

1923년 크라쿠프에서 일어난 대규모 노동자 봉기를 계기로 사회운동에 눈을 뜬

작가는 작품에 혁명적 경향을 띠기 시작했고 이 작품 또한

혁명에 대한 강렬한 신념과 노동 민중의 대한 믿음을 담아냈다.

피에르를 통해 그리고 데이비드 링슬레이와 중국인 판창퀘이를 통해

마지막으로 3부에 등장하는 많은 동지들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보이고

진정한 유토피아를 꿈 꾸는듯하다

단순히 소설로만 읽어도 숨이 차는 이야기다.

피에르를 통해 바라보는 이 세상은 환각에 빠진듯한 세상이다.

직장도 잃고 집도 잃고 사랑하는 여자마저 잃은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곳을 헤매는 듯 굉장히 몽상적이다.

급기야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까지 하게 되는 그의 일상은

살아 숨 쉬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질 만큼 피폐하다.

결국 피에르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몇 주 만에 파리를 불태워버린다.

전염병이라는 무시한 불로 말이다.

그렇게 그는 어느 순간 소설에서 사라진다.

마치 다른 이야기를 하듯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다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파리는 죽어가고 급기야 살아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넓은 담장이 파리 시내를 보이지 않게 둘려있던 곳

감옥. 그곳에 있는 이들만 살아남는다.

파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그들만

살아남아 파리를 지키려 한다.

그렇게 그들의 유토피아는 시작이 되는듯한다.

다소 어려운 소설이다. 정치적인 색이 짙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인간의 처절한 삶의 일면을 보고 이 소설을 만나보면

솔직히 정치적인 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디에 두고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이 소설은 20세기 유럽의 문제작이라고 할만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어디쯤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소설.

유럽의 고전소설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밑줄 긋기-

거대한 도시 안에 흩어진 채 갇혀버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죽음의 충격을 마주하자 발작적으로 어마어마한 원심 분리의

힘으로 자기 신앙의 모든 요소에 매달렸고 자석에 달라붙는 쇳가루처럼

자기 종교의 사원 주위에 모여들었다.

85쪽

너무나 무의미한 자연재해의 초대받지 않은 개입은 오늘이라도 단번에 두 개의 유럽,

죽어가는 유럽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유럽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158쪽

비행사는 눈앞의 광경에 너무 놀라서 더 이상 관찰을 포기하고 한시라도

빨리 자신이 목격한 바를 정부에 알리고자 도시 상공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날아갔다

센 강 위 대도시의 다리가ㅏ 목이 부러질 듯 뛰어 놀라 허공을 찌르던 곳에서

비행사는 철교 위를 건너는 기차를 보았는데 어떤 재료를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거리에 사람은 거의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밭과 벌판에만

있었는데 그래도 공장 굴뚝에서 하늘을 향해 가느다랗게 연기가 솟아오르며

이곳에서 보편적이고 강도 높은 노동이 맥박 치고 있음을 증명했다.

3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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